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종주기

낙동정맥 제11구간 고라산(古羅山 744.6m)

작은岳馬 2007. 7. 16. 11:24

 

  낙동정맥 제11구간 고라산(古羅山 744.6m)

 

산행일자 : 2007년 07월 15일 (무박산행)

 

산행장소 : 피나무재~549.9m봉~무포산삼거리~622.7m봉~580봉 폐헬기장~질고개~산불감시초소~580m봉~갈미골안부~680m봉~도동기골안부(삼각점)~성유골안부~785m봉 폐헬기장(삼각점)~805.5m봉 폐헬기장~간장현~660m봉~706.2m봉~통점재~620m봉~776.1m봉~고라산~옛길(임도)~580m봉~가사령

 

산행모임 : 대전한겨레산악회 (38명)

 

산행날씨 : 맑음

 

신행거리 및 시간 : 25km, 07시간 56분

 

 태풍 '마니'를 놓고, "이번 태풍은 한반도 남부는 물론 태안반도 근처 중부지방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라고 일본 기상청이 예보한 데 반해, 우리 기상청은 "한반도에 이번 태풍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다"라고 분석했었다. 결과적으로 우리 기상청의 분석이 맞았던 셈이지만, "태풍 '마니'가 일본에 상륙해 적지 않은 물적 피해와 3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부상했다" 는 NHK의 방송을 들으니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온다.

 

 퇴근하며 충북 옥천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대전의 터줏산 이라 할 수 있는 식장산食藏山(623.6m) 정수리를 바라보니 은백색의 방송 중계용 안테나가 오늘 따라 유난히 반짝이며 다가선다. 아마도 장맛비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공기 중의 미세먼지나 스모그를 모두 씻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식장산(食藏山 623.6m)은 번화한 대전 시가지와 서 쪽의 보문산(457.6m), 북 쪽의 계족산(423.6m)을 내려다 보고 있으며 동북 쪽에 자리잡은 대청호수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담고 있다. 또한 멀리는 계룡산, 대둔산, 서대산과 대화하듯 마주하며 그 자태를 뽐내고 있기도 하다. 또한 식장산의 높고 빼어난 산세는 신비로움마저 던져주고 그 골짜기마다 희귀식물과 숲이 울창하고 수많은 유적과 전설이 고이 간직되어 있다.

 식장산은 삼국시대에 백제와 신라의 국경을 이루었던 산으로, 대전의 상징처럼 동 쪽에 높이 솟아 있다. 그런 만큼 많은 전설과 유래가 묻혀있는 곳이기도 하다. 식장산은 자락이 넓고 물이 좋아서 옛날부터 만인을 살릴 수 있는 땅이라는 기록이 있고 삼국시대에는 백제와 신라의 경계가 되어 어떤 장군이 식장산에 많은 군량을 숨겼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식장산의 명칭에 대해서는 백제시대 성을 쌓고 군량을 많이 저장하고 신라 침공을 방어하던 요새 지역이었다는 기록에 연유하여 식장산(食藏山)이라고 불렀다는 설과, 먹을 것이 쏟아지는 밥그릇이 묻혀 있다 하여 식기산 또는 식장산이라 했다는 설이 있다.

 

 유난히 맑고 푸른 하늘에 간간이 뭉게구름이 떠 다니고 식장산食藏山(623.6m) 정수리 안테나가 선명하게 다가서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내일은 장맛비가 내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저절로 상쾌해지는 기분으로 정맥호에 올라 07월 17일 04시 30분에 피나무재(490m)에 닿았다.

 

 

 04시 40분 피나무재(490m 들머리)

 

 피나무재 고갯마루에 서니 아직 어둠이 짙게 깔려 사위는 어둡고 고요한 기운이 감돌며 지나가는 차 소리나 인기척까지도 느껴지지 않는다. 4시간 동안 정맥호로 이동하느라 굳었던 몸은 최영 구조대장님의 구령이 맞춰 산행 전 준비운동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한결 부드러워짐을 느낀다.

준비운동을 마친 회원들은 저마다 어깨에 배낭을 메고 고갯마루 절개제에서 떨어져 나올 염려가 있는 낙석이나 산사태에 대비해 쳐 놓은 철책 앞으로 모여든다. 오늘 산행의 들머리는 일명 '개구멍'으로 피나무재 고갯마루 철책 중간에 뚫려있기 때문이다.

이 구멍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먼저 배낭을 벗어 구멍으로 밀어넣고 몸을 최대한 낮춰 조심해서 통과한 다음 배낭을 메고 비탈면을 올라야 한다. 그러므로 한두 명도 아니고 40여명에 달하는 회원들이 모두 통과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04시 41분 이동통신용 안테나

 

 들머리에서 나즈막한 비탈을 한 차례 올라서면 이동통신 회사에서 설치해 놓은 듯한 통신용 안테나가 어두운 곳에서도 특유의 은백색 빛을 발하고 있다. 안테나로 소재로 많이 쓰이는 은백색의 알루미늄(aluminium)은 가볍고 가공하기 쉬운 부드러운 성질을 가지고 있고, 또한 인체에 해가 거의 없으므로 건축, 화학, 가정용품 제작에 널리 쓰이고 있다.


 

 

 05시 00분 임도

 

 피나무재에서 시작된 완만한 정맥 마루금은 549.9m봉 정수리를 지나지 않고 정수리를 촤측에 두고, 우측 산 허리로 이어지는 좁은 오솔길을 따라 이어진다. 좁고 위험해 보이는 오솔길에 어제까지 내린비가 채 마르지 않아 미끄럽기까지 한, 549.9m봉 우 측 사면의 오솔길을 조심조심 지나면 야트막한 봉우리와 완만한 능선이 어두운 사위속에서 20여 분 동안 번갈아 이어지다가  종내 임도에 닿는다.

