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종주기

낙동정맥 제10구간 대둔산(大遯山 905m)

작은岳馬 2007. 7. 2. 13:16

 

 

 낙동정맥 제10구간 대둔산(大遯山 905m)

 

산행날짜 : 2007년 07월 01일(무박산행)

 

산행장소 : 황장재~590.7m봉~820m봉~주왕산국립공원경계석~대둔산(905m)~799.7m봉~두고개(732.5m)~먹구등(846.2m)~817.9m봉~느지미재(670m)~ 왕거암갈림길~791.4m봉~대관령(대궐령,690m)~790m봉 헬기장~558.5m봉~절골삼거리~주산재삼거리(600m)~별바위(754.2m)~통천문~632.2m봉(페허헬기장)~주왕산국립공원경계석~560m봉~피나무재(480m)

 

산행모임 : 대전한겨레산악회(29명)

 

산행날씨 : 하루 종일 장맛비가 주룩주룩...ㅠㅠㅠ

 

산행거리 및 시간 : 29.2km, 10시간 09분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장마철은 아직 이른 것 같은데, 우리나라의 기상 상태를 관측하고 예보하는 기상청(氣象廳) 예보에 따르면 '지난 주 금요일부터 장마가 시작됐다'고 한다. 그래서였인지 이삼 일 주기로 내리는 장맛비는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을 받아 뜨겁게 달궈진 대지를 시원하게 식혀주는 반면, 비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면 후텁지근한 날씨를 만들어 사람들의 불쾌지수를 한층 높인다.

'일주일전만해도 07월 01일 오전에는 비가 오지 않겠다'고 일기를 예보하던 기상청이 며칠 전 갑자기 태도를 바꿔 '일요일에는 강풍을 동반한 많은 장맛비가 내리겠다'고 예보를 했다. 수백 억을 드려 기상관측용 슈퍼컴퓨터(super-computer)를 구입하면서까지 소란을 피우며 예보에 자신감을 보이던 기상청이 오히려 슈퍼컴퓨터를 들여놓기 전의 예보 정확도에도 못 미치는 현실을 생각해 보며 인간이 자연을 예측 예견한다는게 덧없고 부질없게만 느껴진다.

 

장맛비를 대비해 꼼꼼히 배낭을 꾸리다가 창밖을 내다보니 평소 밤하늘에 총총이 떠 있던 별들은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먹장구름만이 드리운 채 저녁의 서쪽 하늘, 새벽의 동쪽 하늘에서 늘 빛을 발하며 나그네와 길 잃은 여행자들의 길잡이가 되 주던 샛별 또한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배낭을 어깨에 메고는 집을 나서 16일 23시 50분에 용문역에 도착하니 야속하게도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시계바늘이 자정을 지날 무렵 한두 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굵은 장맛비로 변해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친구 이석춘이 제수(弟嫂)씨와 함께 다가온다.

나는 "이렇게 장맛비가 오는데 뭐하러 함께 왔어요..."라고 하니, 제수씨를 대신해 친구가 "산에 가지말고 삼겹살에 소주, 아니면 파전에 막걸리나 마실까?"라고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장맛비를 헤치고 정맥호가 도착하여 정맥호에 승선했다. 정맥호는 평소처럼 시민회관과 원두막을 차례로 경유해 회원님들을 승선시키고 청송을 향해 순항을 하는데 정맥호 안에서는 썰렁한 기운만 맴돈다. '강풍과 함께 많은 장맛비가 내리겠다'고 예보 되 있어 많은 회원님들이 오늘 산행에 불참하고 29명의 회원만이 정맥호에 승선했기 때문이다.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낙동정맥을 종주해야겠다는 굳은 결의로 마음을 다잡고 집을 나선 29명의 회원님들을 승선시킨 정맥호는 강풍과 함께 쏟아지는 장맛비속에서도 그 어떤 때보다 안전하게 순항하여 04시 41분 황장재(330m)닻을 내린다.

 

 

 

04시 51분 황장재(330m)

 

오늘은 장맛비가 내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산행 전 준비운동을 생략하고 진보면에서 지품면으로 이어지는 34번 지방도 고갯마루에 선다. 고갯마루에는 물맞이겟과의 하나로 등딱지의 길이는 22cm 정도이며, 갑각의 가장자리에 작은 가시가 있고 등 면에는 돌기가 나 있는 우리나라에서 나는 게 가운데 가장 크며 맛이 좋다고 알려진 '영덕대게'의 모습이 그려진 표지판이 장맛비속에서도 조명을 받아 밝에 빛나고 있다. 

경상북도 영덕이 자랑하는 영덕대게는 한국 동해안과 일본, 알래스카 등지에 분포하며, 바다참게(Chionoecetes opilio)로 불리기도 한다.

 

 

05시 50분 590.7m봉

 

아직 해가 뜨지않은 데가다 장맛비까지 내리는 바람에 사위(四圍)가 어두운 가운데 모든 회원들은 우의와 랜턴(lantern)을 갖추고 황장재에서 가랑잎이 수북이 쌓인 산행로를 따른다. 그렇게 가파르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높이를 더하는 오르막 능선을 따라 50분 여 동안 발품을 파니 십자안부 푯말이 나오고 다시 시작된 오르막 능선이 다하는 능선분기점 갈림길에 닿으니 '먹구동 5.8km, 황장재 3.1km'라 씌어져 있는 푯말이 제자리를 찾지 못 한 채 신갈나무에 비스듬히 기대 장맛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590.7m봉 정수리에서 우측으로 나 있는 능선을 따르면 진보면 둔골로 내려가는 산행로를 만나게 된다.

