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제3구간 진조산(908.4m)
산행일자 : 2007년 04월 01일
산행장소 : 석개재~묘봉갈림길~삿갓재~삿갓재봉~1,136.3m봉~934.5m봉~진조산~답운치
산행모임 : 대전한겨레산악회(48명)
산행날씨 : 강한 황사먼지로 잔뜩 흐림
산행거리 및 시간 : 28.5km, 10시간 18분
수줍은 새색시의 화사한 연분홍 치마를 연상케 하는 진달래가 핀다는 4월의 첫 날 낙동정맥 3구간을 종주하기위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정맥호에 올라 경북 봉화로 향한다.
정맥호가 대전 나들목을 지나 경부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하는데도 정맥호 안에서는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성거리는 3명의 회원님들이 보인다. 산행 예약을 하지 않고 무작정 배낭을 메고 따라나선 회원님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전에서 봉화 석개재까지는 적어도 4시간은 소요되는 긴 이동 거리인데 지금 서 있는 3명의 회원님들과 황간에서 승선할 황간아가씨(최현경님)를 더 한 총4명의 회원님들은 자리에 앉지 못하고 정맥호 보조 의자나 통로에 앉아 이동해야만 한다. 무박산행이라는 여건을 가만하면 결코 쉬운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머리를 기대고 잠을 청해본다...
05시 07분 석개재(石開嶺 910m)
대전을 출발한 정맥호는 5시간여 만에 석개재(石開嶺 910m) 닿는다.
석개재의 '石開'는 '돌문이 열린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한 '석개(石開)'는 석포(石浦)의 옛 이름으로써, 고갯마루 주변 산에는 돌이 많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많은 돌로 이루어진 산들로 사위이 막혀 있는 고갯마루에 돌문(石開)이 열리면 이 곳에 1만 가구 이상이 살게 될 것이다."라는 전설이 석개재에는 전해지고 있다.
석개재에 정박한 대간호에서 하선한 회원님들은 저마다 배낭을 정리하고 등산화 끈을 고쳐 매고는 구조대장인 '최영장군'님의 구령에 따라 산행 전 준비운동에 열중한다.
준비운동을 하다가 나는 문득 어디선가 흙냄새가 전해진다고 생각되는 순간 재채기가 나온다.
나는 봄철이면 언제나 중국에서 몰려오는 황사와 화사한 봄을 알리는 꽃 가루때문에 한두 달 동안은 홍역을 치른다. "유난히 민감한 내 코 때문인 것이다."
06시 10분 997m봉
05시 15분 오늘 산행의 들머리를 지나 수북이 쌓인 가랑잎을 밟으며 산죽(山竹)이 군락을 이루고 자라고 있는 산행로를 따라 1시간여 발품을 팔아 997m봉으로 보이는 곳을 지난다. 석개재(910m)에서 997m봉까지는 한동안 높이를 더하는 산행로를 오르면 넓은 임도와 완만한 능선이 이어진다. 997m봉에는 푯말이나 빗돌은 보이지 않고 다만 '조난자 위치추적 표지판'이 한 쪽 끈이 끈어진 채 비스듬이 굴참나무에 매달려 있다.
06시 13분 묘봉 갈림길(1,117m)
997m봉에서 걸음을 조금 옮기니 이내 묘봉(卯峰 1,167.6m)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타나는 데 앞서가는 선두 일행은 그 지점을 거침없이 지나쳐 간다.
나는 혼자서라도 묘봉에 올라갔다 와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용인등봉(龍仁登峰 1,124m)으로 가야하는 지를 놓고 잠깐동안 고민하다가 짙게 깔린 운무와 중국에서 불어온 강한 황사가 뒤섞여 시계가 50여미도 채 안되는 상황과 오늘 산행거리가 제법 긴 점을 감안햐여 아스라이 보이는 묘봉을 한 번 조망하고 선두 일행의 뒤를 따른다.
묘봉갈림길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곳에서 앞서 가는 허선생님에게 "오늘 묘봉은 오르지 않습니까"라고 물으니, 허선생님은 "아직 묘봉갈림을 지나지 않았을 걸..." 이라 말하며 산행 지도를 꺼내 잠시 살펴보더니 조금전 지나 온 곳이 갈림길이었음을 확인하고는 아쉬워 하신다.
아래 사진은 06시 23분 겹겹이 쌓여 있는 씨루떡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바위를 지나며 담은 사진이다.
06시 36분 용인등봉(龍仁登峰 1,124m)
멋진 바위를 뒤로 하고 발길을 옮겨 오르막 비탈을 한 차례 오르니 많은 시그널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휘날리고 있는 용인등봉이 나온다.
용인등봉(龍仁登峰 1,124m)은 풍곡리 덕풍마을에서 볼 때 문지골과 괭이골 사이에 솟아 오른 산들 중 최고봉으로 "착한(어진)용"이란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용인등봉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던 선두 일행은 내가 용인들봉 정수리에 오르자 이내 배낭을 메고 발길을 제촉해서 길을 떠난다.
나는 정수리에서 잠시 머물며 뒤 따르는 회원님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으나 강한 황사 때문에 사진이 모두 뿌옇게 보인다. 후미를 책임지고 있는 한정현님을 간간이 불러가며 기다리고 있으려니 20여분 후 후미 일행이 용인등봉 정수리에 닿는다.
