백두대간 제3구간 설악산(雪嶽山), 황철봉(黃鐵峰 1,381m)
산행일자 : 2007년 08월 26일 (무박산행)
산행장소 : 미시령(彌矢嶺 767m)~1,313.8m봉~황철봉(黃鐵峰 1,381m)~저항령(低項領 1,100m)~진대봉(1,270m)?~1,249.5m봉~마등령 상봉(馬登領 上峰 1,326.8m)~마등령안부(1,240m)~오세암(五歲庵)~백담사(百潭寺)
산행모임 : 단독산행(???산악회 따라서)
산행날씨 : 흐림(운무가 짙게 깔림)
산행거리 : 약 23.2km [마루금 8.5km, 접속거리 약 14.7km(마등령~백담사 : 8km, 영시암~백운동 왕복 6.7km)]
산행시간 : 08시간 36분
대전에서 8월 25일 23시에 출항한 대간호가 국내에서 가장 긴 터널인 중앙고속도로의 죽령터널(4.6km) 다음으로 두 번째로 긴 미시령터널(길이 3.69km)위를 조심조심 항해하고 있다. 비록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04시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굽이굽이 고갯마루로 이어지는 옛 산길을 따르는 정취와 함께 출입이 통제된 미시령~마등령 구간을 종주하기 위해 미시령 고갯마루로 점점 다가가는 기분이 참 묘하게 느껴진다.
겨울이면 조금만 눈이 내려도 교통이 통제됐던 강원도 인제~속초 간 미시령(彌矢嶺 767m) 고갯길이지만, 지금은 인제군 용대리와 속초시 노학동을 잇는 미시령 동서 관통도로 15.7km 구간에 미시령터널이 뚫려 눈이 내린다고 교통이 통제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백두대간 종주자들에게는 미시령터널이 별 도움이 되 않는다. 다만 미시령터널을 만들며 접근 도로인 인제군 구간의 기존 도로를 확장했고, 속초 쪽 도로는 대부분 새로 확 포장하여 접근성이 용이해진 것을 사실이다.
04시 09분 미시령(彌矢嶺 767m)
먼 옛날에 오솔길이었던 미시령(彌矢嶺 767m) 고갯마루에 인제와 속초를 잇는 고갯길이 열린 것은 조선 성종 24년(1,493년) 무렵이었다. 그 이전에는 한양에서 관동으로 가기위해 넘나들던 고갯길은 대관령과 소동라령(所東羅嶺, 지금의 한계령)이 있었으나 소동라령이 좁고 험준하여 미시파령(彌矢坡嶺 지금의 미시령)을 열어 양양, 간성의 역로로 삼았다.
1,632년에 들어 미파시령은 고갯길의 쓰임새를 잃고 잡초와 잡목만 무성하게 뒤덮혀 있다가, 1,960년에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다시 길이 뚫였다. 그러나 굽이굽이 고갯마루로 이어지는 도로가 워낙 험준한 탓에 차량이 넘나들기 어려워 방치되다가 1,989년에 들어서야 다시 고갯길이 열렸다.
북쪽 신선봉과 남쪽 황철봉 사이에 있는 미시령은 예로부터 대관령,진부령,한계령 등과 함께 태백산맥을 통과하는 주요교통로였다. 한편 지형이 험하나 계곡과 산세가 수려하며, 서쪽 사면에서는 북한강의 지류인 북천이 발원한다. 이 하천을 따라 나 있는 인제~속초 간 도로는 주요관광도로 이용되며, 일대에 있는 울산바위,흔들바위,십이탕곡,신선대,내원암,신흥사,백담사 등과 함께 설악산국립공원을 이룬다.