 

 

06시 01분 송이모둠터 텐트

 

590.7m봉 갈림길에서 먹구동 방향으로 발길을 옮겨 작은 안부를 지나 820m봉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 능선을 따르는데 작은 텐트 한 동이 문을 꼭꼭 걸어 잠근 채 쏟아지는 장맛비를 맞고 있다. 혹 산행객이 비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가 생각되어 살펴봤지만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빈 텐트이다. 아마도 이 텐트는 비막 산행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변 송이밭을 지키는 송이 농사꾼이 송이 수확철에 사용할 목적으로 쳐 놓은 텐트인 듯 싶다.

 

 

06시 22분 820m봉

 

계속해서 가파르게 이어지는 오르막 능선은 '숙은노루오줌'과 '큰까지수영'이 군락을 이루고 피어있는 820m봉 정수리 커다란 묘지에 닿고서야 고개를 구그린다. 황장재에서 820m봉까지 남 쪽을 향해 이어지는 산행로 가장자리에는 장맛비에 고개를 더욱 숙인 '숙은노르오줌'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지만 내 눈에는 사위가 어두운 가우데도 밝은 흰색을 뽐내는 '큰까치수영'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쏟아지는 장맛비 탓에 카메라를 꺼내 그 모습을 담을 용기를 내지는 못했다.

 

 

06시 32분 주왕산국립공원 경계석

 

820m봉에서 줄딸기나무와 미역줄나무 그리고 싸리나무가 산행로를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뒤엉켜 자란 곳을 헤치며 걸?을 옮기는데 줄딸기나무 가시에 우의가 걸려 찢기는 소리와 함께 등산화 안으로 빗물이 스며들기 시작한다는 것을 발이 감지하기 시작했다.

매년 장마철 혹은 우중 산행을 대비해 나는 산행 며칠 전 미리 등산화에 방수액을 꼼꼼히 도포하고 산행을 할 때는 여름용 스패츠(spats)를 착용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비를 맞으며 산행하기 시작해 2시간 정도가 지나면 여지없이 등산화에 빗물이 스며들곤 한다. 빗물이 등산화에 가득차면 먼저 산행하는 내내 찝찝한 기분이 이어지고, 종래는 발이 부르트는가 하면 안전사고 위험까지 내포한다고 하겠다. 이렇듯 즐거운 산행을 방해하고 부상까지 초래하는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은 없는 것인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우의가 찢기고 등산화에 빗물이 가득 차는 것을 참으며 가시달린 나무 덤불을 헤치고 완만한 능선을 따르니 '주왕산국림공원'이 시작됨을 알리는 경계석이 나온다. 이 경계석은 황강암이나 기타 돌을 이용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냥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것이었는데 이제부터 낙동정맥상의 유일한 국립공원구간인 주왕산국립공원 권역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셈이다.

산경표에 따르면 주왕산의 옛 이름인 주방산(周房山) 직전 죽현(竹峴)에서 방광산(放光山)으로 이어지는 짧은 지맥이 표기되어 있는데 그 지맥 분기점이 바로 이곳에서 대둔산 정수리로 이어지는 능선이 아닐까 생각된다. 주왕산의 옛 이름 중의 하나가 대둔산이며, 일부지형도에는 대돈산으로 표기 되어 있기도 하다.

 

한한 이 지점부터 정맥 마루금은 서서히 머리를 남동 쪽으로 향하여 대둔산과 먹구동을 지나 대궐령에 닿을 때까지 이어지다가 대궐령에서 별바위를 지나 주왕산국립공원이 다함을 알리는 경계석이 있는 곳까지는 머리를 남서 쪽으로 두고 이어진다.


 

 

07시 25분 대둔산(大遯山 905m)을지나 아침

 

아름드리 낙엽송 두 그루가 뿌리채 뽑혀 나란히 누워있는 오르막 능선을 올라서자  '경주최씨' 묘역이 있는 삼거리에 닿는다. 이 삼거리에서 정맥 마루금은 왼 쪽 숲으로 꺽여 내리막 비탈로 이어진다. 50m 정도의 오르막 능선을 따라 정신없이 발품을 팔아 올라선 대둔산(大遯山,905m) 정수리에는 실망스럽게도 잡풀로 모성하게 덮힌 무덤만이 정수리를 지키고 있을 있을뿐 푯말이나 빗돌은 찾아 볼 수 없다.

황장재에서 대둔산 정수리까지는 대략 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남 쪽 노루용추계곡 건너로는 주왕산 일주능선인 장군봉~금은광이~먹구등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조망되고, 진행방향 정면인 남서쪽으로는 태행산(太行山,933m)~중태산(679m)~방광산(519m)으로 이어지는 길이 뚜렷하다고 하나 오늘은 점점 굵어지는 장맛비 탓에 조망은 커녕 사위를 분간하기도 어럽다.

쏟아지는 장맛비 때문에 대둔산(大遯山 905m) 정수리에서는 머물 수 없어 바로 발길을 옮겨 가파른 내리막 비탈이 다 하는 곳에 도착하니 송영래님을 비롯해 여러 회원님들이 아침을 먹고 가자며 잎이 넓은 떡갈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는다.

장마철이나 비오는 날을 대비해 배낭 안에 늘 작은 우산을 갖추고 다녔는데 며칠 전 배낭을 정리하다가 깜박하고 우산을 챙겨 넣지 않았다. 산행하며 우산을 갖고 다니는 이유는 밥 먹을 때 음식이 비에 젖는 것을 막기 위함인데...

 

배낭을 벗고 나는 아침을 먹을까 아니면 간단하게 떡으로 아침을 대신할까. 망서리다가 이길숙 총무님이 건네준 감자와 회장님이 건네준 감자떡을 받아 먹고, 나 역시 배낭에서 찹쌀떡과 감자떡을 꺼내 여러 회원님들과 나눴다. 또한 꽃사슴님이 정성껏 준비한 묵은지 쌈밥은 떡 만으로는 모자란 부분을 채우고 시장기와 추위를 한 번에 날려버릴 만큼 충분히 맛 있었다.