07시 05분 겨우살이
삼각점이 있는 997.7m봉으로 이어지는 산행로에는 사람 키 만큼 자란 산죽 군락이 있고 그 산죽 사이사이에는 떡갈나무와 신갈나무가 역시 군락을 이뤄 자라고 있는데 떡갈나무 가지 마다에는 유난히 많은 '겨우살이'가 기생하고 있다.
산죽이 내 가슴 높이까지 자라고 있는 곳을 지나다가 5m가량의 떡갈나무의 3m되는 지점에 기생하고 있는 겨우살이를 발견하고 앞서 가는 최영장군님에게 얘기하니 최영장군님은 나에게 올라가 보라고 한다.
나는 배낭을 산죽 사이에 벗어 놓고 떡갈나무에 올라 보았으나, 2m도 채 오르지 못 하고 연신 미끄러지기만 했다.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던 최영장군님은 나를 보고 한번 웃음을 짓더니 이내 나무 위로 올라가 올라가 겨우살이를 채취해 아래로 떨어뜨린다.
나는 배낭에서 비상용 팩(pack)을 꺼내 겨우살이를 담아 배낭에 묶은 후 997.7m봉을 향해 걸음을 제촉한다.
겨우살이(Viscum album var. coloratum)는 쌍떡잎식물 단향목 겨우살이과의 상록 기생관목으로 참나무·물오리나무·밤나무·팽나무 등에 기생한다. 둥지같이 둥글게 자라 지름이 1m에 달하는 것도 있다. 잎은 마주나고 다육질이며 바소꼴로 잎자루가 없다. 가지는 둥글고 황록색으로 털이 없으며 마디 사이가 3∼6cm이다.
꽃은 3월에 황색으로 가지 끝에 피고 꽃대는 없으며, 작은 포(苞)는 접시 모양이고 암수딴그루이다. 화피(花被)는 종 모양이고 4갈래이며, 열매는 둥글고 10월에 연노란색으로 익는다. 과육이 잘 발달되어 산새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되며 이 새들에 의해 나무로 옮겨져 퍼진다.
생약에서 기생목(寄生木)은 이것 전체를 말린 것이며, 산의 나무에 해를 주지만 약용으로 쓴다. 한방에서 줄기와 잎을 치한(治寒) ·평보제(平補劑) ·치통 ·격기(膈氣) ·자통(刺痛) ·요통(腰痛) ·부인 산후 제증 ·동상 ·동맥경화에 사용한다.
한국 ·일본 ·타이완 ·중국 ·유럽 ·아프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열매가 적색으로 익는 것을 붉은겨우살이(for. rubroaurantiacum)라고 하며, 제주도에서 자란다.
07시 18분 997.9m봉
무성한 산죽 군락지를 지나 완만한 능선을 한 차레 올라서니 구지양님이 기다리고 있다.
구지양님이 기다리고 있는 997.9m봉 정수리에는 삼각점이 있고 주변 잡목들을 잘나낸 흔적이 보인다. 아마 정수리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였으리라... 997.9m봉의 정수리는 정맥 마루금에서 촤측으로 10여미터 벗어나 있다.
내가 겨우살이를 채취했다고 구지양님에게 자랑을 하니 옆에서 듣고있던 한정현님은 "요즘 겨우살이는 세 버려서 약효가 떨어진데.."라도 한다. 그 말을 듣고있던 최영장군님은 "그냥 부러워서 하는 소리지.."라고 하며 웃어 넘기다.
짙은 황사 먼지 때문에 주변 풍광을 조망할 수 없어 997.9m봉에서는 간단히 기념촬영 후 삿갓재를 향해 바삐 발길을 옮긴다.
07시 47분 문지골 갈림길
산죽과 나뭇가지마다 겨우살이가 마치 까치집처럼 곳곳에 매달려 있는 완만한 능선을 따르다가 오르막 능선을 가볍게 올라서니 해발 1,020m로 보이는 삼거리봉이 나타난다. 그 삼거리봉에서는 선두를 비롯해 20여명의 회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맛있는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회원님들의 모습이서 즐거운 분기기와는 사뭇 다른 스산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중국에서 몰려온 강한 황사가 해를 가리고 있어 따뜻한 햇볕이 땅까지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다들 한기를 느끼며 식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배낭을 벗어 놓고 먼저 베낭에서 고어텍스 자켓을 꺼내 입으려다가 깜짝 놀랐다. 최영장군님이 떡갈나무에 올라 어렵게 채취해 준 겨우살이를 담은 팩(pack)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내 뒤를 따르던 이석춘님에게 혹시 배낭에서 겨우살이 팩이 떨어지는 걸 못봤냐고 물어보았으나 보지 못했다는 대담을 듣고는 이내 젠걸음으로 지나온 길에서 눈을 떼지 않고 997.7m봉까지 되 돌아 가서야 겨우살이를 담은 팩을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으로 겨우살이 팩을 주워들고 또다시 젠걸음으로 아니 뛰어서 문지골 갈림길에 도착하니 식사를 하던 20여명의 회원님들은 온데간데 없고 후미 일행도 모두 식사를 끝 마치기 직전이다.