 

 

 

 05시 19분 여명(黎明)을 바라보며

 

 무포산(716.7m)삼거리를 지날 때만 해도 푸른 빛을 발하던 동녘의 산그리메 위로 붉은 빛을 발하는 여명(黎明)을 감상하는 사이 어느덧 발길은 622.7m봉이 일어서기 시작하는 산기슭의 콘크리트 임도에 닿는다. 이 콘크리트 임도는 정맥 마루금 우측에서 한동안 마루금을 따라 다닌다.

 

 

 05시 28분 억새밭

 

 콘크리트 임도에서 622.7m봉 이어지는 능선 우측으로는 넓은 억새밭이 펼쳐지는데 그 모습을 본 나이 지긋하신 회원 한 분은 옛 생각이 났는지 "이곳에 소를 방목하면 소들이 좋아 하겠다"고 하시며, 잠시 어린시절을 회상하시는지 눈을 지그시 감고 먼 곳의 산그리메를 한동안 바라보신다.

억새가 동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물결치는 아름다운 지점을 지나면 이내 아래 사진에에서 보듯 낙동정맥 종주자들이 매달아 놓은 시글널이 바람에 날리는 622.7m봉 정수리를 지난다.

 

  

 

 05시 48분 돌무더기 봉우리

 

 

 05시 51분 580m봉 폐헬기장

 

 사람 키 보다 높고 무성하게 자란 억새와 조록싸리가 길게 이어지는 산행로를 따라 나무 덤불을 헤치고 걸음을 옮기니 어디선가 코를 자극하는 냄새가 바람에 실려온다.

그 냄새가 어릴적 산에가면 종종 맡아지곤하던 냄새라고 생각하는 사이 "운향과(芸香科 Rutaceae)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3m 정도 높이로 자라고, 꽃은 연한 녹색이으로 열매는 초록빛이 도는 갈색이나 익으면 벌어져 검은색 씨들이 밖으로 나오는 산초나무(山椒木)"가 간간이 눈에 띈다.

봄에 나는 산초나무의 새 잎을 국에 넣어 먹기도 하며, 씨를 빻아서 민물고기국의 향미료로 쓰는데, 특히 추어탕에 넣어 먹으며, 열매는 초피나무의 열매와 같이 약으로 쓰기도 한다. 초피나무 열매를 산초라고 하며, 산초나무 열매는 분디 또는 분지라고 한다.
 
 어릴적 추억이 되 살아나게 하는 산초나무와 초록싸리가 다 할 무렵 580m봉 폐헬기장이 조용히 다가선다. 580m봉 폐헬기장에 도착한 외원님들은 1시간 10분여 동안 쉬지 않고 걸음을 옮기느라 갈증이 났는지 저마다 배낭에서 물병을 꺼내 목을 축이는 모습들이다.

 

 

 

 06시 37분 도라지(산도라지)

 

 도라지(balloonflower)는 chinese bellflower라고도 하며 초롱꽃과(─ 科 Campanulaceae) 도라지속(─ 屬 Platycodon)에 속하는 단 하나뿐인 동아시아산 다년생초로 풍선처럼 생긴 꽃눈이 자라 꽃이 된다. 나팔꽃처럼 벌어지는 꽃은 5갈래로 갈라지고, 두껍고 질기다. 열매는 다 익으면 5조각으로 갈라지는 씨꼬투리로 맺히며 끝이 터진다. 잎은 계란 모양으로 끝이 뾰족하며 잎자루가 없다. 길이 30~70㎝ 정도 자라는 줄기의 끝으로 갈수록 잎의 너비가 점점 좁아진다. 꽃은 연보랏빛이 도는 파란색 또는 흰색을 띠며, 갈라진 끝은 뾰족하고 지름 5~7㎝ 정도이다. 뿌리는 봄과 가을에 캐서 날것으로 먹거나 나물로 만들어 먹는다. 뿌리는 섬유질이 주요성분이며 당질·철분·칼슘이 많고 또한 사포닌이 함유되어 있어 약재로도 쓰인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캐서 껍질을 벗기거나 그대로 햇볕에 말린 것을 길경(桔梗)이라고 하는데, 인후통·치통·설사·편도선염·거담·진해·기관지염 등에 쓰고 있다. 일찍부터 식용·약용으로 써오던 도라지는 〈도라지타령〉에서 볼 수 있듯 우리 민족의 생활과도 매우 친근한 식물이다. 많은 변종들을 뜰에 관상용이나 가장자리용 식물로 심고 있다.

 

 

 06시 39분 질고개(430m)

 

 피나무재에서 서 쪽으로 머리를 두고 향하던 마루금은 임도를 지나 우측(북 쪽) 무포산(716.7m)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있는 지점에서 남 쪽으로 머리를 돌려 580m봉 폐헬기장까지 이어진 뒤 잠시 남동 쪽으로 향하는가 싶더니 이내 남 쪽으로 머리를 돌린다. 580m봉 폐헬기장부터는 완만한 내리막 능선에 소나무가 마루금 가장자리에 줄지어 서 있고, 고산지대에서 눈에 흔하게 띄던 신갈나무는 간간이 보일 뿐, 그 자리를 참나무 중 잎이 가장 작다는 '졸참나무'가 차지하고 있다. 질고개가 가까워지며 마루금은 다시 남동 쪽으로 이어지는데 발을 딛을 때마다 땅속에서 물이 촉촉히 배어 난다.

 

 청송군 부동면 내룡리와 부남면 화장리를 잇는 932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질고개가 내려다 보일 즈음 땅이 푹 꺼진 듯 보이는 절개지다 나타나는데, 그 절개지에서는 연신 물이 흘러 나오고 절개지 아래의 움푹 들어간 땅에서도 연신 물이 배어 나온다. 때문에 질고개의 포장도로를 20여 미터 앞 두고 회원들은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걸음을 옮기는 모습들이다.