이렇듯 사연 많은 미시파령(彌矢坡嶺)은 많은 사연만큼이나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조선 시대,나랏길인 관로(官路)였을 적에는 미시파령(彌時坡嶺), 또는 미시령(彌時嶺)으로 불리다가 영조때에는 지금의 이름인 미시령(彌矢嶺)으로 쓰이기 시작했다.그렇지만 세간에서는 미시령보다 연수파령(延壽坡嶺,대동여지도), 연수파령(連水坡嶺,증보문헌비고), 여수파령(麗水坡嶺,증보문헌비고)또는 연수령(延壽嶺,택리지)으로 더 많이 불렸다.
05시 09분 숲길이 다하고 너덜의 시작
입산이 통제되고 있는 미시령(彌矢嶺 767m)에서 숨을 죽여가며 휴게소 맞은편 우측의 들머리를 찾아 낮은 비탈을 올라 길게 둘러친 철책의 좌측 끝 절개지 부분을 한 사람씩 차례로 통과하는데 갑자기 미시령 휴게소 앞 마당에 서너 개의 랜턴 빛이 밝혀지는 바람에 콩알만해진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휴게소 앞 마당에 밝혀진 랜턴 빛을 처음에는 국립공원 관리소 직원들로 착각했으나, 우리와 같이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종주자들이라는 것은 멀리서나마 어깨에 메고 있는 배낭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짙게 깔린 어둠속에서 내 키보다 낮게 자란 관목숲을 따라 완만하게 고도를 높이는 오르막 능선을 오르는데 서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새벽 바람에는 지난 주 낙동정맥을 종주하며 후텁지근한 날씨와 씨름하며 고생했던 경주의 바람과는 사뭇 다른 가을의 냄새가 실려온다.
키 작은 관목숲이 다하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는 마루금을 따라 울산바위로 이어지는 능선상에 있는 1,092m봉을 우측으로 비켜 넘어서니 내원암골로 이어지는 골짜기와 만나는 안부를 지난다. 이렇게 미시령에서 1시간여 동안 발 품을 팔아 너덜과 울창한 나무가 잘 조화를 이루는 구간을 지나니 1,318.8m봉으로 이어지는 너덜이 어둠속에서도 그 웅장함을 과시하며 다가선다.
05시 26분 울산바위 너머 속초의 야경
1차 너덜이 다하고 잠시 숲과 너덜이 함께 이어지다가 다시 2차 너덜이 시작되는 구간에서는 어둠속에서도 웅장한 암장을 과시하는 울산바위와 그 너머 속초시의 야경 그리고 동해와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는 먹장구름이 동쪽에서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05시 33분 울산바위와 속초의 아침
2차 너덜이 시작되는 곳에서 1,318.8m봉으로 오르는 너덜지대에서는 어느 지점에서나 눈을 동쪽으로 돌리면 웅장한 울산바위의 암장과 속초시의 야경을 아스라히 조망 할 수 있다. 먼 옛날 만물을 창조한 조화옹(造化翁)이 금강산을 빚을 때 울산에서 금강산으로 가다 설악산에서 멈추고 마는 바람에 생겼다는 울산바위의 옛이름이 '천후산(天喉山)'이라 하니, 이름 그대로 풀이하념 "하늘이 우는 산"이라고 하겠다. 울타리를 두른 듯하여 '울산(鬱山)'이라고도 하지만 여름철이면 벼락과 천둥이 쳐 마치 하늘이 우는 듯 산이 울기 때문에 '울산'이라 하였다는 설이 전해진다.
05시 38분 1,318.8m봉
2차 너덜이 다하고 1,318.8m봉 정수리에 다가설 무렵 갑자기 서쪽에서 밀려오기 시작한 운무(雲霧)는 1,318.8m봉 정수리는 물론 주변의 조망권 마져 모두 빼앗아 버리고 만다. 그레서 1,318.8m봉 정수리에서는 오래 머물지 않고 삼각점만 카메라에 담고 아쉬운 걸음을 옮겨야 했다.