내가 숨을 헐떡이며 배낭에서 도시락을 꺼내 허겁지겁 밥을 반쯤 먹었을 때, 주위에서 기다리던 후미 일행들은 차가운 바람과 추위에 온몸을 덜덜 떨며 나에게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밥을 반 쯤 먹은 채 주섬주섬 배낭을 꾸리고 대신 바나나를 꺼내 나눠먹으며 문지골 갈림길을 떠났다.
08시 20분 삿갓재
경북 봉화군 석포면을 우측(서쪽)에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을 좌측(동쪽)에 두고 도계를 이루며 이어지는 능선은 삿갓재에 이르러 좌측에서 이어지던 강원도를 버리고 본격적으로 경상도 지역으로 접어든다.
좌측으로 문지골로 하산할 수 있는 갈림길에서 산죽군락의 오르막 능선을 따라 오르고 1,073m봉을 지나 우측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오르막 능선을 따라 1,086m봉을 지나면 좌측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이 길게 이어지는데 그 능선의 끝에 임도인 삿갓재가 나타난다.
삿갓재에서 10여분 발품을 팔면 삼각점이 있는 삿갓봉(1,119.1m)에 닿을 수 있다.
08시 42분 임도 갈림길
임도와 숲속길이 번갈아 이어지는 산행로에는 좀처럼 보기힘든 버드나뭇과의 낙엽 교목으로 한국산 사시나무와 미국산 은백양 사이에서 생긴 천연 잡종의 '은사시나무'가 간간이 눈에 들어온다. '은사시나무'는 달걀 모양의 잎에 톱니가 나 있으며 뒤면은 은백양처럼 흰 털로 덮여 있다.
한편 아침 먹기 전까지는 운무가 짙게 내려 앉아 있어 시야를 가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숨을 쉴 때마다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고 칼칼해지는 바람에 시야를 가리고 있는 물체가 중국에서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온 황사먼지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황사는 중국 고비.타쿨라마칸 사막, 네이멍구의 사막지대, 황허 종류의 황토고원 등에서 발원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황사발원지가 중국 북부지역이나 만주 등 동쪽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이들 지역은 우리나라와 거리상 가까워 황사 이동시간도 그만큼 빠르다고 한다.
황사가 한 번 발생하면 동아시아 상공에 떠더는 미세번지 규모는 약 100만t에 이른다고 하면 이날 한반도에 날아와 쌓인 황사 먼지는 15t짜리 덤프트럭 4000~5000대 분량인 4만6000~8만6000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최근 황사는 중국의 산업화 진전에 따라 규소나 철 성분과 함께 알뉴미늄.납.카드늄까지 섞여 있어 대기 중 중금속 농도를 높이는 주범으로 꼽힌다.
황사용 마스크를 준비하지 못한 나는 하루종일 수건으로 코와 입을 감싸고 산행 해야만 했다.
08시 56분 임도 딸기와 지양
"구렁이가 나무를 휘감아 오르는 형상을 한 임도를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높은 고지대에 꼭 만들어 놓아야만 했는가?"라는 의문을 가지며 씁쓸한 마음으로 임도를 따르다보니 최영장군님과 구지양님이 보인다. 두 분은 난공사를 하느라 급한 경사로 절개지를 만들어 놓은 까닭에 절개지에서 굴러 내려온 커다란 바위에 배낭을 벗어 놓고 맛있는 아니! 배낭에 넣고 다리느라 물러버린 딸기를 먹고 있었다.
09시 02분 석포,대광천,소광천갈림길
구지양님에게 딸기를 얻어 먹고 다시 임도를 따르다 보니 이내 '석포,대광천,소광천'이라 씌어진 푯말과, ‘96, 국유임도 위치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2.28km’라 씌여진 빗돌이 세워져 있는 임도 갈림길이 나온다.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이 없어 한적한 고지대 갈림길에는 어울리지 않는 차단기가 두 군데나 설치되 있는게 참 인상적이다.
아래 사진은 임도 삼거리에서 석포 방향으로 200m 떠러진 봉우리를 등지고 담은 사진인데 강한 황사때문에 수 키로미터는 더 떠러진 곳에 있는 보우리처럼 보인다.
09시 04분 멋진 황장목(黃腸木)
임도 갈림길에서 '소광천' 방향으로 임도를 따르다가 낮은 봉우리가 있는 숲속길을 지나 다시 임도와 만나는 곳에서 수령은 오래되어 보이지 않으나,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아 있는 멋진 황장목이 반긴다. 황장목(금강송 또는 춘양목)으로 유명한 문경의 황장산(黃腸山 1,077m)에 오랐을 때 정작 황장산 근처에는 많은 황장목이 없어 아쉬웠는데 이구간에는 산행하는 내내 산죽과 겨우살이와 더블어 황장목이 따라 다닌다.
황장목(黃腸木)이라는 이름은 줄기의 고갱이 부분에 송진이 적절히 베어들어 속살이 누런 소나무를 말한다. 그 모양이 마치 누런 창자와 같다는 말이겠다.
황장목의 황장(黃腸)이라는 글자의 뜻은 소나무 중에서 속이 황색을 띤 재질이 단단하고 좋은 목재를 일컫는 말이다. 특히 조정에서는 주로 이 황장목으로 왕실에 필요한 관을 만들었고, 황장목의 확보를 위해 특정한 산을 황장봉산(黃腸封山)으로 지정해 엄격히 관리했으며, 일반인의 출입을 금하려고 경계 표식을 세웠으니, 이것이 황장금표(黃腸禁標)이다.