질고개는 이름에서 느껴지 듯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고 늘 질척질척한 진흙이 고갯마루를 뒤 덮고 있어 이 고갯마루를 지나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잘 포장된 2차선 도로가 지나고 있어 고갯마루 가장자리의 습지에서나 옛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06시 42분 다래난초

 

 질고개에서 화장리 방향으로 50여 미터를 따르니 좌측 밭이 시작되는 지점에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로 이어지는 들머리가 나온다. 야트막한 절개지에 올라서니 이내 묘가 나오고 그 묘 가장자리에 종주자들의 발길에 치어 금방이라도 꺽일 듯한 '타래난초' 한 촉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타래난초의 아름답고 신비한 모습을 카메라에 멋지게 담으려 했으나, 지금 껏 봐 왔던 타래난초에 비해 너무나 작고 연약하여 안타깝기만 했다.

 

 타래난초(Spiranthes sinensis)는 난초과(蘭草科 Orchidaceae)에 속하는 다년생초로 키는 30㎝ 정도 자란다. 잎은 줄기 위쪽으로 갈수록 크기가 점점 작아지며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기부는 줄기를 감싼다. 연분홍색의 꽃은 5~8월경 줄기 끝의 수상(穗狀)꽃차례로 풀린 용수철처럼 꼬이며 핀다. 투구처럼 생긴 꽃은 길이가 1㎝도 채 되지 않는다. 흔히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고, 때때로 흰색 꽃이 된다.

 

 

 06시 50분  산불감시초소

 

 질고개에서 동 쪽으로 머리를 돌려 580m봉을 향해 차츰 높이를 더하는 마루금을 따르니 이내 산불감시초소가 눈 앞에 다가선다. 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가 오늘 산행하는 구간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곳이라 하여 여러 회원님들을 모시고 먼저 기념촬영을 하고 사위를 조망해 본다. 

 

 

 질고개 좌측(동 쪽)으로 자리잡은 내룡리의 한 마을과 농경지를 지나 지금껏 지나온 산기슭에 저수지가 아스라이 바라다 보인다. 위 사진과는 달리 직접 봤을 때는 저수지의 고요한 수면에 녹색의 산줄기가 반영되어 마치 잔디가 잘 깔려 있는 잔디밭이나 잔디 언덕으로 보였다.

회장님이나 김일석님은 내가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저수지라 고 말하니 사뭇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들은 저수지라고는 전혀 상상을 못했다 고 했다. 이렇듯 자연은 계절과 그날 그날의 날씨, 햇빛이 비추는 각도(동틀녘, 아침, 점심, 해질녘)에 따라 사람들의 눈을 현혹하며 변화무쌍(變化無雙)한 모습으로 다가와 산을 찾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무장산(640.8m) 자락에 고즈넉히 자리잡은 내룡마을 위로 골짜기를 따라 물안개가 살포시 피어 오르는 모습이 무장산을 비롯해 주변의 산과 능선들을 더욱 신비스럽게 만든다. 무장산 너머로 깔려 있는 운무만 아니었다면 아마 푸른 동해를 조망 할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아래의 사진은 위 사진에서 카메라 앵글을 서 쪽으로 조금 이동해 잡은 사진이다.

 

 

  

 2주 전 아니면 1개월 전 직접 밟고 지나왔을 낙동정맥 능선을 조망하는데 겹겹이 잇따르는 산그리메가 내 마음을 마냥 설레게 한다. 또한 지금까지 조망이 없어 답답했던 마음이 한 순간에 깨끗이 씻겨나가는 기분이다.

 

 

06시 50분~07시 13분 맛있는 아침식사

 

 속속 도착하는 회원님들과 맛있는 아침을 나누다가 오늘 따라 유독 밥을 먹지 않고 떡이나 과일 등 간식거리로 아침을 대신하는 회원님들이 많음을 알고,  그 이유를 잠시 생각해 보니 오늘 산행을 마치면 가사령에서 기다리고 있을 삼계탕(補身湯)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 '대전한겨레산악회'에서는 매년 초복날이나 초복을 즈음하여 무더운 날씨속에서도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는 회원님들의 더위를 조금이나마 덜어 주려고 삼계탕을 정성껏 준비해 대접한다. 오늘이 초복(初伏)이니 만치 잠시 복(伏)의 어원과 유래 그리고 풍습에 대해 알아보자.

 

 삼복(三伏)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들어 있는 속절(俗節)이다. 그 중 초복(初伏)은 삼복에서 첫 번째 복(伏)을 의미하며, 하지가 지난 뒤 셋째 경일(庚日)을 말하며 넷째 경일(庚日)을 중복, 입추 후 첫 경일(庚日)을 말복이라 하여, 이를 삼경일(三庚日) 혹은 '삼복(三伏)' 이라 한다.

복날은 10일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린다. 그러나 해에 따라서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을 두고 이어지기도하는데, 올 해를 예로 들 수 있으며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한다. 복의 어원에 대해서는 신빙할 만한 설은 없다. 다만 최남선의 [조선상식(朝鮮常識)]에 의하면 '서기제복(暑氣制伏)'이라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복(伏)은 원래 중국의 속절(俗節)로 진(秦)·한(漢) 이래 매우 숭상된 듯 하다. 조선 후기에 간행된 [동국 세시기]의 기록에 의하면 "상고하면[사기(史記)]에 이르기를 진덕공(秦德公) 2년에 처음으로 삼복 제사를 지냈는데, 성 4대문 안에서는 개를 잡아 충재(蟲災)를 방지했다고 하였다."라는 내용이 전한다. 이로 보아 삼복은 중국에서 유래된 속절(俗節)로 추측된다.

