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합천호반에 솟은 철쭉 명산 '황매산'

작은岳馬 2006. 3. 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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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호반에 솟은 철쭉 명산, 황매산

경남 산청과 합천 경계에 걸친 황매산(黃梅山·1,108m)은 우리나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철쭉꽃 산행지다. 이 산을 때맞추어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산에 다니는 사람으로서 큰 복이라 할 것이다. 지난해 5월6일 이 산에 철쭉이 만발했을 때를 기해 찾아갔다.

▲ 황매산 정상 서북쪽의 975m봉 능선을 등산객들이 정담을 나누며 걷고 있다.

황매산은 유명 산인만큼 여러 가닥의 등산로가 나 있다. 그중 다소 외진 산행기점인 산청군 차황면 장박리 마을의 자그마한 주차장에 도착, 마을을 가로지르는 물골 옆으로 난 길을 거슬러 오른다. 옛 농가와 현대식 건물이 산비탈에 공존하는 조용한 마을 풍경을 악다구니로 짖어대는 개들이 깨운다.

집들이 끝나고, 지금까지 따르던 경운기 길도 계곡을 버리고 왼쪽으로 급히 꺾인다. 갈짓자를 쓰며 지능선으로 올라서서는 다시 평탄한 길로 이어진다. 장박 마을 주차장을 떠난 지 20분쯤 지나자 나뭇가지에 표식기들이 많이 달려 있다. 여기서 떡갈재로 이어져가는 경운기 길을 이별하고 오른쪽 숲속으로 든다. 이 길은 주능선 상의 960m봉으로 곧장 오르는 길이다. 떡갈재 경유 코스보다 30분 이상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안내판에서 떡갈재까지는 임도를 따라 약 1km 더 올라가야 한다.

숲속은 버들가지가 움튼 아늑한 지형이다. 샘터에서 수통에 물을 채우고 지능선으로 서서히 경사를 높여 나아가는 길섶에는 노랑제비꽃, 고깔제비꽃, 개별꽃, 각시붓꽃, 굼붓꽃 등이 낮게 엎드려 꽃을 피웠다.

▲ 황매산 정수리의 암봉 근처에도 철쭉이 피었다.

능선을 따라 이어지기도 하고 사면을 더터 나가기도 하며 급경사에 올라붙자 1시간만에 떡갈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능선 삼거리다. 이제야 철쭉꽃이 반긴다. 철쭉나무와 억새가 어우러진 둔부 같은 능선을 천천히 10여 분 올라서자 시야가 확 트이는 975m봉이다. 벤치에 앉아 남동으로 보이는 황매봉, 중봉, 하봉으로 이어진 능선 그림도 좋지만, 속살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풍성한 합천호가 눈길을 더 끈다.

975m봉을 뒤로 하자 두루뭉실 훠이훠이 펼쳐지는 철쭉꽃 능선이다. 황매봉이 1.3km 남았다는 이정표도 있고 쉬어가라며 유혹하는 헬기장도 나타난다. 큰 키의 나무들이 전혀 없는 펑퍼짐한 화원의 분홍 빛깔 바람을 마시며 선녀처럼 걷는다.

사방이 철쭉화원 이룬 황매 평전

왼쪽 대뉨?하금리 황매산 계곡의 큰 골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더니 급경사 돌계단이 시작된다. 헉헉거리며 돌층계를 올라가며 선녀처럼 걷던 길이 못내 아쉬워 뒤를 돌아본다. 붉은 선혈을 토하는 능선 뒤로 산청, 함양, 거창의 산들이 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 장승 제단에서 본 황매산 전경. 광대한 평원 가운데 목장이 있다.

숨이 턱에 꼴깍거릴 즈음 삼봉과 황매봉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다. 어찌 보면 삼봉으로 가는 중봉, 하봉 길이 더 뚜렷해 보인다. 삼거리 공터에는 이정표(상중마을 6.6km, 베틀굴 1.9km, 신촌마을 5.5km, 삼봉 3.3km)가 있는데 장박 마을과 떡갈재의 거리 정보는 없다.