문경의 황장산(黃腸山 1,077m)에서 벌채된 황장목(黃腸木)은 육로로는 영남대로에 해당하는 하늘재를 통과했고, 수로로는 인근의 남한강 지류인 동달천을 통해 조정으로 운반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러한 사정으로 보아 황장산의 지정은 목재의 운반에 용이한 교통로와의 접근성도 중요한 인자로 고려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곳의 산들이 황장봉산(黃腸封山)으로 지정되지 못한 이유는 위에서 열거한 것처럼 육로나 혹은 수로로 접근성이 용이해야 하는데 이곳 지형의 특성이 그렇지 못하기에 황장봉산에 들지 못했으리라 생각된다.
09시 14분 굽이굽이 임도
멋진 황장목이 있는 지점을 지나며 산행로는 또 다시 임도와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는 숲속을 넘나들기 시작한다. 속살이 벌겋게 드러난 황토길을 따르다가 나와 한정현님은 숲속 능선길을 따르면 조망도 없고 황사 먼지만 날릴 것으로 생각하고 당분간 임도를 따라 걷기로 한다.
완만한 능선에 낮은 봉우리만 잇따르는 능선을 우측에 두고 나란히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걷는데 능선에서는 최영장군님과 후미 일행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 온다.
대광천으로 보이는 천(川)과 마을을 좌측 발 아래에 아스라이 두고 굽이굽이 이어지는 임도를 따르면 멋진 황장목(금강송)이 마치 가로수처럼 임도 가장자리에 도열해 있고 우천시 빗물이 흘러내리도록 파놓은 수로에는 이제 막 셋노란 꽃망울을 터뜨린 '호랑버들'이 반긴다.
호랑버들(Salix hulteni)
식물계, 종자식물문, 쌍떡잎식물아강, 버드나무과로 떡버들과 비슷하지만 잎은 긴타원형 또는 넓은 타원형이며 뒷면에 돋은 털이 끝까지 남아 있다. 또한 수술대 밑에 털이 없으며 암술머리와 암술대 사이에 턱이 지는 것이 다르고, 기타는 떡버들과 구별하기 어렵다. 이와 비슷하지만 잎이 긴 타원형 또는 넓은 피침형이고 양 끝이 좁은 것을 좀호랑버들(var. elongata)이라고 한다. 한국(전국 산지) ·일본 ·사할린 ·중국 동북부 및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셋노란 '호랑버들'에 마음을 빼앗겨서였을까.......
한정현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임도를 걷고 있노라나 우측 능선에서 나란히 걷고 있던 최영장군님과 구지양님 그리고 이석춘님이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하는가 쉽더니 마침내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그래도 임도를 따르다 보면 다시 정맥 마루금과 만나게 될거라 생각하며 10여분을 더 걸으니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이어지던 우측 낙동정맥 능선은 점점 높아지고 좌측 발 아래에서 아스라이 보이던 울진군 서면 대광천이 점점 다가서기 시작한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지도를 꺼내 살펴보았으나 지도에는 임도가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아 능선을 따르는 최영장군님을 소리쳐 불러 본다. 그러나 돌아오는 소리는 메아리뿐이다.
한정현님이 내 배낭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어보니 천만다행으로 통화가 된다. 통화상으로는 정확히 위치를 알 수 없으나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이 '석포삼거리'에 못 미쳐 정맥능선 좌측 아래에 있다는 것은 확실하므로 우측 오르막 비탈면을 따라 오르기로 한다.
그러나 막상 우측 비탈면을 올려다 보니 고갯마루는 80도 정도의 경사각을 이루며 가파르게 100m가 넘는 높이에 위해 있다. 또한 임도 가장자리의 절개지는 직각으로 잘려나간 위험한 암벽이 앞을 가로 막는다.
들머리를 찾지 못하다가 고지대인데도 많은 계곡물이 흘러 내리는 골짜기를 발견하고 골짜기를 따라 이어지는 가파른 너널 비탈을 두 손과 두 발을 이용해 기어 올라 본다.
지름이 30cm되는 얇은 돌들로 이루어진 가파른 너널비탈을 오르려니 한 걸음 오르면 두 걸음이 뒤로 미끄러지는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그래서 직선으로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갈지(之)자를 그리며 올라보는데 그 방법도 미끄러운 이끼와 물을 잔뜩 머금고 있는 너덜지대를 오르는 데는 여간 힘든게 아니다.
50여 미터의 너덜을 힘겹게 지나 산죽과 떡갈나무 그리고 신갈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지역에 들어 잠시 다리쉼을 하고 있으려니 저 멀리 올려다 보이는 능선 고갯마루에서 최영장군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산죽을 부여잡으며 온 힘을 다해 40여분 동안 가파른 비탈을 기어 올라 최영장군님과 이석춘님이 기다리고 있는 고갯마루에 서니, 다리는 후들거리며 작은 경련이 일고 뒤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산죽을 부여잡고 올라 올 때는 몰랐는데 어깨와 팔뚝에서는 근육통이 느껴진다.