 

 삼복은 1년 중 가장 더운 기간으로 이를 '삼복더위'라 한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더위를 이겨 내라는 뜻에서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빙표(氷票)를 주어 관의 장빙고(藏氷庫)에 가서 얼음을 타가게 하였다. 복중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아이들과 부녀자들은 여름 과일을 즐기고, 어른들은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산간계곡으로 들어가 탁족(濯足)을 하면서 하루를 즐겼다 고 한다.

 

 물가에 나가서도 천렵을 하며 닭죽을 끓여 먹는데, 임자수탕(荏子水湯 : 깻국탕)이라 하여 깨를 불려 껍질을 벗기고 볶아서, 곱게 갈아 체에 밭친 뽀얀 국물과 영계를 푹 삶아 고은 국물을 섞어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건더지로 미나리 초대와 오이, 버섯, 등골전 등을 녹말에 묻혀 데쳐서 넣어 만든 고소하고 영양이 풍부한 냉국이다 고 전한다.

 

 우리나라의 4계절 가운데 초복, 중복, 말복이 지나는 30일 동안은 장마 뒤여서 습기가 많은 때이고, 섭씨 30도에서 35도로 더위가 심할 때이다. 산의 물가에 가서 복놀이를 하며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더위를 잊고, 오행의 원리로 열이 있는 것을 먹음으로써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보양하였다.

 

 복음식으로 삼계탕, 개장국(보신탕), 닭죽, 육개장, 임자수탕, 민어국, 팥죽 등이 있다. 삼계탕과 보신탕은 조선 후기의 기록인 동국세시기, 경도잡지, 열량세시기에 전한다. 또한 적소두죽(赤小豆粥)이라 하여 붉은팥으로 죽을 쑤어 동지와 같은 의미로 잡귀를 빨간색으로 쫓아 열병을 예방하였다. 삼계탕 검은 영계에 백삼, 창기를 넣어 끓인 것도 있고 영계에 찹쌀, 백삼, 마늘을 넣은 영계 백숙을 만들어서 닭살은 소금에 찍어 먹고, 국물엔 찹쌀을 넣어 닭죽을 쑤어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여 먹는다.

 

 

 07시 38분 갈미골안부

 

 아름답게 펼쳐지는 주변 풍광을 감상하며 맛있는 아침을 먹고 점점 높이를 더하는 580m봉을 가볍게 넘어서니 커다란 멧돼지 목용탕이 있는 갈미골 안부 근쳐를 지난다. 오늘 산행하는 동안 여러 개의 멧돼지 목용탕을 지났다. 이는 피나무재~가사령 구간에 작은 습지가 많고 또한 멧돼지들이 많이 분포해 있다고 말 할 수 있겠다.

 

 

 

 08시 51분 하늘말나리

 

 갈미골 안부에서 680m봉으로 이어지는 오르막 능선에는 하늘을 향해 활짝 웃고 있는 '하늘말나리'와 잎이 솔잎을 닮았다는 '솔나리'가 내 발목을 잡고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다.

 

 하늘말나리(Lilium tsingtauense)외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산말나리·산채()·소근백합()이라고도 한다. 산과 들에서 흔히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서며 거의 털이 없고 높이 1m 정도이다. 비늘줄기는 지름 2∼3cm이고 달걀 모양 구형이며, 비늘조각에 환절()이 없다. 잎은 돌려나거나 어긋나고, 돌려난 잎은 6∼12개로 바소꼴 또는 달걀을 거꾸로 세운 듯한 모양의 타원형이며, 1개씩 어긋난 잎은 위로 갈수록 작아진다.

꽃은 7∼8월에 노란빛을 띤 붉은색으로 원줄기 끝과 가지 끝에서 위를 향하여 핀다. 화피갈래조각은 바소꼴이고 노란빛을 띤 붉은색 바탕에 자주색 반점이 있으며 끝이 약간 뒤로 굽는다. 열매는 달걀을 거꾸로 세운 듯한 모양의 원주형 삭과이고 10월에 익으며 3개로 갈라진다.

관상용으로 이용하거나
참나리와 같이 약용하고 비늘줄기는 식용한다. 한국·중국에 분포한다. 화피에 자주색 반점이 없는 것을 지리산하늘말나리(var. carneum), 짙은 노란색 꽃이 피는 것을 누른하늘말나리(var. flavum)라고 한다.

 

 

 

08시 56분 솔나리

 

 

 

 09시 07분 785.0m봉 폐헬기장

 

 동 쪽으로 향하던 마루금이 680m봉을 넘어서자 남  쪽으로 머리를 두고 완만한 능선이 잇따른다. 완만한 능선에는 청송군 부동면과 부남면 그리고 포항시 죽장면을 알리는 삼각점이 막혀 있는 도동기골안부(삼각점)와 성유골안부 또한 700m폐헬기장이 차례로 잇따른다. 이렇게 완만하게 남 쪽으로 이어지던 능선은 700m폐헬기장을 지나며 갑자기 표정을 바꿔 785.0m봉 정수리에 있는 폐헬기장까지 가파른 오르막 비탈을 만들며 종주자들의 허벅지 근육을 팽창시키며 또한 숨까지 가쁘게 한다.

 

 785.0m봉 폐헬기장 한쪽에 막혀 있는 삼각점을 확인하고 헬기장 중앙에 서니, 머리위로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이 나로 하여금 저절로 그늘을 찾아 들게 한다. 헬기장에 먼저 도착한 분들이 방울토마토를 나누고 있기에 나는 배낭에서 바나나를 꺼내 회원님들에게 하나 씩 나눠주고 방울토마토와 박영규님이 정성껏 깍아 건네준 맛있는 참외를 받아 먹었다.