06시 18분 황철봉(黃鐵峰 1,381m)의 고사목과 눈잣나무
미시령에서 남쪽으로 머리를 두고 이어지던 대간 마루금은 1,318.8m봉 정수리를 기점으로 남서쪽으로 머리를 돌려 저항령을 지나 첫 번째 봉우리까지 이어진다. 1,318.8m봉에서 가파른 내리막 너덜을 지나 황철봉(黃鐵峰 1,381m)을 힘겹게 넘어서면 커다란 바위들이 산재한 너덜에 '누운잣나무'를 줄여 '눈잣나무'라 부르는 잣나무가 고산지대의 비바람과 눈 그리고 살을 에는 듯한 겨울 추위에 말라 죽은 고사목과 짙은 녹색의 푸르름을 자랑하며 생명력을 과시하는 눈잣나무의 생과 사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위사진은 나무의 반 쪽은 말라죽은 고사목인데, 나머지 반 쪽은 푸른 잎이 무성하게 살아 숨 쉬는 설악산 '눈잣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눈잣나무(Pinus pumila 누운작나무)는 설악산 이북의 높은 산의 정상 근처에서 자란다. 키는 4~5m로 옆으로 기면서 자라나 평지에 심으면 곧추선다. 길이가 3~6㎝ 정도인 잎은 5개씩 모여 달린다. 암꽃과 수꽃은 6~7월에 피며 구과(毬果)는 녹색이지만 익으면서 황갈색으로 바뀌는데 꽃이 핀 다음해 9월에 익는다. 잣나무와 비슷하나 눈잣나무의 잎과 구과의 길이가 더 짧다.
06시 38분 저항령(低項領 1,100m)
황철봉(黃鐵峰 1,381m)에서 고사목과 눈잣나무 그리고 너덜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가파른 내리막 너덜을 지나 잠시 숲 길을 따르면 저항령(低項領 1,100m)이 소리없이 다가선다.
저항령(低項領)은 설악(雪嶽) 북주능선(北主綾線)에 있는 고개 중의 하나로 동쪽으로는 정고평(丁庫坪)에 이르고, 서쪽으로는 길골을 거처 백담사(百潭寺)에 이른다. 저항령을 달리 '늘목령'이라고도 하는데, 길게 늘어진 고개라는 뜻의 늘으목, 늘목에서 유래하였다. 늘목령은 늘목에서 다시 고개 령(嶺)자를 붙여 늘목령이 되었고, 저항령(低項領)은 늘목이 노루목으로 변하고 이것을 한자로 장항(獐項)이라 표기했는데, 거기에 다시 고개 령(嶺)자를 붙여 장항령(獐項嶺)으로 표기 한 것으로 짐작된다.
위 내용으로 볼 때 저항령(低項領)도 마등령(馬登嶺)과 함께 예 전부터 이용된 고갯길인 것으로 추정된다.
06시 50분 진대봉(1,270m) 너덜의 고사목
저항령에서 완만한 숲 길의 오르막 능선이 다 하는 낮은 봉우리를 기점으로 남서쪽으로 향하던 대간 마루금은 남동쪽으로 머리를 돌려 진대봉(1,270m)을 넘어 마등령 상봉 아래의 안부를 지나 상봉(1,326.8m)까지 이어진다.
한편 진대봉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 너덜과 암릉 바위틈이나 밑에는 서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도 강한 생명력을 보이는 '구름체꽃'과 '개쭉부쟁이'를 비롯해 '산오이풀' 등 여러 야생화들이 자생하고 있다. 또한 동북쪽 사면에는 철쭉과 키 작은 신갈나무가 관목 형태를 보이며 낮게 바닥에 깔려 자라는가 하면 곳곳에 눈잣나무 고사목이 짙은 운무속에서 신비스런 정취를 풍기고 있다.