빗물에 젖은 풀위에 앉거나 선 채로 움직이지 않고 10여 분이 흐르니 다들 한기를 느끼는 듯한 가운데 뒤늦게 도착한 햇살님이 차려놓은 족발과 곡차를 먹고 나니 몸에서 열기나 느껴지며 한결 힘이 솟는 것 같다.

 

 

 

08시 10분 기암과 소나무

 

빗속에서 아침을 먹고 799.7m봉~834m봉~두고개(732.5m)로 이어지며 남동 쪽으로 향하는 능선을 따른다. 이 능선 오른 쪽 아래가 달기약수로 유명한 노루용추계곡 최상류인 너구동이고, 너구동에서 북동 쪽으로 이어지는 지류 끝에는 '절골'이라 불리는 옛 마을이 있었던 걸로 봐서 예전에 이 능선 어디엔가 절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왼 쪽으로 깍아지른 듯한 절벽이 이어지고 장맛비 때문에 보이지는 않지만 절벽 아래로 '기사저수지'가 있는 구간을  지날즈음 간간이 기이한 형태로 생긴 기암들이 능선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조망이 없는 날 산행 하는 회원들의 지루함을 덜어준다. 이 일대의 바위들은 바위 위에 또 다른 바위를 얹혀놓은 듯한 특징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위 사진에서 처럼 바위 위에 멋진 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08시 59분 먹구등 헬기장(846.2m)

 

두고개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고 가파르게 높이를 더하는 오르막 능선을 따라 10여 분 올라서니 금은광이(812.4m)를 지나 두수람, 먹구등을 연결하는 주왕산 일주능선이 분기하는 갈림길이 나오고 여기서 왼쪽으로 꺽어들어 2~3분가량 더 발품을 파니 잡목이 울타리를 형성하듯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폐헬기장에 닿는다. 바로 먹구등(846.4m)에 닿은 것이다.

먹구등 정수리에는 이렇다 할 푯말이나 빗돌은 없이 빗물을 머금은 채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많은 시그널이 먹구등 정상임을 알리고 있을 뿐이다. 먹구등에서 왼쪽으로 꺽어진 능선을 따라  몇 분 발품을 팔면 또 하나의 폐헬기장이 있는 817.9m봉이 나온다.

한편 먹구등 정수리 한 쪽에는 털중나리 두 촉이 빗방울을 머금고 고개를 숙이고 피어 있다. 그래서 우리 한겨레 최고 어르신인 손중호님과 털중나리보다 더 예쁜 꽃사슴님을 모시고... 찰~칵!


 

 

09시 00분 털중나리

 

털중나리(Lilium amabile)외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지에서 흔히 자란다.

높이 50∼100cm이다. 줄기는 곧추서고 윗부분이 약간 갈라지며 전체에 잿빛의 잔털이 난다. 비늘줄기는 길이 2∼4cm, 지름 15∼25mm로 달걀 모양 타원형이다. 잎은 어긋나고 줄 모양이거나 바소꼴이며 길이 3∼7cm, 나비 3∼8mm이다. 둔한 녹색이고 끝이 뭉뚝하거나 뾰족하며 양면에 잔털이 빽빽이 난다.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잎자루가 없으며 위쪽으로 갈수록 크기가 작아진다.

꽃은 6∼8월에 피는데,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 1∼5개씩 밑을 향하여 달린다. 화피갈래조각은 바소꼴이고 6개이며 길이 4∼7cm, 나비 10∼15mm이다. 뒤쪽으로 젖혀지고, 안쪽에는 검은빛 또는 자줏빛 반점이 있다. 6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은 모두 꽃 밖으로 길게 나온다. 꽃밥은 노란빛을 띤 빨간색이며, 길이 10∼13mm이다.

열매는 삭과로서 달걀 모양의 넓은 타원형이고 9∼10월에 익는다. 종자는 갈색이다. 관상용으로 심으며, 이른봄 비늘줄기를 식용하고
참나리와 함께 약재로도 쓴다. 한국, 중국 북동부에 분포한다.

 

 

09시 12분 우산나물꽃

 

백두대간이나 정맥 그리고 명산 등 여러 산을 산행하다보면 우산나물을 만나기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산나물의 만개한 꽃을 본다는 것은 좀처럼 힘든 일이다. 6~9월 사이에 연한 분홍빛의 꽃을 피운다고 알려져 있으나, 내가 본 대부분의 우산나물은 꽃망울만 맺혀 있을 뿐 만개한 꽃은 보지 못하였다. 위 사진의 우산나물꽃 또한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상태였다. 오늘 장맛비가 내리지 않고 강한 햇볕이 내리쬐었으면 아마도 만개한 꽃을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우산나물(Syneilesis palmata)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삿갓나물이라고도 한다. 산지의 나무 밑 그늘에서 자란다. 높이 50∼100cm이다. 가지가 없으며 줄기에 2∼3개의 잎이 달린다. 밑의 잎은 둥근 모양이고 잎자루가 길이 7∼15cm로서 길며, 밑부분이 원줄기를 둘러싸고 7∼9개로 깊게 갈라진다. 지름 35∼40cm이고 갈래조각은 다시 2개씩 갈라지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은 6∼9월에 연한 붉은색으로 피고 지름 8∼10mm의 두화가
원추꽃차례에 달린다. 꽃자루는 길이 3∼10mm로서 털이 난다. 총포는 원통 모양이고 포조각은 5개로서 긴 타원 모양 바소꼴이며, 7∼13개의 작은꽃이 들어 있다. 작은꽃은 통 모양이며 끝이 5개로 갈라진다. 화관은 길이 9∼10mm로서 끝이 5갈래로 갈라진다. 열매는 수과()로서 양끝이 좁고 10월에 익는다. 관모는 잿빛을 띤 흰색이다. 번식은 종자나 포기나누기로 한다.