 

 아래의 사진은 헬기장에서 산행기에 올릴 회원님들 모습을 캡처(capture)하고 있는데 이번 낙동정맥 종주 산행에서부터 한겨레와 함께하고 조금은 엉뚱한 데가 있어 가끔 나를 놀라게 하는 김홍기님이 자신의 모습도 담아 달라 고 하여 담아 보았다.

 

 

 

 09시 18분 괴목

 

 평소 술을 천천히 즐기며 조금만 줄였으면... 하는 김홍기님을 뒤로 하고,  805.5m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르는데 앞 서 가던 회장님이 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를 꺼내 든다. 무슨 일인가 하고 다가가 보니, 커다란 나무 밑동에 뚫려 있는 구멍이 신기해 그 모습을 담고 있다. 펑소 괴목을 좋아하는 회장님 답다고 생각하며 나 역시 한 컷 담아 보았다.

 

 

 09시 25분 805.5m봉 헬기장

 

 785.0m봉 폐헬기장에서 완만한 능선을 따라 기분좋게 15분여 동안 발품을 파니 삼각점은 없지만 헬기장 흔적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805.5m봉의 헬기장에 닿는다.

 

 

 09시 36분 상옥마을(上玉里)과 가사령

 

 805.5m봉 헬기장을 10분여 지나니 남 쪽의 커다란 졸참나무 사이로  우 측 능선 776.1m봉과 고라산(744.6m) 기슭에 고느넉히 자리잡은 상옥마을(上玉里)과, 우 측 고라산 기슭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던 길이 종내 '가사령(540m)'에 닿는 보습을 조망 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정맥마루금은 간장현으로 급하게 높이를 낮추며 숨을 고른 다음 660m봉과 706.2m봉을 힘들게 넘어 다시 통점재에서 68번 지지방 도로를 만나 잠시 주춤하다가, 620m봉과 776.1m봉 그리고 고라산을 차례로 넘어 선 다음 작은 옛 길(임도)를 지나 580m봉을 넘어 오늘 산행의 날머리가 있는 가사령에 닿게 된다.

 

 상옥마을이 속해 있는 죽장면(竹長面)은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에 있는 면으로 입암리에 면소재르 두고 있으며 면적은 235.68㎢에 달한다. 면 전체가 태백산맥의 등줄기에 해당하여 대체로 300~800m의 험준한 산지를 이룬다. 곳곳에 보현산(839m)·구암산(807m)·향로봉(930m)·동대산(791m) 등이 솟아 있다. 청송~포항을 잇는 국도가 면내를 통과하고 입암(立巖)·가사(佳士)·매현(梅峴)·침곡(針谷)·일광(日光)·지동(芝洞)·정자(亭子)·감곡(甘谷)·상사(上舍)·하사(下舍)·석계(石溪)·합덕(合德)·월평(月坪)·방흥(方興)·현내(縣內)·봉계(鳳溪)·두마(斗麻)·상옥(上玉)·하옥(下玉) 등 19개 동리가 있다.

 

 

 09시 54분 무명봉

 

 805.5m봉을 넘어 간장현을 향해 높이를 낮추는 능선을 따라 30여분 발품을 파니 마루금 우측으로 무명봉 하나가 나온다. 그런데 마루금은 이 무명봉 정수리를 지나지 않고, 아래의 사진에서 처럼 봉우리 아래를 좌측으로 휘돌며 이어진다. 나는 갑자기 이 무명봉 정수리에는 뭐가 있을까 궁금하여, 숨을 헐떡이며 젠걸음으로 무명봉 정수리에 오르니 서너 평 되 보이는 정수리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다만 소나무 한 그루만이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09시 59분 간장현(618.5m)

 

 무명봉 정수리에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나뭇잎 하나 하나로 보면 작은 잎에 불과하지만, 나뭇가지마다 무성하게 달려 넓은 파라솔과 같이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는 졸참나무 그늘로 몸을 숨긴다. 졸참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산행로를 따르다 보니 어느덧 간장현에 닿는다.

간장형에서는 서 쪽으로 이어지는 골짜기를 따르면 청송군 부남면 간장마을의 간장저수지에 이른다. 반면 동 쪽으로 이어지는 골짜기는 포항의 죽장면 하옥마을로 이어져 있다.

 

 위 사진은 간장현에서 620m봉과 776.1m봉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 비탈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회원님들의 모습들 인데,  805.5m봉에서부터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과 내리막 비탈을 따르다가 갑자기 가파른 비탈을 보고 다 들 놀라는 표정이다.

 

 

 10시 19분 706.2m봉

 

 간장현 620m봉을 지나 776.1m봉 정수리로 이어지는 가파른 비탈은 회원님들의 허벅지 근육과 폐활량을 실험하기에는 충분할 정도로 가팔랐다. 한편 620m봉을 넘어 776.1m봉을 향해 가파른 우르막 비탈에 막 발을 내딛는데 한겨레의 최고 어른신인 손중호님이 시장기가 동해 더 이상은 못 가겠으니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가자 고 하셨다. 그래서 손중호님과 회장님을 비롯해 예닐곱 명의 회원들은 시원한 졸참나무 그늘에서 간식을 나눴다. 오늘 간식은 내가 준비한 참외와 감자떡 그리고 찹쌀떡이 단연 인기를 끌었다. 사실은 과일은 내놓기가 무섭게 동이 났지만 떡과 빵은 강매하다시피 하여 모두 팔았다.

 

 한편 "자신은 집어서 가져온 간식을 내놓을 기회가 없어 배낭의 무개가 줄지 않는다"고 말하는 류영돈님을 뒤로 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776.1m봉 정수리에 오르니 백두대간 2차 종주를 할 때나, 낙동정맥을 종주 하고 있는 지금도 늘 변함없이 산행에 함께 하시며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 주시는 회원 두 분이 정수리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다리쉼을 하고 있다.