구름체꽃(Scabiosa mansenensis for. alpina)은 쌍떡잎식물 꼭두서니목 산토끼꽃과의 두해살이풀로 한국(한라산 및 북부지방의 고산지대)에 분포하며, 해발고도 1,400m 이상의 깊은 산에 자생한다. 높이 20cm 정도이며 줄기는 곧게 서고 가지가 갈라지지 않는다. 줄기에는 털이 있다. 뿌리에서 나온 잎은 바소꼴로 잎자루가 길며 꽃이 필 때까지 남아 있다.
줄기에서 나온 잎은 긴 타원형 또는 달걀 모양 타원형이며 마주난다. 깃꼴로 갈라지며 잎가장자리에 깊게 패어 들어간 큰 톱니가 있다. 잎자루에 날개가 있으며 밑부분이 넓어져서 원줄기를 감싼다. 잎자루와 잎 표면에 흰색 털이 빽빽이 난다.
꽃은 7~8월에 하늘색으로 피며 가지와 줄기 끝에 두상꽃차례로 달린다. 가장자리의 꽃은 털이 빽빽하고 화관이 5개로 갈라지며 바깥갈래조각이 가장 크다. 가장자리에 달린 꽃이 중앙에 달린 꽃보다 크다. 중앙에 달린 꽃은 통상화(筒狀花)이며 끝이 4개로 갈라진다. 중앙꽃받침에는 긴 가시털이 있다.
열매는 긴 타원형의 수과로 10월에 익으며 위에 가시털이 있다. 본종인 솔체꽃보다 작고 뿌리에서 나온 잎이 꽃이 필 때까지 남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 특산식물로 제주도(한라산) 및 북부지방의 고산지대에 분포한다.
개쑥부쟁이
07시 00분 진대봉(1,270m)의 동쪽 암장
여러 종류의 야생화와 눈잣나무를 감상하며 힘겹게 너덜과 암장을 올라 진대봉(1,270m) 서쪽 정수리에 오르니 서쪽에서 흘러 들어오는 운무가 진대봉 암장을 휘감으며 감싸니 주위는 온통 하얀 운해 뿐 아름답다는 설악의 풍광은 오간 데 없다.
진대봉 서쪽 암장 정수리 위에서 잠시 과일로 요기를 하며 운무가 거치기만 기다려 봤으나 좀처럼 거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발길을 1,249.5m봉으로 옮겨야만 했다.
07시 05분 진대봉 정수리에서 1,249.5m봉으로 향하는 길에 동쪽으로 병풍 처럼 드리워져 있는 암장을 올려다 보며...
투구꽃(Aconitum jaluense)은 미나리아재비과(―科 Ranunculaceae)에 속하는 다년생초로 키는 약 1m에 이르며 마늘처럼 생긴 덩이줄기가 있다. 어긋나는 잎은 단풍나무 잎처럼 3~5갈래로 잎자루 근처까지 깊게 갈라지며 갈라진 조각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자주색의 꽃은 9월경 가지 끝에서 총상(總狀)꽃차례를 이루며 무리져 피는데, 투구처럼 생겨 투구꽃이라고 한다. 꽃잎은 꽃잎처럼 보이는 꽃받침잎 속에 들어 있어 잘 보이지 않고, 수술은 많으며 암술은 3~4개이다. 타원형의 열매는 골돌(??)로 익는다. 덩이줄기를 초오(草烏)라고 하여 중풍의 치료제로 쓰는데, 놋젓가락나물(A. ciliare)·지리바꽃(A. chiisanense)·진돌쩌귀(A. seoulense)·세잎돌쩌귀(A. triphyllum)·그늘돌쩌귀(A. uchiyamai)의 덩이줄기도 초오라고 하여 투구꽃의 덩이줄기처럼 사용한다.
08시 05분 1,249.5m봉 정수리의 암장
진대봉(1,270m)에서 1,249.5m봉으로 이어지는 산행로 동쪽으로는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암장과 암릉이 병풍 처럼 드리워진 채 잇따라 이어진다. 대간 마루금은 이 암장과 암릉위를 지나지 않고 서쪽 사면의 암장 기슭으로 나 있는 산행로를 따라 오르 내리기를 반복하며 1시간 여 가량 이어진다.