어린순을 나물로 먹으며 관상초로 심는다. 잎이 새로 나올 때 우산처럼 퍼지면서 나오므로 우산나물이라고 한다. 한국·일본에 분포한다.

 

 

 

09시 13분 바위와 이끼

 

완만하게 높이를 낮추는 내리막 등선을 따라 발품을 팔다보면 융단처럼 고운 사초 군락이 이어지고 산행로 곳곳에서 잘 빗어 놓은 신라시대의 2~3층 석탑을 닮은 바위들을 만날 수 있다. 바위의 모습도 독특하고 멋있지만 내 마음을 사로 잡는 건 온통 바위를 뒤덮고 있는 이끼였다.

장마철이라 그런지 아니면 지형상 이곳이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서 쪽 사면이라서 그런지는 모르비만 오늘 구간은 다른 구간에 비해 초록색의 이끼가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내가 이끼에 심취해 있을 때 고바우님과 꽃사슴님은 장맛비를 머금어 더욱 푸르러진 사초 물결에 심취하여 발길을 옮기지 못하며 연신 캄탄사를 자아냈다.

 

 

09시 56분 왕거암(王居岩 907.4m) 갈림길

 

느지미재(670m)에서 길게 높이를 더하는 오르막 능선을 따라 30여 분 동안 숨이 턱까지 차도록 힘들게 발품을 팔아 왕거암과 가메봉으로 갈라지는 전위봉 갈림길에 닿았다. 정맥은 왼 쪽 능선으로 이어지고, 오른 쪽은 왕거암 정수리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힘들게 긴 오르막 능선을 오른만큼 갈림길에 배낭을 벗어놓고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며 잠시 다리쉼을 해 본다.

 

왕거암(王居岩 907.4m) 은 낙동정맥 능선 전위봉 갈림길에서 약 200m가량 서쪽으로 물러나 앉아있는데, 오늘은 쏟아지는 장맛비 탓에 주왕산 국립공원의 최고봉인 왕거암 정수리에 오른다 해도 이렇다 할 풍광이나 푯말 혹은 빗돌을 조망할 수 없어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한편 보이지는 않지만 주왕산계곡의 유명한 제1,2,3폭포 소리가 계곡을 따라 들려오는데, 태행산~왕거암으로 이어지는 능선자락에는 유명한 청송꽃돌 즉 화문석(花紋石)의 생산지로 잘 알려진 곳이 있다. 우리가 지금껏 걸어온 마루금에서 혹은 앞으로 걷다가 발부리에 걸렸거나 걸리게 될 돌들이 꽃돌의 원석인지도 모르겠다.

왕거암 갈림길에서 10여 분 가량 걸음을 옮기니 밋밋한 안부가 나온다. 이 안부를 지나자 정맥 종주로는 '마루금(산의 능선이나 정수리를 연결하는 선)'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산 등을 지나지 않고 우측 산허리를 휘돌아 잇따르고 송이버섯 채취를 금지하는 푯말을 지나자 왼 쪽(동 쪽) 아래로는 깍아지른 낭떠러지를 두고 걷게 된다. 한편 이 구간의 오른 쪽 계곡은 주왕산의 또 다른 비경이라 할 수 있는 절골계곡이 대문다리를 지나 우측으로 갈라져 갈전골의 최상단 지류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완연한 서고동저(西高東低)의 지형이 잇따르며 간간이 암릉이 나타나는 구간을 지나 봉우리 하나를 우측으로 휘돌아나서는 송이모둠터를 지난다. 송이모둠터를 지나 얼마 후 왼편으로 3층 석탑을 연상케 하는 커다란 기암을 지나 한 차례 발품을 파니 좌우로 내려서는 길이 비교적 또렷한 옛 고갯길인 대관령(대궐령 690m)에 닿는다.

 

 

 

 10시 33분 비박바위

 

대관령을 지나 가파른 오르막 능선 좌우로 커다란 바위가 땅속에 뿌이를 박고 있는 곳을 지나는데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미끄러운 산행로와 바위를 뒤덮고 있는 이끼는 내 발 걸음을 무겁게 만든다. 가파른 오르막 능선이 다 할 무무렵 산행하다가 하룻밤 비박하기엔 안성맞춤인 '비박바위'가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며 다가선다.

집채 만큼이나 거대한 비박바위는 좌 측 아래에 마치 사람이 파 놓은 듯 움푹 들어간 공간을 만들고 위로는 바위 처마가 눈,비를 막아줄 수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 평탄한 바위턱에는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이 꼭 붙어서 어두운 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별을 바라보며 단꿈을 꾸며 잠들 수 있을 만큼 편안해 보인다. 

비박바위를 지나쳐 급한 오르막 비탈을 올라서면 대궐령(740m) 정수리에 닿는다.

 

 

10시 36분  대궐령(740m),갓바위 갈림길

 

대궐령 정수리 일대는 축구장만큼이나 넓은 평지에 마치 부드러운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넓은 사초밭이 비를 맞아 더욱 푸른빛을 띠고 있다. 대궐령은 임금이 계신 곳을 둘러서 이어진 산봉우리를 가리키는 것이라 하며 일반적인 고개의 개념이라기보다는 산줄기의 높은 곳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법하다. 옛 이야기 속에 나오는 중국 당나라때 진의 후손인 주도가 진의 회복을 도모코져 스스로 후주천왕을 자처하고 군사를 일으켰다가 패하여 이곳 주왕산으로 숨어 들었을 때 영덕지방 사람들과 물물교환을 하였던 곳이 바로 이곳 산 정수리 분지인 대궐령이다.