조금 편하려고 임도를 따를 때 올바른 마루금을 따라 걸어야 한다는 최영장군님의 조언을 무시한 벌로 똘이장군님과 나는 힘든 댓가를 치러야 했다.
10시 16분 안부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사람 키 보다 높게 자란 산죽 군락지를 헤치며 짧게 이어지는 오르막 비탈을 두세 번 연이어 오르니 '석포삼거리'가 있는 봉우리가 나온다. 그 봉우리에서 좌측으로 길을 잡아 또 다시 이어지는 산죽 군락의 내리막 능선을 내려선 다음 오르막 능선을 길게 올라서니 오미산(1,071.1m) 갈림길이 있는 봉우리가 나온다.
암장을 우측(서쪽)으로 우회하며 산허리를 가로 질러 암릉을 지나 완만한 능선을 따라 산죽군락의 내리막 능선을 내려서니 불에 탄 아름드리 나무 그루터기가 유난히 많이 눈에 들어오는 능선을 지난다. 가랑잎이 수북이 쌓여 있어 평전을 연상케 하는 산행로를 뛰다시피 하며 10여분 도안 걸을을 옮기니 위 사진에서처럼 키 작은 산죽과 가랑잎이 쌓여 있는 안부가 나온다. 이 안부에서는 촤측으로 난 산행로를 버리고 우측으로 이어지는 산행로를 따라야만 한다.
1,100m로 보이는 안부 분기점에서 우측으로 이어지는 오르막 능선을 따르다 보면 짧은 암릉지대를 지난다. 암릉지대를 지나다 앞에서 걸어오는 3~5명의 산행객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선두의 위치를 물으니 그 산행객 중 한 분이 "선두와는 1시간 거리, 앞서 걷고 있는 분(최영님)과는 5분 거리밖에 안됩니다." 라고 친절하게 알려 주신다. 나는 그 산행객들에게 "즐거운 산행 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고 걸음을 제촉하니 이내 1,136.3m봉이 나온다.
10시 30분 임도
산행로 우측으로 이어지던 봉화를 지나 울진군으로 접어들어 소광천으로 이어지는 임도에 닿기 전 마지막 봉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며 목을 축이고 있으려니 저 아래 임도에서 최영장군님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 반가운 소리에 다시 배낭을 매고 제법 넓은 임도로 내려서니 최영장군님 혼자 다리쉼을 하며 왜 혼자 오냐고 묻는다. 곧 따라 올거라는 내 대답의 메아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이석춘님과 한정현님도 임도로 내려서는 능선에 모습을 드러낸다.
10시 58분 안부 습지(濕地, marsh)
우측 발 아래로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낮은 봉우리를 두세 개 넘어서니 작은 안부가 나온다. 그 안부에는 생태학적으로 중요시 여겨지는 작은 습지(濕地, marsh)가 있는데 보통 습지에는 많은 종류의 식물들과 파충류 그리고 양서류 들이 살고 있가고 한다.
그래서 나는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습지 구석구석을 둘러보았으나 내가 찾는 동.식물은 보이지 않고 한방에서 전초(全草)를 장출혈과 지혈재로 사용한다는 '속새'만이 습지 전체에 퍼져 군락을 이루고 있다.
속새(Equisetum hyemale)
관다발식물 속새목 속새과의 상록 양치식물로 습한 그늘에서 자란다.
높이 30∼60cm이고 짙은 녹색이며,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으면서 모여 난다. 뚜렷한 마디와 능선이 있고 잎은 퇴화하여 잎집같다. 잎집에 톱니처럼 생긴 것이 잎이며 10∼18개씩이다. 잎집의 밑부분과 톱니는 갈색 또는 검은빛을 띄운다. 포자낭 이삭은 원줄기 끝에 달리고 원뿔 모양이며 녹갈색에서 황색으로 변한다.
능선에 규산염이 축적되어 딱딱하므로 나무의 면을 갉아내는 데 쓴다. 한방에서는 전초를 장출혈과 지혈제로 사용한다. 한국(제주 및 강원 이북)·일본·캄차카·중국 동북부·시베리아·투르키스탄·히말라야·유럽 및 북아메리카에 분포한다.
임도를 건너 숲 속으로 들어서서 완만한 능선과 오르막 능선을 지나고 내리막 능선과 오르막 능선을 지난 다음, 분기점(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들어섰다. 적송지대의 완만한 능선을 지나고 내리막 능선을 내려섰는데 우측으로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날도 덥고 땀도 많이 흘러 멱이라고 감고 가고 싶어 계곡으로 내려서다 너무 가팔라서 다시 능선으로 올라왔다.
이어지는 오르막 능선을 오르고 내리막 능선을 길게 내려선 다음, 다시 오르막 능선을 오르며 속새 군락지가 있어 카메라에 담고 계속하여 진행을 했다. 고도계가 910m를 나타내는 분기점에 도착하여 약10여분 휴식을 취했다.
11시 19분 헬기장터 910m
910m봉 정수리의 흔적을 담기 위해 포즈를 취한 구조대장 최영님.
완만한 능선을 지나 오르막 비탈을 오를 때 갑자기 허벅지(대퇴부)근육이 뭉치기 시작하더니 근육이 찢기는 듯한 심한 통증이 몰려온다.