1,249.5m봉에 닿기 전 정수리가 제법 넓은 한 암장에 올라 이리저리 떠 다니는 운무를 벗 삼아 늦은 아침식사를 했다.
08시 15분 황철봉(黃鐵峰 1,381m)에서 울산바위 쪽으로 흘러내리는 능선
진대봉을 좌측으로 휘감아 돌아 안부로 향하는 내리막 능선 상, 조금은 위험해 보이지만 우뚝 솟아있는 조망바위에 올라 운무가 감싸고 있는 좌측 끝 황철봉(黃鐵峰 1,381m)에서 동쪽 울산바위가 있는 쪽으로 흘러 내리는 능선을 조망하는데, 산 전체가 온통 암릉 지대로 허연 암릉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아래의 사진은 능선 끝 자락으로 보이는 울산바위와 속초시 그리고 동해의 모습이다.
08시 18분 진대봉(1,270m)? 1,249.5m봉
조망바위에서 내설악쪽의 서북능선과 1,249.5m봉에서 진대봉(1,270m)으로 이어지는 오르막 능선 위 우뚝 솟은 암장을 운무가 삼키고 있는 모습을 조망하며... 야속한 운무는 오늘 산행하는 내내 나를 따라다니며 아름다운 풍광을 조망하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더하게 했다.
08시 22분 마등령 상봉(1,326.8m)으로 이어지는 암장들
1,249.5m봉에서 안부로 내려서는 조망처에서 마등령쪽으로 이어니는 능선을 바라보니 상봉(1,326.8m)은 운무에 휩싸여 있고 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하늘을 찌를듯이 솟아있는 암장이 잇따르는게 한 폭의 동야화를 연상케 한다.
대간 마루금은 위사진에 보이는 암장을 지나지 않고 서쪽으로 휘감으며 이어진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조금 위험을 감수하고 우뚝 솟은 암장에 올라 주변 풍광을 조망하는 것도 설악산 산행의 묘미일 것이다.
08시 45분 눈잣나무? 구상나무?와 내설악
1,150m 암봉과 노송군락을 지나 세 번째 암봉인 1,178m봉을 지나니 마등령 상봉이 일어서는 안부가 나온다. 안부에서 완만하게 이어지는 오르막 능선을 따르는데 동쪽으로는 깍아지른 절벽이 잇따른다.
완만한 능선의 숲 길을 빠져나오니 지름이 10~20cm 가량 되는 작고 납작한 돌이 흩어져 있는 짧은 너덜이 나온다. 이 너덜에서는 눈잣나무 혹은 구상나뭇가지 너머로 내설악의 깊은 계곡과 서북능선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데 심술궂은 운무가 아름다운 산그리메를 감싸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이 짧은 너덜을 따라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 밑에서는 자갈이 서로 부딪치며 경쾌한 소리를 만들어 낸다. 이소리는 멀리 안부에서도 경쾌하게 들려온다.
08시 50분 울산바위와 속초
위 사진들은 마등령 상봉(1,326.8m)으로 이어지는 너덜지대에 갈지(之)자를 그리며 나 있는 대간 마루금을 따르다가 만물을 창조한 조화옹(造化翁)이 금강산을 빚을 때 울산에서 금강산으로 가다 설악산에서 멈추고 마는 바람에 생겨 났다는 '울산바위', 옛 이름은 '천후산(天喉山)'이었다는 웅장한 바위와 속초시의 풍광을 여러 각도로 잡아 보았다 .
오늘 산행하는 동안 운무는 아름다운 풍광들을 모두 감싸고 보여주려 하지 않는 반면 북동쪽의 풍광 즉 울산바위와 속초의 풍광을 조망하는 것은 쉽게 허락 했다.