 

 

 

대궐령 정수리엔 '청년사까지 1.4km 주왕산방향'이라 쓰어져 있는 푯말이 정맥 마루금을 알려주고 있으며, '갓바위까지 0.2km'라 씌어져 있는 푯말이 갓바위로 이어지는 산행로를 가리키고 있다. 또한 일반 산행객들이 정맥 마루금을 따르지 못하게 하기위해 굵은 로프가 쳐저 있다.

 

 

10시42분 갓바위전망대 갈림길

 

송영래님과 갓바위전망대 갈림길에 도착하니 마침 갓바위전망대가 있는 방향에서 되돌아오는 고바우님이 조망이 뛰어나니 한 번 갔다 오라고 나에게 말한다. 장맛비가 내리기 때문에 조망이 전혀 없을 거라 예상을 하면서도 고바우님의 말을 따라 갓바위전망대에 가 보니, '혹시나'라는 기대는 '역시나'라는 실망감으로 다가왔다.

 

 

11시 05분 790m봉을 향해

 

갓바위전망대 갈림길에서 내리막 능선을 따라 한차례 내려서니 갓바위등산로와 용전리 그리고 청련사 방향을 가리키는 푯말이 세워져 잇는 작은 안부가 나온다. 이 안부에서  790m봉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 능선에는 미끄러운 흙길과 이끼를 덮어쓰고 있는 너덜이 잇따른다.

한편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점의 산행로 한 복판에서 대여섯 개의 잎을 가진 우단일옆초를 본 오리난초님이 나를 불러 카메라에 담으라고 했었다. 하지만 나는 굵은 빗방울과 거리를 두지않고 뛰따르는 회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그냥 지나치고 지금껏 못내 아쉬운 마음이었다.

 

내 마음을 우단일엽초가 알았을까... 790m봉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 비탈의 너덜을 조심조심 오르는데 산행로 우측으로 집 채 만큼 큰 바위들이 푸른 이끼를 잔뜩 덮어쓰고 이색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 때였다. 거대한 바위 앞의 아름드리 신갈나무를 감싸고 있는 푸른 이끼 아래로 마치 승천하는 용의 비늘을 연상케하는 우단일엽초 군락이 내 눈을 사로 잡는다.

나는 잠시 내 눈을 의심하다 이내 젠걸음으로 다가가 신비하기만 한 우단일엽초에 마음을 빼앗겨 한 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다.

 

 

 

 

11시 10분 우단일엽초

 

우단일엽초[Pyrrosiy Linearifolia (Hook) Ching]는 양치식물 고란초과의 여러해살이풀 상록성으로 근경(根莖)은 가늘고 지름이 약 2mm이며 길게 기어서 자란다. 잎이 드문드문 붙으며 인편(鱗片)에 덮이는데, 인편(鱗片)은 비스듬이 나고 갈색 혹은 흑갈색이다.

선형(船形) 잎은 길어져 실마리와 같고 길이가 3~8cm, 폭이 2~5mm이고 끝이 뭉뚝하며,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끝이 밑쪽 또는 중앙부에서부터 밑쪽이 점차적으로 좁아진다. 잎 자루는 없고 두꺼우며 중륵맥(中肋脈) 뒷면을 제외한 전면에 적갈색, 연한 갈색의 별모양을 한 털이 많이 난다. 포자 낭군은 중륵맥(中肋脈)을 따라 양쪽에 1줄로 붙고, 잎의 윗쪽 1/3~2/3에 붙는데 각가 근접해 있으나 연속하지는 않으며 타원형 또는 원형이다.

 

 

11시 15분 790m봉 헬기장

 

우단일엽초를 감상하느라 조금 늦게 790m봉 헬기장에 오르니 먼저 도착한 송영래님과 최현경님 그리고 익산의 만보기아저씨가 시장기가 동했는지 뭔가를 나눠먹고 있다.

790m봉 정수리에 오르는 나에게 최현경님이 건네준 것은 '찹쌀을 물에 불리어 시루에 찐 뒤에 꿀 또는 흑설탕, 참기름, 대추, 진간장, 밤, 황밤, 잣, 호두 따위를 넣고 다시 시루에 쪄서 만든 밥 즉 '약밥,약반(藥飯),약식03(藥食)'으로 불리고 만들기 위해선 손이 많이 가는 약밥'이다. 나는 최현경님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 맛있는 약밥과 함께 토마토를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최현경님의 간식을 모두 먹어버린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11시 39분 돌무더기삼거리

 

790m봉 헬기장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내리막 등선을 따르니 돌무더기가 수북이 쌓여있는 안부가 나온다. 이 안부에는 청송심씨 빗돌이 있다고 하는데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무릎이 좋지않아 내리막 능선에서는 계속해서 뒤쳐지는 김일석님을 기다리는 사이 송영래님께서 얼마나 더 걸어야 하는지 묻는다. 내가 "앞으로 3시간 이상은 더 걸어야 할 듯 싶습니다."고 대답하니 송영래님은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가자고 하신다. 배낭을 벗어놓고 점심 도시락을 꺼내는데 바로 뒤따르던 최현경님과 만보기아저씨는 790m봉에서 약밥을 먹어 점심 생각이 없다며 송영래님께 "맛있게 식사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고는 이내 발걸음을 옮긴다.

 

아직도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피해 단풍나무 아래에서 밥 한술 떠 입어 넣으려니 김일석님이 돌무더기삼거리에 모습을 보이신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김일석님과 함께 세 사람이 맛있는 점심을 나누고 입가심으로 수분이 많은 배를 나눠 먹는데 후미를 맡고있는 회장님과 그 일행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입가심용 배를 후미일행과도 함께 나누고 서병모님이 건네준 빵 한 쪽을 입에 물고 송영래님과 별바위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12시 43분 성터

 

돌무더기삼거리에서 558.5m봉을 지나 절골삼거리까지는 완만한 능선이 잇따르지만 602.5m봉과 주산재삼거리로 이어지는 산행로부터는 갑자기 모습을 바꿔 가파른 오르낙 비탈을 만든다. 더불어 가파른 오르막 비탈에는 미끄러운 진흙과 물기와 이끼로 덮힌 너덜이 산행객들의 다리를 긴장시키는 구간이다.

