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士에게 듣는 山이야기] 칠순에 히말라야 트레킹에 푹 빠진 이종호 중외제약 회장 “안나푸르나에서 생애 제일 아름다운 일출 목격” | ||||||||||||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가 해발 4,150m에 있는데, 거기서 본 석양의 빛깔을 잊을 수가
없어요. 햐얀 설원에 펼쳐지는 빛의 파노라마였지. 다음 날 새벽에 눈을 떴어요. 날씨가 얼마나 춥던지 여벌로 가지고 간 옷을 다 껴입어도 몸이
떨리더구만. 그런데 그 추운 새벽에 카메라를 든 온갖 사람들이 한 곳으로 몰려드는 거예요. 도대체 저 사람들이 뭘 찍으려고 그러나 싶어 나도 그
사람들 틈에 끼였지. 그리고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출을 목격했어요.”
주로 가는 산은 운길산과 북한산 운길산만 찾는 것이 아니라 거의 매주 김동익씨(전 중앙일보 사장) 등 친구들이나 회사 임직원들과 함께
북한산도 찾는다. 북한산은 평창동 매표소에서 시작해서 대성문을 거처 형제봉으로 하산한다. 이 회장은 등산 도중 자기 얘기는 최대한
아끼고 직원들의 고민을 들으려 애쓴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오너가 하면 직원들에게는 그대로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중등학교 시절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이 회장은 3년 전 안나푸르나 트레킹 때 베이스캠프에서 본 안나푸르나의 일출 광경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 다음부터 사진촬영의 묘미에 푹 빠져들었다. 산에 오를 때 마다 꼭 카메라를 가지고 가서 눈앞에 펼쳐진 자연 풍경을 몇 장씩 담아온다. 50대라 해도 누구나 곧이들을 만큼 건강해 보이는 이종호 회장의 건강 비결은 바로 등산에 있었다. 이 회장이 일궈온 중외제약은 지난 해 창사 60주년을 맞이했다. 국내 5대 제약회사 중 하나로 다른 제약회사처럼 비타민 함유 드링크제나 피로회복제를 만들지 않는다. 주력 제품은 링거라 불리는 수액을 비롯해 항생제, 항암제, 순환기용 약을 주로 만든다. 주로 병원에서 쓰는 전문 치료제다. 중외제약이 만든 치료제들이 없으면 우리나라 병원이 문을 닫게 될 정도다. 종업원 1,180명이 연간 매출액 3,040억(2004년 기준)을 기록했다. 조선일보가 최근 국내 상장회사 1,559개사의 1990년 이후 실적을 분석, 5년 이상 연속으로 이익이 증가한 25개사를 발표했는데, 중외제약은 9년 연속으로 2위를 차지해 알짜 기업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르다보면 정신적 육체적 상처 다 낳아” 이종호 회장은 일흔넷이 믿기지 않을 만큼 활력이 넘쳐 보인다. 항상 웃음을 머금은 얼굴 역시
동안이다. 지난 해 11월24일부터 12월3일까지 9박10일간 세번째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선 그는 백두산 보다 더 높은 해발 2,858m나
되는, 산비탈을 깎아서 만든 루클라 비행장에 내려 주위를 둘러싼 설산을 둘러보며 가벼운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19인승 경비행기의 창문 너머로
보이던 흰 산들이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이 회장이 히말라야 트레킹에 푹 빠진 것은 네팔의 자연도 좋지만 가난하지만 종교와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순수한 영혼이 깃든 네팔인들이 좋아서다. 해발 5,500m나 되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트레킹을 하면서 세계 최고봉의 정기도 흠뻑 받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일행 중 최고령인 이 회장은 루클라에서 팍딩(2,640m)을 지나 남체바자르(3,540m)를 거쳐 목적지인 상보체(3,864m)까지 가는 3일 동안 이른 아침부터 해질녁까지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천천히 걸었다. 5개의 기나긴 출렁다리를 건너고, 가난하지만 해맑은 웃음과 “나마스떼!(안녕하십니까)”를 외치는 네팔인 마을을 지나 에베레스트로 향했다. 이 회장이 이렇게 안나푸르나와 에베레스트 주변을 서성이는 것은 자기와의 싸움을 끝내고 현실을 떠나 초월적인 경지에 들어서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회장님 괞찮으시죠?. 그 나이에 정말 대단하십니다.”
“힘이 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걸어야 고소를 이길 수 있다네. 포터들이 옆에서 뭐라는지 알아. ‘비스타리(천천히)’, ‘비스타리’라고 자꾸 일러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야.” 고산은 두 다리로 오르기 보다 의지로 오른다는 말이 옳다는 것을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이 회장을 보면 실감한다. “3년 전 겨울 안나푸르나를 갔을 때 나이 드신 분 중에 고산증을 앓은 사람은 없었습니까.?” “왜 없었어요. 해보니까 트레킹이라는 것은 결국 지구전이야. 일행 중에 가장 젊은 사람이 먼저 쓰러졌어요. 나는 비교적 적응을 잘 했지. 모두 다섯 명이 다녀왔는데 두 사람은 지금도 트레킹 얘기라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다른 두 사람은 한 번 더 가고 싶다고 그래.” |
“안나푸르나에서 생애 제일 아름다운 일출
목격” | ||||||
매출 1조원의 글로벌 헬스캐어 컴퍼니가 목표 이 회장은 선친인 고 이석기 전 회장이 운영하던 중외제약에 1966년에 입사하여 40년간 몸 담아
오고 있다. 1980년 한 때 부도 위기에 처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 후 29년 동안 계속해서 흑자를 내고 있다. 세계 일류
제약회사로 만든 이 회장의 경영철학은 바로 산을 오르면서 몸에 밴 도전정신과 끈질긴 집념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카메라 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잠시 심호흡을 하면서 깊은 생각에 잠긴다. 그는
안나푸르나를 다녀온 다음부터 홍보실 직원에게서 사진찍기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새로운 꿈에 대한 도전이다.
중외제약이 지금까지 만든 수액만 13억 병이 된다. 생명을 존중하는 수액에 생산에 집착해온 중외제약이 2004년 6월 초에는 차세대 항생제인 이미페넴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회장은 이 약을 개발하기 위해 1990년대 초부터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했다. 경기도 시화지구에 이미페넴만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준의 공장을 준공하는 데에만 100억을 들였다. 이미페넴의 세계시장 규모는 6억 달러라고 한다. 현재 일본, 유럽, 중국 등에서 문의가 잇따르고 있어 발매 3년차부터 연간 8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종호 회장은 2006년 신년사에서 “금년은 5년 앞으로 다가온 2010년 매출 1조원, 경상이익 1천 달러의 ‘글로벌 헬스캐어 컴퍼니’ 비전을 실현하는 첫 해인 만큼 임직원 모두 배전의 각오와 결의를 다질 것”을 당부했다. 이종호 회장이 중외제약을 오늘날 이만큼 키워온 데는 산을 오르며 다진 놀라운 체력과 굳은 의지가 밑바탕이 됐음이 틀림없다. 글 사진 이오봉 월간조선 객원기자, oblee@chosun.com |
'산행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합천호반에 솟은 철쭉 명산 '황매산' (0) | 2006.03.27 |
---|---|
버리미기재~늘재 개념도 (0) | 2006.03.09 |
이화령--은치재 [백두대간 18 차] (0) | 2006.03.09 |
월악산 르포] (0) | 2006.01.19 |
한라산 백록담 여신을 찾아서 1편 (0) | 2006.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