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의 산 심춘산행 | 연화도 연화봉 르포] 바다에 뜬 연꽃에서 봄을
낚다 연화봉과 용머리 돌아보는 환상적인 5km 섬 탐방 코스 통영에서 뱃길로 1시간 거리인 연화도 봄 산행 | ||||||||||||||
누가 봐도 3월은, 어쩔 수 없는 봄이다. 바람에도 온기가 돌고 햇볕은 따사롭다. 하지만 본지
기자들은 매년 3월호 준비를 위해 늦추위와 일전을 벌이곤 한다. 한 달 먼저 봄을 찾아나서야 하는 취재일정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그래도
가능하면 완연한 봄기운을 독자들께 보여주기 위해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해안을 자주 찾게 된다.
연화도는 통영 관내 유인도 가운데 가장 먼저 사람이 산 곳이다. 지금도 뱃길로 1시간씩이나 걸리는 먼 거리인데, 예전부터 사람이 기거했음은 그만큼 살기 좋은 환경이라는 반증이다. 섬은 크지 않지만 물 사정이 좋다. 동서로 3.5km, 남북으로 1.5km쯤 되는 아담한 규모에 현재 100여 가구 2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며, 주로 양식과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연화도의 기경은 이 본촌 마을 뒤 산 너머 남쪽 해안을 따라 펼쳐진다. 천길 낭떠러지를 형성한 바위절벽이 긴 해안선을 형성하며 연화도 특유의 풍광을 만들어낸다. 이 해안절벽은 육로로는 접근하기 어려워 주로 배를 타고 유람하게 된다. 하지만 탐방로 덕분에 가벼운 산행으로도 연화도의 비경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게 됐다.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절경의 섬
여행지
늦겨울 바다는 의외로 고약했다. 심한 바람과 풍랑으로 연화도 뱃길이 며칠 동안 끊겼다. 다시 배가 뜰 때까지 다른 일정을 소화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출항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새벽 6시50분. 첫배가 떠나는 시각. 이른 아침임에도 부두에는 연화도와 욕지도로 향하는 승객들로 북적거렸다. 며칠 동안 교통이 두절되다 보니 첫배에 사람이 많이 몰린 것이다. 정시에 통영항을 빠져나온 욕지호는 고요한 바다를 미끄러져 나간다. 천천히 어둠이 걷히고 있다. 겨울철에 첫배를 타면 연화도 가는 해상에서 일출을 보게 된다. 하지만 봄이 가까워지며 먼 바다로 빠져나가기 전에 이미 해가 떠올랐다.
연화산 탐방로은 부두 오른쪽 끝 민가 왼쪽의 소로가 들목이다. 이 작은 오르막길을 지나 2시 방향으로 보이는 전봇대를 향해 오르면 본격적으로 산길이 시작된다. 길은 여러 사람이 오르기 편하도록 제법 넓게 조성해 놓았다. 통나무 계단을 올라 망가진 염소몰이 그물을 통과해 잠시 고도를 높이면 이내 165m봉에 닿는다.
잠시 후 당도한 능선 위에는 쉬어가기 좋은 정자 하나가 서 있다. 바로 옆에는 ‘본촌 0.9km, 연화봉 0.4km, 5층석탑 0.8km’라고 표기된 이정표가 보인다. 다소 공간이 넓은 이 자리에서 보는 연화도 남쪽 망망대해의 조망이 시원스럽다. 이어지는 주능선 오르막길을 따라 400m쯤 오르면 아담한 바위들이 탑처럼 솟은 연화봉 정상에 서게 된다. |
작은 섬이지만 사찰이 두 곳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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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능선 옆의 억새밭에서 포즈를 취한 취재팀. 뒤에 보이는 바다 건너편 섬은 국도다. |
연화봉에서 보는 조망은 정말 악! 소리가 나올 정도다. 연화도 제일의 절경인 섬 동쪽 끄트머리 용머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두 마을 부근의 4개 바위섬인 네바위를 포함한 이 해안절벽 지대는 통영8경에 꼽히는 비경지대다. 뾰족한 바위섬들의
배열이 마치 대양을 헤엄쳐나가는 용의 날카로운 발톱을 보는 듯하다. 네바위에는 벼랑 위 바위틈에서 자라는 천년송과, 바다로 뛰어드는 형상의
거북바위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가지고 있다.
용머리와 연결된 남쪽 해안에는 금강산 만물상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바위군상이 펼쳐진다.