602.5m봉 근처 곳곳에는 위 사진에서 처럼 사람이 인위적으로 쌓아놓은 듯 보이는 축대 아니 성벽의 흔적이 아직도 뚜렷하게 남아있어 이곳이 옛 성터였음을 말해준다.

 

 

13시 05분 주산재갈림길

 

절골삼거리부터 높이를 더하며  602.5m봉을 넘어 주산재갈림길로 이어지는 마루금은 산 마루를 따라 능선을 잇지 않고 좌 측에 능선과 봉우리를 두고 우 측으로 휘돌며 주산재까지 이어진다. 또한 심한 고도차는 없지만 계속해서 높이를 더하는 오르막 능선이 30여 분 동안이나 이어지며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송영래님의 얘기로 지루함을 달래며 주산재갈림길에 오르니 이용우 산악대장님이 바닥에 깔아놓은 시그널은 고갯마루에서 우 측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긴 오르막 능선을 오른만큼 잠시 다리쉼을 하려고 배낭을 벗을 때 후미를 맡고 있는 회장님으로부터 무전이 날아온다. 내용은 선두와 중간의 현 위치를 묻는 내용이었는데 선두의 박진용님은 주왕산국립공원경계석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고, 나는 별바위를 향해 가고 있는 중이리고 무전을 날렸다.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송영래님이 준비한 수박을 나누고 있을즈음 철쭉나무가 터널을 만들어 놓고 있는 비탈길 아래에서 김일석님이 올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3명은 또 다시 과일을 함께 나누고 별바위를 향해 발길을 옮겨 10여분 걸으니 짙게 까린 운무를 뚫고 별바위 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온다. 송영래님께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이길숙총무님 목소인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하니 송영래님도 내말에 동감을 하신다.

 

 

 

13시 31분 별바위(745.4m)

 

유난히 큰 목소리를 쫓아 짙은 운무를 뚫고 별바위(745.4m)에 오르니 과연 목소리의 주인공, 총무님이 손중호님을 비롯해 여러 회원님들과 2평 남짓한 별바위 위에 서 있다. 745.4m봉에 '별바위'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운무가 짙게 깔려 벼랑 끝 10여 미터 아래의 상황도 분간할 수 없는 오늘 같은 날씨속에 깍아지른 듯한 천 길 낭떠러지 위에 위치한 별바위 정수리에 서면 저절로 알 수 있을 것같다.

평소 날씨가 화창한 날 별바위 정수리에 서면 청송의 유명한 명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란 영화의 배경으로 더 유명해진 주산지를 조망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아쉬운 마음만 밀려오는 순간이다.

 

위 사진은 천 길 낭떠러지를 등지고 별바위 정수리에 서 있는 회원님들의 모습과 정수리 삼각점을 담은 사진이고, 아래의 사진은 통천문 방향으로 흘러 내리는 능선과 소나무 한 그루를 담은 사진과 별바위 벼랑끝의 돌양지꽃과 바위채송화를 담은 사진이다. 내가 어쩔 수 없이 벼랑 밖으로 한 쪽 발을 내 딛고서 두 야생화를 담고 있는 모습을 본 꽃사슴님은 화들짝 놀라며 나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바위채송화(Sedum polystichoides)쌍떡잎식물 장미목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지의 바위 겉에서 자란다.

밑부분이 옆으로 비스듬히 자라면서 가지가 갈라져서 높이 10cm 내외의 포기로 된다. 줄기의 밑부분은 갈색이 돌며 꽃이 달리지 않는 가지에는 잎이 빽빽이 난다. 잎은 어긋나고 길이 0.6∼1.5cm, 나비 1.2∼2.5mm로 줄 모양이며 육질이다.

꽃은 8∼9월에 노란색으로 피고 대가 없으며 취산꽃차례에 달린다. 포는 꽃보다 다소 길고,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5개씩이다. 수술은 10개이고 꽃잎보다 짧으며, 심피는 5개이고 밑부분이 약간 붙는다. 열매는
골돌과로서 5개이다. 한국·일본·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13시 35분 통천문을 향해

 

별바위에서 뒤로 몇 발자욱울 옮겨 통천문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비탈을 내려가는데 사진에서 보듯 흙이 빗불을 머금고 있고 비탈이 워낙 가팔라 한 걸음씩 조심조심 발을 내 딛는 모습들이다.

 

 

13시 37분 통천문(通天門)

 

하늘과 통(通)한다는 통천문이다.

전국의 유명한 산을 찾아다니다보면 산 정수리 부근에 통천문이란 이름이 붙은 바위문(바위구멍)을 흔히 만날 수 있다. 하늘을 숭배하는 우리 민족의 정신속에는 늘 하늘과 통하고 싶은 열망이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열망이 높은 산의 바위문이나 구멍으로 쪽빛 하늘이 바라다 보이면, 그 바위문을 하늘과 통할 수 있는 문이라 여기고 '通天門'이란 이름을 붙였으리라.

지리산이나 월출산을 비롯해 여러 산에 산재해 있는 통천문은 사람이 그 문을 통과해 하늘과 더 가까이 닿을 수 있는 형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 주왕산 별바위 아래에 있는 통천문을 지나면, 조금 더 하늘에 가까이 닿을 수 있는게 아니고 직접 하늘(저승)로 갈 수 있는 그런 문이다. 이유는 거대한 암장 밑동에 뚫여있는 통천문 밖에는 깍아지른 절벽이 끝없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통천문을 지나 하늘과 통하고 싶은 마음이 동한다면 잠시 참고 거대한 암장 우측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암장을 휘돌아 올라 보라. 그러면 통천문을 지나 하늘과 통하는 것 못지않는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암장 허리의 우측 전망대에 서면 아래의 사진처럼 암장이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솟아있는 모습과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펼쳐지는 주왕산의 능선과 산그리메 그리고 깊게 파인 골짜기로 흐르는 시원하 시원한 계곡물도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위에서 나열한 풍광을 마음 속으로만 봤다...ㅎㅎㅎ

 

  

 

13시 30분 통천바위를 등지고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솟아있는 암장을 등지고 먼 풍광을 조망하는(비록 운무에 묻혀 마음으로만 볼 수 있는 조망이지만...) 모습을 담아 보았다.