"마마도 겨우살이 팩을 주우러 뛰어 갔다 오고, 알바 한 것을 보충하려고 무리해서 40여분 동안 가파른 너덜을 치고 오른 탓에 지금 근육 경련이 일어나는 것일 게다..."
근육 경련을 완화 하려고 걷는 속도를 늦춰 낮은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니 기다리고 있던 최영장군님은 바지를 내리라고 하더니 내 대퇴부에 스포츠용 테이프로 테이핑을 해 준다.
테이핑(taping)을 한 탓일까 대퇴부의 근육통은 사라지고 가벼운 걸음으로 여러개의 봉우리와 능선을 지나며 발품을 팔아 구헬기장을 지난다. 구헬기장을 지나니 무분별하게? 벌목이 이루어지고 있는 긴 벌목 구간이 나타나는 데 기계톱이 아름드리 나무들을 마구 자르는 소리가 우측 사면 아래에서 귀에 거슬리게 들려온다. 산행로 가장자리에 널브러져 있는 나무들 중에는 그 수령이 수십 년을 넘어 백 년 가까이 되는 황장목(금강송)도 잔간이 눈에 들어와 그 곳을 지나는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벌목지는 886m봉과 910m봉을 넘어 934.5m봉 중턱까지 이어지는데 934.5m중턱 작은 안부에서는 4명의 회원님들이 점심 식사를 하며 우리 일행에게 식사를 하고 가라 권한다.
우리 일행은 앞서가는 구지양님과 총무님을 따라잡은 후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으므로 조금 더 가서 먹겠다고 답하고 제법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 비탈을 바삐 오르는데 반갑지 않은 대퇴부 근육 통증이 다시 찾아 온다.
나는 이번에도 걷는 속도를 조금 늦춰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고갯마루 너머에서 셋노란 '생강나무꽃'이 힘들어 하는 나를 위로해 준다.
'생강나무꽃'에 정신을 팔고 있는 나에게 산 중턱에서 식사를 마치고 뒤 따라온 회원님께서 근육이 뭉치는 것 같으니 약을 먹어보라 권한다. 평소 약은 꼭 복용해야 할 경우에만 복용하는 원칙을 갖고 있는 나는 웬만한 통증은 그냥 참아내는 편이다. 특히 최근 5~6년동안은 감기에 걸린 기역은 없으나 혹 감기에 걸렸더라도 감기약을 먹지 않는게 원칙이라, 나는 그 회원님의 호의를 정중하게 거절하였다. 물론 내 배낭 안에도 근육 이완제를 비롯해 구급약은 항시 넣어 다닌다.
11시 53분 934.5m봉 중턱 고갯마루
생강나무(Lindera obtusiloba)
쌍떡잎식물 미나리아재비목 녹나무과의 낙엽관목으로 산지의 계곡이나 숲 속의 냇가에서 자란다. 높이는 3∼6m이고, 나무 껍질은 회색을 띤 갈색이며 매끄럽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 모양 또는 달걀 모양의 원형이며 길이가 5∼15cm이고 윗부분이 3∼5개로 얕게 갈라지며 3개의 맥이 있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잎자루는 길이가 1∼2cm이다.
꽃은 암수딴그루이고 3월에 잎보다 먼저 피며 노란 색의 작은 꽃들이 여러 개 뭉쳐 꽃대 없이 산형꽃차례를 이루며 달린다. 수꽃은 화피 조각 6개와 9개의 수술이 있고, 암꽃은 화피 조각 6개와 1개의 암술, 그리고 헛수술 9개가 있다. 작은꽃자루은 짧고 털이 있다.
열매는 장과이고 둥글며 지름이 7∼8mm이고 9월에 검은 색으로 익는다. 새로 잘라 낸 가지에서 생강 냄새가 나므로 생강나무라고 한다. 연한 잎은 먹을 수 있다. 꽃은 관상용이고, 열매에서는 기름을 짠다. 한방에서는 나무 껍질을 삼첩풍(三 風)이라는 약재로 쓰는데, 타박상의 어혈과 산후에 몸이 붓고 팔다리가 아픈 증세에 효과가 있다.
한국·일본·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둥근잎생강나무(for. ovata)는 잎이 갈라지지 않고, 고로쇠생강나무(for. quinquelobum)는 줄기 윗부분의 잎이 5개로 갈라지며 중간 부분의 잎은 3개로 갈라지고 밑 부분의 잎은 달걀 모양의 원형이며, 털생강나무(for. villosum)는 잎 뒷면에 긴 털이 있다.
12시 05분 삼각점 934.5m
생강나무꽃의 이름을 물어보는 회원님에게 이름을 알려주고 기분 좋은 황장목 숲길을 따라 오르막 비탈을 오르니 삼각점이 있고 우측으로 이어지는 산행로 앞에는 죽은 고사목과 붉은 껍질과 푸른 솔잎을 자랑하는 황장목(금강송)이 병풍처럼 둘러처져 있는 934.5m봉 정수리가 나온다.
이 봉우리에서는 좌측(동쪽)으로 울진군 서면의 대광천과 소광천으로 이어지는 계곡의 아름다운 풍광, 그리고 진조산(908.4m)을 조망할 수 있다고 하는데 오늘처럼 강한 황사가 시야를 가려 그 풍광을 조망할 수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12시 13분 둥근털제비꽃
930m봉으로 향하는 산행로에서 쎅시한 보랏빛을 자랑하며 두 송이 꽃을 피우고 있는 '둥근털제비꽃'을 만났다.