일몰 직전 황금빛으로 물드는 용머리와 연화도 해안의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라고 한다. 하루쯤 섬에서 머물 수 있다면 해질 무렵 연화봉에 올라
낙조를 감상해도 좋을 것이다. 능선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일출과 낙조를 동시에 감상하는 것도 훌륭한 탐승법이라 하겠다. 물론 산중에서 묵으려면
충분한 식수와 비박 준비가 필수다.
약간 급해지는 경사길을 따라 조금만 내려서면 연화도사 토굴터와 사명대사 토굴터가 연이어
나온다. 조선시대 연산군의 억불정책을 피해 이 섬에 은신한 연화도사와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켜 나라를 구한 사명대사가 수행하던 장소라고 한다.
토굴터를 지나 발아래 언덕배기에서 5층석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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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촌에서 산으로 접어드는 초입의 마을길. 좁은 돌담길 사이로 길이 나 있다. |
주능선 한 가운데 우뚝 선 5층석탑은 조성한 지 오래 되지 않았는지 흰 색 화강암이 번쩍일
정도로 깨끗했다. 석탑 옆으로 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서면 절벽 속에 자리 잡은 사찰 보덕암이 나온다. 연화봉 남쪽 가파른
사면의 이 사찰은 네바위의 절경을 정면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장소다. 보덕암은 빼어난 조망의 관음도량으로 연화사와 함께 많은 불자들이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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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밧줄을 잡고 암릉지대를 통과하고 있는 백은식씨와 임지웅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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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바람을 맞고 피어난 연화도 보덕암 마당의 동백꽃. |
연화사는 하산길에 들르기로 하고 계속해 능선을 따라 용머리로 향한다. 둔덕처럼 넓은 능선 위의 벤치에서 억새밭과 바다에 부서지는 봄볕을 감상했다. 봄이 몰고 온 강렬한 햇빛이 머리 위로 쏟아졌다. 차가운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로 따스한 기운이 감돈다. 아무리 늦추위가 기승을 부려도 남쪽의 봄기운을 막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양편이 절벽인 아찔한 구간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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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화도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연화사. |
휴식처에서 조금 더 동쪽으로 전진하면 길은 왼쪽의 콘크리트 포장도로로 내려선다. 도로를
타고 계속해 동쪽으로 500m쯤 이동하면 다시 오른쪽으로 산길이 나타난다. 이정표 방향 표지를 따라 그물을 넘어서면 길은 천천히 오르막으로
바뀌며 바다로 향한다. 임도처럼 넓은 길 아래로 염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이곳 연화도와 욕지도의 흑염소는 약용으로 인기 있다. 산길
곳곳에 보이는 그물은 염소를 기르기 위해 설치한 것들이다.
해안 절벽을 크게 돌아 다시 고도가 뚝 떨어진 뒤 도로와 다시 만난다.
하지만 산길은 곧바로 건너편 봉우리로 올라선다. 중간의 목책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송곳처럼 뾰쪽한 바위 하나가 솟아 있다. 주민들이 아들바위라고
부르는 기암이다.
아들바위를 지난 탐방로는 제법 산길의 험난함을 드러낸다. 경사도 급해지고 폭이 좁은 암릉지대도 있다. 로프를
매어둔 고래등 같은 바위에 올라서니 양 옆이 아찔한 절벽이다. 이 바위를 내려서는 지점에도 로프가 설치돼 있는데, 양쪽 벼랑의 고도감에 현기증이
날 정도다. 초보자들은 조심해야할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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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산 돌김을 말리고 있는 연화도 주민. |
암릉지대를 지나 산길 오른쪽으로 멋진 조망처가 연달아 나타난 뒤 118m봉에 오른다. 이후 산길은
서서히 아래를 향하더니 이내 급경사로 변한다. 동두 마을 직전의 도로까지 100m 고도를 지그재그 길로 내려선다. 등산로 끄트머리는 아예 암반을
파내 걷기 좋게 만들어 두었다. 상당히 많은 공을 들여 만든 탐방로임을 알 수 있었다.
산길 끝의 동두 마을은 작고 조용한
어촌이었다. 마을 앞 포구의 가두리 양식장 둑에 앉은 많은 갈매기들도 평화로운 오수에 빠져 있다. 인적을 찾기 힘든 마을 앞에 앉아 시계를 보니
정오를 간신히 넘겼다. 그렇게 여유를 부렸건만 4시간만에 산행이 모두 끝났다. 이제 다시 포구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배를 탈
때까지는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다. 갑자기 주어진 여유로운 시간이 당황스럽다. 이제 뭘 해야 할까. 방파제에 앉아 볼락이나
잡아볼까?