 

아래 두 장의 사진은 햇살님이 내가 회원들의 모습과 야생화를 담고 있는 순간을 잡은 사진인데 워낙 잘 나온 사진이라 잠시 빌어 산행기에 실어 보았다. 햇살님 고맙습니다...^*^

 

 

  

 

부처손( spike moss)

 

통천바위 전망대 바로 아래로는 조금은 위험하지만 발을 딛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그 곳으로 조심해서 내려서니 평소 보기 힘든 부처손을 비롯해 돌양지꽃이 만발하다. 사진에서 부처손과 돌양지꽃 우 측으로 보이는 운무속으로는 천 길 낭떠러지가 펼쳐진다.

 

부처손(Selaginella tamariscina)관다발식물 석송목 부처손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건조한 바위면에서 자란다. 담근체()와 뿌리가 엉켜 줄기처럼 만들어진 끝에서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서 높이 20cm 정도 자란다. 가지는 편평하게 갈라지고 앞면은 녹색, 뒷면은 다소 흰빛이 돈다. 습기가 없을 때는 말리므로 공처럼 되었다가, 습기가 있으면 다시 활짝 펴진다.

잎은 1.5∼2mm로 4줄로 배열되고 끝이 실처럼 길어지며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포자낭이삭은 잔가지 끝에 1개씩 달리고 네모지며 길이 5∼15mm이다.
포자엽은 달걀 모양의 삼각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포자는 큰 것과 작은 것이 있다. 전초를 하혈()·통경()·탈항()에 사용하고, 관상용으로 가꾸기도 한다.

부처손이란 한자명인 보처수()에서 온 것이다. 한국·중국·일본·
타이완·필리핀·북인도 등지에 분포한다.

 

 

 

돌양지꽃(Potentilla dickinsii)쌍떡잎식물 장미목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에서 자란다.

전체에 누운털이 있고 뿌리는 통통하며 목질()이다. 줄기는 가늘고 길며 곧게 선다. 높이는 20cm 정도이다. 잎은 대개 밑동에서 뭉쳐나며 잎자루는 길다. 줄기잎은 3출 또는 깃꼴이며 1∼2쌍이고 밑쪽의 잎은 작다. 작은잎은 달걀모양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뒷면은 백색을 띠며, 길이는 2cm 정도이다.

7∼8월에 황색 꽃이 피는데, 꽃은 드문드문 붙고 취산꽃차례[]를 이루며 줄기 끝 또는 잎겨드랑이에 붙고 꽃대는 가늘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고 달걀모양이며 끝이 뾰족하고 덧꽃받침도 있다. 꽃잎은 5개이고 달걀모양이며 수술은 많다. 과실은 수과()로 전체에 털이 있다. 어린 잎은 식용하고 정원의 돌틈에 심어 가꾼다.

전라남도·강원도·경기도·평안북도·함경남도·함경북도 등지에 분포한다. 수과 밑에 있는 털이 수과보다 훨씬 짧은 것은 참양지꽃(var. breviseta ), 잎의 맥 위에만 털이 있고 뒷면이 회청색이 아닌 것은 섬양지꽃(var. glabrata )이라 하며, 울릉도에서 자란다

 

 

 

 13시 43분 한겨레의 미인들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부나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한겨레의 정규산행에 늘 함께 하는 한겨레의 미인들이다. 특히 전장에서 탄환이 떨어져 칼이나 창, 총검 따위와 같은 무기를 가지고 적과 직접 몸으로 맞붙어서 싸우는 백병전(白兵戰)을 치르고 막 도착한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꽃사슴님은 서울에 살면서도 한겨레 산행에는 빠지지 않고 항상 함께하는 열의를 보이는 분이다.  꽃사슴님 화~이팅! 입니다.^*^

 

 

13시 46분 가파른 너덜

 

통천문을 지나 632.2m봉으로 향하는 가파른 내리막 비탈에는 통천바위에서 떨어져 나왔을 법한 작은 돌들이 산행로를 덮고 있는 너덜지대가 형성되 있어 조심조심 발길을 옮겨야만 했다.

 

 

14시 05분 632.2m봉(페허헬기장)

 

위험한 너덜지대을 지나 완만한 능선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 한 차례 오르막 능선을 올라서니 632.2m봉 정수리가 나온다. 정수리에는 예 전 이곳이 헬기장으로 쓰였다는 흔적만 조금 남아 있을 뿐, 별다른 푯말이나 빗돌이 없어 산 봉우리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평범한 모습이다.

 

 

14시 38분 주왕산국립공원 경계석

 

632.2m봉을 가벼운 마음으로 넘고,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르다 660m봉과 701.5m봉을 차례로 넘어서니 완만한 내리막 능선이 30여 분 동안 지루하게 이어진다. 8시간 이상 산길을 걸어야만 하는 대간이나 정맥산행에서의 특성 중 하나가 날머리를 1시간 여 남겨둔 시점부터 종주자들이 부쩍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또한 날머리 근처에서 제법 높은 봉우리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 비탈을 만나기라도 하면 '못 가... 더이상은 못 가...' 라든가 '저 봉우리 너머에 또 넘어야 할 봉우리가 나타나면 봉우리를 확 깍아버릴거야...' 라는 탄식이 섞인 말들이 저절로 입에서 튀어 나오곤 하는 시점이다.