산구절초(山九折草 Chrysanthemum zawadskii)는 국화과(菊花科 Asteraceae)에 속하는 다년생초로 높은 산지의 풀밭에서 자란다. 높이 10∼60cm이다. 뿌리줄기가 옆으로 벋으면서 자라고 누운 털이 난다. 잎은 어긋나고 밑부분에 달리는 잎은 잎자루가 길며 달걀 모양이고 길이 1∼3.5cm, 나비 1∼4cm이다. 2회 깃꼴로 갈라지거나 깃처럼 완전히 갈라지며 갈래조각은 나비 1∼2mm이다. 양면에 선점이 있거나 없다.
꽃은 7∼10월에 붉은빛을 띤 흰색으로 피고 두화(頭花)는 가지와 원줄기 끝에 1개씩 달리며 지름 3∼6cm이다. 설상화는 1줄로 달리는데, 길이 1.5∼3cm, 나비 3∼6.5mm로서 끝부분이 2∼3개씩 약간 갈라진다. 총포는 공을 반으로 자른 모양이고 길이 6∼7mm이며 포조각은 3줄로 늘어선다. 바깥조각은 줄 모양이고 막질(膜質:얇은 종이처럼 반투명한 것)이다. 열매는 수과로서 긴 타원형이고 10∼11월에 익는다.
구절초와 비슷하지만 잎이 좁게 갈라지는 것이 다르다. 관상용으로 쓰며, 포기 전체를 부인냉증·위장병·치풍을 치료하는 데 쓴다. 한국, 일본, 중국 북동부, 시베리아에 분포한다. 제주도에서 발견한 것으로 잎이 다육질이고 가늘게 갈라지며 흰 꽃이 피는 것을 한라구절초(var. coreanum)라고 한다.
08시 54분 마등령 상봉(1,362.8m)
너덜지대에 갈지(之)자를 그리며 마등령 상봉(1,362.8m)으로 나 있는 산행로는 가팔라서 마지막으로 종주자들의 허벅지 근육을 팽창시키고 숨을 가쁘게 만든다. 한편 너덜을 오르는데 오랜 바위 옷을 쓰고 있는 돌 사이로 한방에서 부인냉증과 위장병 그리고 치풍에 효염이 있다고 잘 알려진 '산구절초(山九折草)'가 환하게 웃고 있다.
상봉 정수리에서는 북서쪽에서 몰려오는 운무가 지금까지 지난 봉우리와 능선을 모두 삼켜 버리는 마람에 북서쪽의 풍광을 포기하고 아래의 사진처럼 남동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해 본다.
아래의 사진은 마등령 상봉(1,362.8m)에서 동쪽(외설악)으로 흘러내리는 암장과, 설악의 최고봉 대청봉(大靑峯 1,708m)에서 역시 동쪽으로 흘러내리는 능선에 우꾹 솟아 있는 화체봉을 조망하며 담은 사진이다.
09시 07분 마등령(馬登領) 정상(1,320m)
마등령 상봉에서는 아름다운 풍광을 삼키도 있는 운무도 운무지만 혹 국립공원관리소 직원이라도 만날까 봐 잠시 머물고는 이내 서둘러 마등령 정산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쪽 비선대와 서쪽 오세암으로 갈라지는 마등령(馬登領) 정상(1,320m)에 다다르니 십여명의 산행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늦은 아침을 먹는가 하면 비선대(飛仙臺) 방향 데트 우측의 조망 바위에 올라 설악의 비경을 조망하고 있다.