"두 분 언제나 화~이~팅~입니다. 그리고 늘 건안하시고 앞으로도 즐거운 산행 함께 해요...^*^"

 

 

 

 10시 22분 솔나리

 

 776.1m봉에서 시작된 짧고 완만한 능선이 다하고 통점재를 향해 가파르게 높이를 낮추는 비탈을 내려서는데 앞 서 가시던 회장님이 한 촉의 솔나리 줄기 끝에 만개한 두 개의 꽃과 역시 두 개의 꽃망울 달고 있는 '솔나리'를 감상하고 있다.

이 솔나리를 카메라에 담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유는 동해로부터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정맥종주자들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날려주는 반면, 키가 50cm 가량 자란 솔나리를 흔드는 바람에 솔나리가 바람이 잦아들어 움직이지 않는 틈을 캡처하리란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솔나리(Lilium cernum)외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솔잎나리라고도 한다. 산지에서 자란다. 줄기는 가늘고 단단하며 높이 70cm 정도까지 자란다. 비늘줄기는 달걀 모양 타원형이며 길이 3∼3.5cm, 지름 2∼2.5cm이다. 잎은 어긋나고 다닥다닥 달리며 길이 4∼18cm, 나비 1∼5mm로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위로 갈수록 작아지며 털이 없고 잎자루는 없다.

꽃은 7∼8월에 1∼4개가 밑을 향해 피고 짙은 홍색빛을 띤 자주색이지만 안쪽에 자줏빛 반점이 있으며 화피가 뒤로 말린다. 6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은 길게 밖으로 나오고, 열매는 삭과로서 넓은 달걀을 거꾸로 세운 듯한 모양이고 3개로 갈라지며 갈색 종자가 나온다.

비늘줄기는 약용한다. 한국(강원 이북), 중국 동북부에 분포한다. 흰솔나리(var. candidum)는 흰색 꽃이,
검은솔나리(var. atropurpureum)는 검은빛이 도는 홍자색 꽃이 핀다.

 

 

 10시 37분  포항시 경계점

 

 머리카락이 날릴만큼 살랑살랑 불어오는 미풍에도 한들한들 춤을 추는 아름다운 솔나리를 감상하고 오랜만에 솔향기가 물씬 풍기는 소나무 밭을 따라 가파른 내리막 비탈을 10여 분 동안 내려서니 마루금 중앙에 청송군과 포항시의 경계점임을 알리는 푯말이 박혀 있다. 피재에서 낙동정맥 첫 구간에 발을 내딛고 열한 구간을 종주하고 있는 지금 포항시에 접어든 것이다.

 

 

 

 10시 46분 통점재(550m)

 

 706.2m봉 정수리에서 시작된 가파른 내리막 비탈은 포항시와 청송군을 잇는 68번 지방 도로가 지나는 통점재(550m)까지 이어진다. 68번 지방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가파르게 깍아놓은 절개지 촤측을 따라 조심조심 내려 선 다음 2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620m봉 기슭에 닿으니, 절개지 공사를 할 때 발생한 잡석을 쌓아놓은 공터에는 초록싸리와 달맞이꽃이 유난히 많이 피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위 사진은 통점재에서 포항시 방향을 보고 담은 사진과 통점재를 지나 앞으로 올라야 할 620m봉을 담은 사진이고, 아래의 사진은 샛노란 꽃잎을 자랑하는 달맞이꽃을 담은 사진이다.

 

 

 달맞이꽃(Oenothera odorata)은 바늘꽃과(―科 onagraceae)에 속하는 2년생초로 남아메리카의 칠레가 원산지이며 한국 곳곳에서 귀화식물로 자란다. 꽃이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오므라들었다가 밤이 되면 활짝 벌어지기 때문에 밤에 달을 맞이하는 꽃이라고 해서 '달맞이꽃'이란 이름이 붙었다. 키는 50~90㎝이다. 뿌리에서 나온 잎은 로제트로 달리지만 줄기에서 나오는 잎은 어긋나며 너비가 좁고 길이는 길다. 잎가장자리에 작은 톱니들이 있다. 꽃은 지름이 3㎝ 정도이고 노란색이며 7월부터 가을까지 핀다. 꽃잎과 꽃받침잎은 각각 4장이며, 수술은 8개이나 암술은 1개이고 암술머리는 4갈래로 나누어져 있다. 열매는 긴 삭과(果)로 맺히고 위쪽부터 갈라져 나오는 씨는 성인병을 예방하는 약으로 쓰인다. 큰달맞이꽃(O. lamarckiana)과 함께 관상용으로 심고 있는데, 큰달맞이꽃은 꽃지름이 8㎝ 정도로 달맞이꽃에 비해 매우 크다.

 

 

 10시 51분 갈지자(之)의 소나무 길

 

 통점재에서 620m봉으로 이어지는 오르막 능선에 서니 뒤따르던 꽃사슴님이 706.2m봉에서 통점재로 이어지는 능선상의 마지막 봉우리를 바라보고 "참 신기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지나온 봉우리를 가리킨다. 그래서 꽃사슴님의 손 끝을 바라보니 봉우리 정수리에서 통점재로 갈지자(之)를 그리며 이어지는 마루금 주위로는 키 큰 소나무가 마치 마루금을 호위하며 열병하 듯 줄지어 서 있고, 소나무 숲을 벗어나니 참나무 종류와 키 작은 잡목들이 자세를 잔뜩 낮추고 서 있다.

 

위사진을 보고 회장님은 "참 인상적이다"고 말하며 "물음표(?)를 닮았다"고 했으나, 내 눈에는 누군가 커다란 붓으로 갈지자(之)를 휘 갈겨 쓴 것 처럼 보였다.