둥근털제비꽃(Viola collina)
쌍떡잎식물 측막태좌목 제비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둥근털오랑캐꽃·근채라고도 한다. 산지에서 자란다. 전체에 퍼진 털이 빽빽이 난다. 높이 15㎝ 정도이다. 잎은 전부 뿌리줄기에서 돋고 달걀 모양 심장형 또는 심장형이며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꽃이 필 때의 잎은 길이 2∼3.5cm, 잎자루는 길이 3∼10cm이지만 열매를 맺을 때의 잎은 길이 4∼6cm, 잎자루는 길이 20cm에 달한다.
꽃대는 잎보다 짧고 꽃은 연한 자줏빛이며 4∼5월에 총상꽃차례에 달린다. 열매는 삭과로 둥글며 길이 6∼8mm이고 잔 털이 있다. 식용하거나 관상용으로 쓰이며 한방에서는 감기나 기침, 부인병 등에 쓰인다. 한국, 일본, 중국 동북부 등지에 분포한다.
12시 18분 930m봉
콘크리트로 포장되 있는 930m봉 정수리는 가랑잎이 수북이 쌓여 있고 주변은 잡목들로 싸여 있다.
12시 32분 점심
930m봉에서 10여분을 더 걸어가니 평탄한 곳에 구지양님과 최영님이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를 펴고 있다. 나는 아침에 먹다 남은 밥을 꺼내 먹을까 생각하다가 간단하게 떡을 내 놓고 점심을 대신했다.
점심식사르 한 다음 후식으로 과일을 먹고 나니 구지양님은 자기가 과일과 떡을 꺼내 놓으려고 했는데 기회를 노쳤다며 맛있게 포장한 괴일과 떡을 내 놓고는 이내 배낭을 매고 우리보다 먼저 발길을 옮겨 한나무재로 향한다.
벌목지역이 시작되기 전부터 산행로 가장자리에서는 "가는잎그늘사초'가 산행하는 내내 곳곳에서 눈에 들어오곤 했었는데 죽어 쓰러진 혹은 살아 있는 떡갈나무와 조화를 이루며 피어 있는 '가는잎그늘사초' 꽃이 유난히 아릅답게 다가와 그 모습을 담아 보았다.
12시 54분 가는잎그늘사초
가는잎그늘사초(Carex humilis Leyss. var. nana)
외떡잎식물 벼목 사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거울사초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각처의 그늘진 바위틈이나 건조한 숲 속에 자생하는데, 뿌리줄기는 굵고 짧으며, 줄기는 적고 빽빽이 모여나며, 잎은 좁고 가늘면서 길며, 가장자리는 거칠거칠하면서 짧은 털이 나 있다.
4~5월에 꽃이 핀다. 화경은 높이 3~6cm로 수꽃이삭은 엷은 적갈색으로 줄기 끝에 한 개씩 달리고, 암꽃의삭은 적갈색으로 줄기 옆에 붙는다. 9월에 씨앗이 여무는데 수과로 길이 2mm, 세모진 넓은 도란형이다.
그늘사초에 비해 줄기는 작고 잎은 더 가늘고 길며 짧은 털이 나 있고, 작은 이삭은 짧으며 1~2송이이다.
13시 05분 830m봉
한나무재를 10여분 남겨 둔 830m봉에는 키 작은 잣나무가 여러그루 자라고 있다.
오늘 산행하는 동안 임도와 숲을 넘나드는 구간에서 기카 50cm도 채 안 되는 잣나무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저절로 자라난 것은 아이고 사람이 심은 것으로 추정되나 정성을 다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심은 흔적이 역력했었다.
830m봉에서 한나무재까지는 가파른 내리막 비탈이 잇따른다. 또한 멋진 황장목도 곳곳에서 눈에 들어온다.
13시 19분 한나무재
한나무재는 지금도 차량의 왕래가 행해지고 있는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고 임도 양쪽으로 붉은 속살을 드러낸 황토 절개지가 인상적이다. 달리 말하자면 자연 회손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한나무재에서 932m봉으로 급하게 이어지는 오르막 비탈에는 아름드리의 황장목(금강송)과 낙엽송(일본잇갈나무) 그리고 떡갈나무들이 숲 전체에 널브러져 있다. 이렇게 수령에 30~40년은 족히 넘는 나무들을 모두 잘라내고 무슨 나무를 심으려 하는지 사뭇 의문이 간다.
아래 사진은 그와 중에 남아 있는 낙엽송 군락지 사이 죽은 나무의 그루터기를 녹색 이끼가 온통 뒤덮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죽은 나무 그루터기와 살아 숨쉬는 이끼가 만나 묘한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다.
13시 31분 832m봉
13시 36분 821m봉 헬기장
13시 56분 진조산(908.4m)
한나무재에서 40여분 동안 헬기장이 있는 832m봉과 821m봉을 넘어 서니 진조산 갈림길이 나오고 갈림길 50여미터 위로는 진조산 정수리가 보인다.