마등령(馬登領)은 안부에서 나한봉(羅漢峰)을 너머 설악산(雪嶽山) 최고봉인 대청봉(大靑峯)까지 이어지는 '공룡능선'이라 부르는 유명한 암릉이 시작되는 기점이다. 또한 북쪽의 미시령(彌矢嶺,767m), 남쪽의 한계령(寒溪嶺,1,004m)과 함께 백두대간을 가로지르는 주요 고갯마루로, 지금은 북한강의 지류인 북천 백담계곡(百潭溪谷)과 동해로 흐르는 천불동계곡(千佛洞溪谷)의 비선대(飛仙臺)를 잇는 대표적 등산로이다.
아래 사진은 마등령 정상에서 올려다본 마등령 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09시 17분 아 대청봉(大靑峯 1,708m)이여
위 사진은 마등령 조망바위에서 공룡능선과 천화대(天花臺) 그리고 화체봉과 구름에 감싸여 있는 대청봉을 조망하며 담은 사진으로 용아장성(龍牙長城) 다음으로 암릉과 암장이 비경이라는 공룡능선의 위용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래의 사진은 마등령 정상에서 안부로 내려서다가 신갈나뭇가지 끝과 나한봉(羅漢峰) 너머로 대청봉(大靑峯 1,708m) 정수리가 운무를 뚫고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을 담은 사진이다.
09시 19분 마등령 안부와 나한봉을 바라보며
나한이란 인도의 옛말 아르하트에서 온 말로 아라한(阿羅漢) 또는 줄여 나한(羅漢)이라 하는데 응공(應供), 무학(無學), 응징(膺懲)의 뜻을 가지고 있다.달리 말하면 '공양을 받지 못하여 모래를 먹는 나한이 있다는 뜻으로, 비록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고생하는 사람이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하겠다. 본래는 존경받을 만한 사람, 공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처음에는 '아라한'이라 불렀다 한다. 특히 초기불교에서는 고타마싯다르타의 제자들이 수행을 통해 최고의 경지 곧 현실의 모든 번뇌와 고통을 여읜 해탈의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나한(羅漢)은 부처가 되지는 못했지만 이미 해탈의 경지에 도달한 성자이므로 초자연적인 신통력을 갖고 있다. 또한 나한은 미래불인 미륵불이 나타날 때까지 중생들을 제도하라고 부처의 수기를 받은 사람들이다. 이렇듯 나한봉은 많은 의미가 있는 그런 봉우리이다.
마등령 안부에 만발한 설악의 투구꽃
09시 21분 마등령 안부(1,240m)
마등령 안부에는 제법 넓은 공터가 있는데 공터에는 넓고 평평한 돌을 바닥에 깔아 우천시나 겨울철 눈이 녹아 생긴 물이 산행로를 진창으로 만들더라도 산행객들이 불편을 격지 않게 잘 조성해 놓았다. 또한 아래의 사진 처럼 돌이 깔린 산행로 가장자리에는 목책과 로프를 이용해 산행로 주변의 자연 생태를 보호하고 있다.
마등령 안부에서는 오세암(五歲庵)을 거쳐 수렴동 계곡을 따라 백담사로 가는 길과 곰골을 따라 내려가 역시 백담사(百潭寺)에 이르는 갈림길이 있다. 또한 동쪽으로는 비선대(飛仙臺)를 거쳐 외설악을 지나 속초에 이르는 길도 나 있다.
09시 24분 단풍취
마등령 안부에서 오세암쪽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이제는 다 시들어 꽃을 좀처럼 볼 수 없다고 생각했던 '단풍취'가 하얀 꽃을 피우고 있어 그 모습을 감상해 보았다.