 

 

 11시 33분 776.1m봉 분기점

 

 통점재에서 620m봉으로 이어지는 오르막 능선을 따르는데 지금까지 걸어온 능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본 결과, 청송군이 관할하는 지역을 벗어나 포항시에서 관할하는 지역으로 접어 들면서 마루금을 중심으로 좌측 즉 동 쪽 사면으로는 간벌을 한 흔적이 눈에 띈다. 또한 1미터 남짓한 폭의 마루금 주변의 잡목들을 모두 간벌하여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 밑에 걸리는 나무 밑동이나 허리와 어깨를 할키는 나뭇가지, 특히 무심코 걷다보면 얼굴과 머리로 날아드는 나뭇가지를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산림에 신경을 쓰고 관리하는 포항시의 행정을 청송군은 본받아야 할 것이다. 또한 '주왕산국립공원'이란 이름에 걸맞게 봉이리 정수리나 안부 또는 재,령(嶺) 등에 푯말을 설치하여 국립공원을 찾는 관광객이나 낙동정맥을 종주하는 종주자들의 불편함을 덜어줘야 할 것이다. 이는 곳 푯말이나 이정표가 턱 없이 부족한 주왕산국립공원에 초보 산행객이 들었을 때 길을 잃고 헤매는 불상를 방지 할 수 있고 길을 잃고 헤매던 산행객이 종내 실종에 이르는 안전사고의 위험을 줄이는 일이 될 것이다.

 

 경제수(經濟樹)와 잡목들이 뒤엉켜 숨도 못 숴 답답하기만 하던 청송 구간과는 달리 포항시가 좋은 산림을 가꾸는 목적으로 간벌을 하고 있는 776.1m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르니 시원하게 뚫린 나무들 사이로 땀을 식혀주는 바람까지도 시원하게 불어오는 듯하여 가파른 오르막 비탈을 힘들게 오르면서도 기분은 상쾌하기만 하다.

 

 한편 620m봉을 넘어 776.1m봉으로 향하는데 봉우리 너머에서 마치 말벌 떼가 웅~웅~ 소리를 내며 싸움을 벌이는 듯한 소리가 들여온다. 포항시에서 간벌작업을 하느라 기계톱을 작동하는 소리가 메아리쳐 들려오는 것이다.

 

 

 

 11시 50분 상옥리

 

 고즈넉하게 자리한 상옥마을을 감싸 안듯이 가사령을 꼭지점으로 좌우로 병풍처럼 둘러쳐저 있는 능선들을 담아 보았다.

 

 

 위 사진은  776.1m봉 분기점에서 조금 내려 선 지점에서 고라산(古羅山 744.6m)을 조망하며 담은 사진이다. 고라산 정수리 턱 밑에는 팔공기맥과 보현기맥이 분기하는 분기점이 있다.

 

 보현기맥(普賢枝脈)은 태백산에서 흘러내려 온 낙동정맥이 주왕산국림공원을 지나 가사령 북서 쪽 봉우리 고라산(古羅山 744.6m, 대동여지도에 나와 있다 고 하나 확실치는 않다)에서 남동 쪽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에서 따로 남서 쪽으로 분기하여 면봉산과 보현산을 지나 석심산으로 이어지는 두 줄기 중 북 쪽의 산줄기를 말한다.

고라산(古羅山 744.6m)에서 분기한 산줄기는 석심산(石心山 450.6m)에서 두 줄기로 갈라지는데, 이 두 산줄기가 팔공기맥과 보현기맥이다. 하지만 '기맥'이냐 '지맥'에 대해 여러 설이 있으나 고라산분기점 신갈나무에 매달려 있는 이정표에는 아래 사진에서 처럼 '대구마루금산악회'에서 '기맥'이라고 씌어 놓았다. 한편 박성태님의 '신산경표'에는 이를 각가 가사령~석심산~북 쪽 산줄기를 보현지맥으로, 석심산에서 남 쪽 팔공산으로 이어지는 줄기를 팔공지맥으로 씌어져 있다.

 

 

 

 12시 04분 고라산(古羅山 744.6m) 분기점

 

 776.1m봉 분기점에서 웅~웅~ 거리는 기계톱 소리를 들으며 내리막 능선 따르니 고라산(古羅山 744.6m)이 일어서기 시작하는 지점의 안부가 나온다. 이 안부에는 대여섯 명의 아주머니(할머니)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 분들의 옆에는 1.5리터 들리 플라스틱 병이 수십 개가 쌓여 있다. 처음 멀리서 봤을 때 먹을 물을 담아놓은 것이라 생각했으나, 가까이 다가가 보니 나무를 자르는 데 사용하는 기계톱의 연료와 윤활유를 담아놓은 것이었다. 아마도 아주머니들은 간벌 작업을 하고 있는 작업자에게 연료와 윤활유가 들어 있는 플라스틱 병을 공급하는 역활을 맡고 있는 듯 했다.

 

 안부를 지나는 회원님들은 저마다 "더운데 수고하싶니다, 반갑습니다, 산을 찾는 산행객을 위해 이렇게 간벌을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라고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어 고라산(古羅山 744.6m)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 비탈을 오르는데, 웅~웅~ 거리는 기계톱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간벌 작업을 하고 있는 실체를 발견하고 모두들 놀라는 눈치다.

 

 776.1m봉에서만 해도 웅~웅~ 거리는 소리를 내는 기계톱은 많아야 3대 정도라 생각했는데 막상 간벌 작업을 하고 있는 현장을 직접 목격하니, 기계톱을 손에 들고 있는 열댓 명의 작업자와 서너 명의 감독관까지 합 20여 명의 사람들이 안부에서 고라산 분기점까지 줄지어 늘어서 있는게 아니가!