글 김기환 기자
사진 김승완 기자
산행길잡이] 산책로 수준의 주능선
산길
3~4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봐
연화도 탐방로는 연화봉 주능선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경치가 수려해 산행 중 줄곧 멋진 바다풍정을 조망할 수 있다. 먼저 본촌 마을 뒤편의 연화봉에 오른 뒤 용머리쪽으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탐방
순서다. 산길 곳곳에 쉬어가기 적당한 휴식처를 조성해 절경을 여유 있게 감상할 수 있다. 다만 동두 마을 직전 봉우리의 아찔한 바위지대를 통과할
때는 주의를 요한다.
능선에는 물을 구할 곳이 없어 사전에 식수를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아니면 5층석탑 남쪽의 보덕암 샘터에
잠깐 들러 물을 보충할 수 있다. 동두 마을까지 산행에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돌아오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3~4시간 남짓이다.
하지만 모처럼 하는 섬산 봄나들이를 뜀박질로 망칠 이유는 없다. 도시락을 준비해 경치 좋은 곳에서 쉬어가며 여유 있게 풍경을 즐기는 것이 좋다.
본촌 마을에서 동두 마을까지 전체 탐방로의 길이는 약 5km. 돌아오는 포장도로 약 3km를 합하면 총 8km다.
좀 서두른다면 첫배로 연화도를 찾은 탐방객도 충분히 오후 1시20분 배로 통영으로 되나올 수 있다. 마지막 배를 이용할 계획이라면
상당한 여유가 생긴다. 남는 시간을 적절하게 이용할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연화도의 바다낚시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1인당
30,000원 정도면 4~5명이 단체로 배를 타고 바다에서 고기를 낚을 수 있다. 장비 대여도 가능하다. 바다에서 보는 연화도의 절경은 덤이다.
낚싯대를 준비했다면 선착장 방파제 주변에서 손맛을 볼 수도 있다. 포구에 양식장이 같이 있어 그 주변에 고기가 많다는 주민들의 귀띔이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매일 11회 운행(07:10~18:40)하는 통영행 고속버스 이용. 5시간 소요. 요금 일반
18,100원, 우등 27,000원.
서울
남부시외버스터미널(서초동) 매일 11회(09:30~18:00) 운행하는 통영행 직통버스 이용. 5시간 소요. 요금
18,100원.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 매일 20분 간격(05:40~02:10)으로 운행하는 통영행 직행버스 이용. 2시간 소요. 요금
9,100원.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경부고속도로와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경유해 얼마 전 개통된 통영 나들목까지 간다. 이후
14번 국도를 이용해 거제·통영 방향으로 진입한다. 통영 연안여객선터미널까지 서울서 약 5시간 소요.
통영
시외버스터미널(055-644-0017~8) 앞에서 시내버스(도남동, 봉평동 방면)를 이용해 서호동 비치호텔 앞 하차.
여객선터미널까지 도보로 5분 정도 소요.
통영
여객선터미널(055-642-0116)에서 연화도까지 1일 3회(06:50, 11:00, 15:00) 운항, 1시간 소요. 어른
7,700원, 어린이(만 3세 이상) 3,000원.
연화도에서 통영으로 회항하는 시각은 08:30, 13:20,
17:20. 성수기에는 운항횟수가 늘거나 할증될 수 있으니 자세한 사항은
욕지해운(055-641-6181·www.yokjishipping.co.kr)에 문의.
통영 산양읍 삼덕항(055-641-3560)에서도 연화도
왕복 배편이 매일 2~3회 있다. 승용차를 두고 갈 경우 통영항 공영주차장 요금 1일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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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촌으로 돌아오는 도중, 연화분교 앞의 민가(작은 간판 걸어둠)에서 막걸리와 파전 등을 맛볼 수 있다. 부둣가에 자연산 회를 맛볼 수 있는 횟집이 여럿 있다. 생필품과 낚시 장비 등을 구입할 수 있는 매점도 있다. 민박집이나 매점에 문의하면 낚싯배를 빌려 탈 수 있도록 연결해준다. 자세한 사항은 욕지면사무소(642-3007)에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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