케언이 10여 기 있는 암봉을 내려서 남쪽 건너편 암봉으로 다시 올라서자 정상석 2기가 있는 황매산 정상이다. 지리산 천왕봉까지 조망되는 정상은 사방이 막힘이 없다. 정상에 올라 발품을 파는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조망의 특허다. 베틀봉(946.3m)을 향하여 정상을 뒤로한다. 와이어로프가 설치되어 있는 급경사 바윗길과 나무계단을 내려서자 해발 900여m의 황매평전이 펼쳐진다. 

헬기장을 지나 먹거리 파는 포장에서 부침개와 도토리묵을 안주삼아 막걸리 한 순배 돌리고 황매산 제단을 보고 황매평전을 걷는다. 사방이 철쭉나무다.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는 곳에는 이정표(신촌마을 4.1km, 베틀굴 0.6km, 황매봉 1.3km)도 섰다. 여기서 오른쪽은 영화주제공원이 있는 법평리 신촌으로 하산하는 길이고, 왼쪽은 목장으로 내려갈 수 있으나 베틀봉을 보고 가자 하여 곧장 능선을 따라 직진한다. 베틀봉 오르기 전 안부에서 철쭉꽃 사이로 뒤돌아본 황매봉 품새가 장관이다. 눈을 지그시 감은 노승이 염주를 헤아리고 앉은 ‘노승예불’ 같기도 하고, 신선이 책을 펴는 ‘신선독서’ 형국 같기도 하다.

▲ 황매산 남쪽 철쭉 군락에서 본 정상.

자주 뒤를 돌아보게 하는 베틀봉 사면으로 돌아나가자 다시금 전망 좋은 공터에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삼거리다. 계속 직진하면 감암산쪽으로 가는 길이다. 왼편 동쪽 모산재(767m)로 이어진 능선으로 내려간다. 양쪽 사면이 온통 꽃밭이다. 화전놀이 하는 사람들이 꾸역꾸역 올라온다.

삼거리~모산재 능선 북쪽은 평평한 목장지대를 이루고 있다. 이 지역은 십수 년 전까지 합천군이 임대해준 목장이 12개소 있었지만 지금은 2개소만 남아 있다. 능선길은 산길이 아니라 목장길 같다. 젖소들과 간혹 마주치는 내리막 능선길로 20분 가면 ‘황매산대장군’, ‘황매산여장군’, ‘우순풍조세년풍(雨順風調歲年豊)’이라 쓰인 장승 3기가 나타난다.

▲ 황매산~베틀봉 능선의 철쭉 군락에서 꽃과 어울린 등산객들. 뒤에 베틀봉 능선이 뵌다.
장승에서 조금만 더 가면 수만 평 철쭉 군락으로 뒤덮인 828m봉이다. 황매산 철쭉제단이 있는 봉으로, 철쭉은 음력 초파일을 전후해 절정을 보인다. 합천군은 여기서 매년 5월5일 철쭉제 행사를 한다.

여기 장승 삼거리에서 능선을 버리고 왼편 목장길로 내려간다. 승용차들이 여기까지 올라와 인산인해를 이뤘다. 터벅터벅 지루한 목장길을 따라 덕만 주차장에 도착하여 눈을 감으니 철쭉꽃의 환영이 어른거린다. 

장박 마을~975m봉~황매산 정상~베틀봉~장승 삼거리~목장~덕만 주차장에 이르는 거리는 약 14km로, 6시간쯤 소요된다.

/글·사진 김부래 태백 산악인

교통

서울→산청  남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청행 직통버스 1일 8회(08:30~20:00), 심야 1일 1회(23:00) 운행. 3시간30분 소요.
진주→산청  시외버스터미널에서 3분 간격(06:00~21:00)으로 운행하는 산청행 버스 이용. 40분 소요.
산청→장박리  차황 경유 장박리행 버스 1일 9회(08:20~18:00) 운행. 30분 소요. 군내버스 055-973-5191.
덕만→삼가  덕만으로 하산한 뒤 일단 삼가까지 택시로 나간다. 삼가 동성택시 055-932-9181. 단계 개인택시 055-973-6452, 011-851-6452.
삼가→진주·합천  하루 20회 지나는 진주~합천 간 버스 이용, 진주나 합천으로 나간다.

숙박
산기슭에는 마땅한 민박시설이 없다. 산청읍내의 산청파크장(055-973-6840), 삼성장여관(973-2471), 영남장여관(972-6766) 등을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