또한 기계톱은 들고 작업을 하는 분들이 하나 같이 50~60살은 넘어 보였는데, 그 분들의 얼굴에 선 힘들어 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고, 다만 웃음기 가득한 얼굴과 군살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건강한 몸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종주자들의 다리 근육을 맘껏 팽창시키고 가쁜 숨을 몰아쉬게 할 만큼 가파르게 이어지는 고라산 능선은 간벌 작업을 하고 있는 어르신들과 회원님들간에 서로 인사와 격려 그리고 덕담을 주고받다 보니 이내 사라지고 고갯마루로 변해 있었다.

 

 위 사진은  고라산(古羅山 744.6m) 분기점에서 더이상 힘든 오르막 능선은 없을 거라며 물로 목을 축이고 잠시 다리쉼은 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위 사진은 옛 길(임도)에서 고라산(古羅山 744.6m)에서 남동 쪽으로 흘러 내리는 능선과 남 쪽의 골짜리를 담은 사진이다.

 

 

 12시 24분 옛 길(임도)

 

 805.5m봉 폐힐기장에서부터 남서 쪽으로 머리를 두고 이어지던 마루금은 팔공기맥과 보현기맥이 분기하는 고라산 분기점을 깃점으로 남동 쪽으로 머리를 돌려 옛 길을 지나 오늘 산행의 날머리가 있는 가사령까지 곧게 이어진다.

고라산 분기점에서 시작 된 완만한 내리막 능선은 이내 모습을 바꿔 20여 분 동안 가파른 내리막 비탈을 만들며 옛 길까지 잇따른다. 멀리서 나뭇가지 사이로 옛 길을 조망하고 가사령으로 착각하고 내려 선 옛 길(임도)에는 제법 가파른 절개지가 있는데 가사령 쪽 절개지에는 쇠 줄이 매어져 있다.

 

 포항시 죽장면 상옥마을과 가사마을을 잇는 69번 지방 도로가 뚫리기 전에는, 이 옛 길의 고갯마루가 가사령이 아니었나 생각하니 포장도 되지 않은 평범한 고갯길이지만 내 눈에는 많은 사람과 차량이 넘다들었던 흔적이 느껴지는 듯 하다. 사람과 차량이 지나던 임도를 지금은 십여 개가 넘는 벌통이 두 줄로 나란히 줄지어 서 지키고 있다.

 

 

 12시 36분 가사령(540m)

 

 옛 길에서 벌통을 보고 "꿀을 따 먹고 가야겠다"고 농담을 던지는 꽃사슴님을 만나 10여 분 동안 얘기를 나누며 580m봉을 넘어서니 포항시 죽장면 상옥마을과 가사마을을 잇는 69번 지방 도로가 발 아래로 펼쳐진다. 

가사령 절개지 위에 도착하여 우측(서 쪽)의 절개지를 따라 고갯마루로 내려 설 때는 주위를 기울이며 조심조심 내려서야만 한다. 땅 속에서 연신 지하수가 흘러나와 토사가 흘러 내린 절개지에서 한 순간 방심하면 언제라도 미끄러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행을 하다 도로가 지나는 고갯마루에 설 때면 늘 느끼는 것은 산줄기를 끊어놓은 절개지의 흉물스런 모습과, 절개지가 너무 가팔라 많은 비가 내리는 장마철이나 집중호우라도 내리면 산사태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 될 따름이다.

 

 

 

 12시 50분 정맥호를 향해...

 

 가사령에서 가사마을 바향으로 포장도로를 따라 15분 여 동안 걷는데 머리 위로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을 피할 곳이 없다. 그래도 앞서 가시는 회장님과 들국화님이 도로 가장자리에 열려 있는 산딸기를 따 먹으며 보여주는 천진난만(天眞爛漫)한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난다.

한편 꽃사슴님이 낙석방지 철책 안에 열려 있는 산딸기를 보고 손이 닿지 않아 안타까워 하기에, 철책 밑으로 나 있는 구멍을 군복무 때 철조망을 통과하던 실력으로 통과해 꽃사슴님에게 한움큼의 산딸기를 따 내미니, 꽃사슴님은 사양하는 듯 하면서도 어린 아이처럼 맛있게 받아 먹는다. 하지만 장맛비가 많이 내려 지난번 산행 때 맛 봤던 산딸기보다 단맛이 덜했다.

 

입 안에 산딸기를 넣고 이런저런 예기를 나누며 정맥호가 정박해 있는 곳에 도착하니, 도로 좌측에 '96년 6월 11일~'97년 9월 14일 동안 경상북도에서 시행하고 세방건설(주)에서 시공한 '죽장~상옥간 도로 3.48km 확장, 포장 6차 공사' 를 기념하는 빗돌이 반긴다.

 

 인디안들이 신이 내린 선물이라 칭하고, 겨울이 오기 전 늦가을 즈음 때에 맞지 않게 찾아오는, 여름처럼 뜨거우면서도 화창한 날씨를 흔히 '인디안 썸머(indian summer)'라 한다. 하지만 나는 오늘 날씨를 인디안 썸머라 칭하고 싶다. 연일 장맛비가 내리고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지는 장마철에, 동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가을철의 쪽빛 하늘을 연상케 하는 하늘을 머리에 이고, 좋은 분들과 좋은 얘기를 나누며 야생화가 곳곳에서 반기는, 솔향이 그윽한 오솔길을 걸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날이 있을까...?

또한 오늘을 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잊지못할 추억의 시간이었다 고 상징적의미를 부여하면 이 글을 읽는 분이 혹시 웃지나 않을까...?

 

산행도 즐거웠지만 시원하게 알탕을 하고 삼계탕에 하산주를 기울이며 여러 회원님들과 가진 즐거운 시간은 '인디안 썸머(indian summer) 못지 않았습니다. 7월 마지막 주말 산행에서 만날 때까지 모두들 건안하시고 즐거운 나날 이어가세요.*^^*

 

*** 읽으시며 다른 의견이나 오류가 있으면 꼬~옥 댓글을 남겨 주세요. ***

 

2007년 07월 19일

 

강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