마등령 안부에서 오삼암까지의 가파른 내리막 비탈에는 제법 넓고 커다란 돌을 이용해 산행로를 잘 정비해 놓은 반면, 계곡을 가로 지르는 구간이나 경사가 너무 가팔라 휘험한 구간에는 데크 공사가 한참이었는데, 기존의 산행로를 파헤쳐 그대로 방치해 놓았는가 하면 공사용 자재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어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단풍취(Ainsliaea acerifolia)는 국화과(菊花科 Asteraceae)에 속하는 다년생초로 산과 들 곳곳에서 자란다. 잎이 줄기에 4~7장 모여나고 단풍나무잎처럼 7~11갈래로 갈라졌는데 그 생김새가 단풍나무와 비슷한 취나물이라고 해서 '단풍취'라고 부른다. 꽃은 7~9월에 피는데, 하나의 두상(頭狀)꽃차례가 하나의 꽃처럼 보이며 이런 꽃차례가 다시 이삭꽃차례처럼 달린다. 꽃은 하얀색이지만 꽃을 받치고 있는 꽃받침대는 조금 붉은 빛을 띤다. 봄에 어린잎을 따서 나물로 먹는다.
10시 01분~10시 12분 오세암(五歲庵)
오세암에 도착하니 암자에서 제공한 음식으로 시장기를 달래는 산행객들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암자 마당에 놓인 벤치에 앉아 직접 준비한 감자떡과 찹쌀떡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며 10여 분간 머물었다.
오세암(五歲庵)은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설악산 만경대 아래에 있는 암자로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에 속한 백담사(百潭寺의 부속암자이다. 643년(선덕여왕 12)에 자장율사(慈藏律師)가 창건하여 관음암(觀音庵)이라고 했다. 1548년(명종 3)에는 보우선사(普雨禪師)가 중건했다. 1643년(인조 21)에는 설정(雪淨)대사가 중건했는데, 그에 얽힌 다음과 같은 관음설화가 전한다. 즉 설정대사는 고아가 된 형님의 아들을 키웠는데, 월동준비차 양양(襄陽) 장터에 갈 때 며칠 동안 먹을 밥을 지어놓고 4세 된 조카에게 "이 밥을 먹고 저 어머니(법당 안의 관음보살)를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하고 부르면 너를 보살펴줄 것이다"라 이른 후 새벽에 길을 떠났다. 그러나 장을 보고 신흥사(神興寺)에 도착했을 때 밤새 폭설로 고개를 넘지 못하고 다음해 3월에 돌아오니 법당 안에서 은은한 목탁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어보니 방 안은 더운 기운과 향내로 가득 차 있고 죽었을 것으로 생각했던 조카가 목탁을 치며 관세음보살을 부르고 있었다. 조카가 관음상을 가리키며 "저 엄마가 밥을 주고 놀아주었어"라고 하여 대사는 관음상 앞에 합장하며 예찬을 올렸다고 한다. 이와 같이 5세 된 동자가 관음의 신력(神力)으로 살아난 것을 기리기 위해 이곳을 오세암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1888년(고종 25)에 백하화상(白下和尙)이 중건했다. 현존 당우로는 법당·승방·객사·산신각 등이 있고, 근처에 석물들이 남아 있다. 이 암자는 설악산에 있는 암자 가운데 제일 아늑하며 김시습·보우선사·한용운 등이 거쳐간 곳으로도 유명하다.
10시 58분 수렴동계곡
11시 18분 쌍폭동계곡
영시암 삼거리에서 백담사로 하산하려다가 너무 일찍 도착했다는 생각에 용아장성(龍牙長城)릉 서남쪽 기슭으로 이어지는 수렴동계곡과 쌍폭동계곡으로 이어지는 시원한 계곡을 따르며 잠시 망중한을 즐겼다.
오늘 미시령~황철봉~마등령 구간 산행은 비록 운무가 훼방을 놓는 바람에 설악의 절경을 모두 조망하지는 못했으나 나름대로 의미있는 산행이었다고 하겠다. 물론 산행 금지구간으로 묶여있는 구간을 산행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달리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종주자들에게는 대간 마루금 만이라도 열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반 등산객과는 달리 백두대간 종주자들은 대간 마루금 외 다른 구역을 넘나들며 자연 생태를 훼손하면서 까지 즐길 시간적 여유가 없어 오로지 마루금만 따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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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9월 06일
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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