오늘도 회원님들은 660m봉과 701.5m봉을 넘어 설 때, 위의 말을 잊지 않았고, 긴 내리막 능선을 따라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다 갑자기 550m봉의 검은 그림자가 앞을 막아 설 때, 구지양님을 비롯해 여러 회원님들은 '이제 더 이상은 못 간다'고 엄살을 떨었다.

 

산행할 때 나는 종종 송영래님 뒤를 따르는 것을 즐기곤 한다. 그러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송영래님과 함께 걸으며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인생 얘기를 들으며 많은 것을 배우고, 또한 송영래님의 보조(步調)에 맞춰 산행을 하면 가장 힘들지 않는 걸음으로 산행을 했던 기역이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몇몇 회원님들이 550m봉을 보고 '더 이상은 못 간다'고 엄살을 떨 때, 산행로 우 측 가장자리 커다란 졸참나무 뒤에 숨어있는 주왕산국립공원 경계석을 발견하고 "앞으로 10분만 더 걸으면 되니까 다들 힘 내세요." 라고 하니까 구지양님이 "날머리가 가까워 지면 늘 하는 뻔한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한다. 나는 하 하 하 큰 소리로 한 번 웃고 커다란 졸참나무 뒤에 숨어 있어 잘 보이지 않는 '국립공원구역'이라 ?어져 있는 경계석을 가리키며 "여기 경계석이 있으니 진짜로 10분만 더 걸으면 된다니까요..."라고 말하니, 근처 모든 회원회원님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띈다.

 

배낭에서 무전기를 꺼내 후미를 맡고 있는 회장님께 "지금 피나무재를 10여 분 거리에 둔 '주왕산국립공원 경계석'을 지나고 있다." 고 하니, 회장님에게선 "부럽습니다. 안전 산행하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동시에 정맥호 선장님인 박종구님으로부터는 "피나무재에서 청송 방향으로 200여 미터만 내려오면 정맥호가 정박해 있습니다."라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무전기를 도로 배낭에 넣고 550m봉이 일어서는 오르막 비탈에 막 첫발을 내 딛으려고 하는데 뒤에 있던 햇살님이 먹으것 좀 내 놓으라고 하며 허기져 더 이상 걸을 힘이 없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주위 회원님들 중 송영래님이 배낭에서 들깨가 먹금직하게 묻어 있는 맛있는 떡을 꺼내놔 햇살님을 비롯해 여러 회원님들은 그 떡의 힘을 빌어 550m봉을 가볍게 넘어 설 수 있었다.

 

 

 

14시 58분 큰까치수영(염)

 

대궐령을 깃점으로 남서 쪽으로 향하던 정맥 마루금은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인 550m봉을 깃점으로 정남 쪽으로 방행을 바꿔 피나무재까지 완만한 내리막 능선을 만들며 이어진다. 피나무재가 내려다 보일 무렵 나를 보고 환하개 웃고 있는 '큰까치수영'을 만나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큰까치수염(Lysimachia clethroides)은 앵초과(櫻草科 Primulaceae)에 속하는 다년생초로 큰까치수영이라고도 한다.

키는 1m까지 자라는데, 줄기의 아래쪽은 약간 붉은빛을 띤다. 어긋나는 잎은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짧은 잎자루가 있다. 흰색의 꽃은 6~8월경 줄기 끝에 총상(總狀)꽃차례로 피는데 꽃차례 끝이 아래로 조금 숙여져 핀다. 꽃잎과 꽃받침잎은 모두 5장이며 수술은 5개, 암술은 1개이다. 봄에 어린순을 캐서 삶아 나물로 먹는다. 중국에서는 식물 전체를 캐서 진주채(珍珠菜)라고 하여 이뇨제나 월경불순의 치료제로 쓴다.

 

 

15시 00분 피나무재(490m)

 

오늘 산행의 날머리인 피나무재에 닿으니 그동안 굵게 쏟아지던 장맛비는 가랑비로 변해 부슬부슬 내 어깨위로 떨어진다.

피나무재에는 주왕산(721m)을 비롯하여 무포산(718m)과 무장산(641m)이 속해 있는 경상북도 청송군 동부의 부동면(府東面)에서 이어지던 914번 자방도가 내룡리와 봉산리를 거처 종래에는 영덕으로 넘어가가기 위해 굽이굽이치는 고갯마루에 위치해 있다.

 

오늘 산행은 올 들어 처음으로 장맛비를 맞으며 위험한 구간을 넘나들어야 하는 힘들었다면 힘든 산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위험한 구간은 서로 도우며 무사하게, 힘든 구간은 서로 경려하며 즐겁게, 반가운 여러 회원님들과 함께 한 산행이었기에 장맛비속을 헤쳐나가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완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산행을 마치고 하산주를 기울이며 나눈 얘기를 추억하면서, 15일 초복날 11구간 산행 후 즐길 수 있는 맛있는 삼계탕을 기대하며 다음 산행에서 반가운 얼굴로 만나길 기원합니다. 혹시 초복날의 삼계탕 맛이 기역이 안 난다면 작년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화방재에서 먹었던 삼계탕을 떠 올리시면 됩니다. 참고로 저는 두 마리나 먹었거든요...ㅎㅎㅎ

마지막으로 회원님들 즐거운 나날 이어가시고 다음 산행에서 만날 때까지 행복하세요. *^^*

 

***  읽으시며 다른 의견이나 오류가 있으면 꼬~옥! 댓글을 남겨 주세요....^*^  ***

 

2007년 07월 09일

 

강일구

 

추신 : 호랑이 총무님 발바닥에 잡힌 물집은 다 나았는지요...? 호랑이 발바닥에 물집이 잡힌다, 통 이해가 안 가는군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