진조산(908.4m) 정수리에는 정수리를 알리는 빗돌이나 푯말은 보이지 않고 어이없게도 '지형이나 방위를 인간의 길흉화복과 연결시켜, 죽은 사람을 묻거나 집을 짓는 데 알맞은 장소를 구하는 이론을 바탕으로 삶는 풍수지리(風水地理)'를 무시하고 쓴 듯한 두 개의 봉분(封墳)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이 진조산 정수리가 어떤 명당 자리인지는 잘 모르지만, 보기에도 흉한 모양으로 이렇게 묘를 써야만 하는 건지 의문이 생긴다.
한편 진조산에 오르니 이제는 답운치가 가깝게 다가서는 기분이며 강한 황사먼지 사이로 아스라이 보이는 885m봉까지는 한 달음에 뛰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아래 사진은 진조산이 너무 반가워 삼각점을 부여잡고 고마움을 표하는 장면이다....ㅎㅎㅎ
14시 18분 굴전재(795m)
진조산에서 급하게 이어지는 내막 비탈을 조심해서 한 차례 내려선 다음 다시 오르막 능선을 따르면 885m봉이 나타나는데 그 곳부터는 완만한 능선과 낮은 봉우리 몇 개가 이어진 다음 잘 자란 소나무 지대를 지나 급하게 비탈을 내려서면 굴전재(759m)가 나온다.
굴전재에서는 정면으로 나 있는 좁은 임도를 따르지 않고 우측으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야만 한다.
아래사진은 14시 35분 810m봉에서 구지양님이 건네주고 간 맛있는 떡과 과일을 먹으며 담은 사진이다. "구지양님 간식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15시 03분 86번 송전탑
810m봉에서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을 따르며 낮은 봉우리들을 지나니 가랑잎이 수북이 쌓여 있고 산행로 양 옆으로는 굴참나무가 열병하듯 줄지어 서 있는 지점이 나온다. 봄의 초록빛은 찾아볼 수 없고 황량하게 가랑잎만 수북이 쌓인 위 사진을 보면 꽃피는 봄이 아닌 을씨년스런 초겨울 풍경을 보는 듯 하다.
86번 송전탑을 지나 720m 분기점을 통과해 좌측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내리막 비탈을 조심해서 내려서면 무성한 산죽이 산행로의 흔적을 삼켜버릴 듯이 빽백하게 자리하고 있는 안부를 지나게 된다. 그 안부에서 낮은 봉우리로 이어지는 산행로 가장자리에 '노랑제비꽃' 삼형제가 가랑잎과 솔잎을 헤치고 나와 예쁜 꽃을 자랑하고 있다.
산행하면서 '노랑제비꽃'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15시 19분 노랑제비꽃(Viola orientalis)
쌍떡잎식물 측막태좌목 제비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의 풀밭에서 자란다. 높이 10∼20cm이다. 땅속줄기는 곧게 서고 빽빽이 난다. 잎을 제외하고는 털이 거의 없거나 잔 털이 약간 난다. 뿌리에 달린 잎은 2∼3장으로 심장 모양이고 길이와 나비가 각각 2.5∼4cm이며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다. 잎자루는 잎보다 3∼5배 길고 붉은빛을 띤 갈색이다. 줄기에 달린 잎은 잎자루가 없고 마주나며, 앞면은 윤이 난다. 턱잎은 넓은 달걀 모양이고 길이 2∼3mm로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꽃은 4∼6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꽃대는 길이 2∼4cm이며 가운데에 포가 있다. 꽃받침은 바소꼴로 길이 6∼8mm이고, 부속체는 달걀 모양이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꽃잎은 5장이고 길며 꿀주머니는 길이 1mm 정도이다. 열매는 삭과로 달걀 모양 타원형이고 8∼9월에 익으며 털이 없다. 어린 싹은 식용하고 관상용으로 심는다. 한국(전지역)·일본·중국·헤이룽강에 분포한다.
15시 26분 693m봉
노랑제비꽃을 지나 한 차례 발품을 팔아 마침내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693m봉)에 서면 경북 울진과 현동을 잇는 36번 국도가 낙동정맥의 맥을 끊어 놓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69번 송전탑에서 693m봉으로 오는 길에 회장님으로부터 우리 위치를 확인하는 무전과 함께 답운치에 도착하면 36번 국도를 따라 우측(서쪽)으로 500m 내려오면 정맥호가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서두르지 말고 마지막까지 안전산행하라는 반가운 메시지가 전해졌다.
15시 33분 답운치(踏雲峙 619.8m)
헬기장에서 급경사의 내리막 비탈을 따라 묘1기를 지나 우측 절개지로 내려서면 '고개가 높아 구름을 밟고 선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답운치(踏雲峙)가 나온다.
울진군 서면 쌍전리의 답운치에는 '내가 좋아하는 산에 내가 먼저 산불조심 남부지방산림관리청' 이라 적혀 있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오늘 산행은 강한 황사와 긴 산행거리라는 악조건 하에 이루어진 힘든 산행이었습니다. 그래도 여러 회원님들과 2주만에 반갑게 만나 산행을 할 수 있어 무척 즐거웠습니다.
4월 15일 낙동정맥 제4구간 통고산 산행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모두 건강하시고 즐거운 나날 이어가세요.*^^*
*** 혹시 오류나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꼬~옥 댓글을 남기세요.....*^^* ***
2007년 07월 09일
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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