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종주기

낙동정맥 제20구간 천성산(千聖山 825m)

작은岳馬 2008. 1. 8. 21:30

 

 

 낙동정맥 제20구간 천성산(千聖山 825m)

 

산행일자 : 2008년 01월 06일

 

산행장소 : 지경고개~통도골프장~342.7m봉~406m봉송전철탑(NO16)~솔밭산공원묘원~삼덕공원묘원(천주교)~664.7m봉전망바위~정족산(700m)~솥발고개~665.3m봉~612.9m봉~대성재~629.8m봉~532.5m봉~안적고개~580.2m봉~785m봉~천성산(825m)~807.2m봉(암봉)~미타암~소주리

 

산행모임 : 대전한겨레산악회(38명)

 

산행날씨 : 맑음(짙은연무)

 

산행거리 및 시간 : 19km, 07시간 22분

 

 언제나 새벽 03시에 일어나 산행 준비를 해서 05시 10분경 용문역에서 정맥호에 오르는 게 낙동정맥을 종주하며 몸에 밴 습관이다. 하지만 오늘 새벽에는 친구가 건 전화 벨소리를 잠결에 듣고 시계를 쳐다 보니 아니! 벌써 05시 07분을 지나고 있다. 정맥호에 올라었야 할 시각에 일어나 산행을 떠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 친구에게 오늘 산행은 함께하지 못한다고 말을 한 후 전화를 끈었다. 전화를 내려 놓고 막상 오늘 회원님들과 함께하는 산행을 못한다는 생각과 함께 지난 1년 동안 한 번도 빠진 적 없이 낙동정맥을 종주했고 이제 4구간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어느덧 내손은 배낭으로 향하고 있다.

 

 이길숙 총무님이 전화를 받지 않아 박진용님께 전화를 걸어 원두막으로 택시를 타고 갈 터이니 기다려 달라고 말을 하고, 급하게 배낭을 꾸려 택시를 타고 05시 50분 경 원두막에 도착해 정맥호에 오르니 모든 회원님들이 승선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회원님들께 먼저 늦어서 죄송하다고 인사를 하고 빈자리를 찾아 앉으니 이내 정맥호는 양산 영취산 기슭 지경고개를 향해 항해를 시작한다.

 

 09시02분 지경고개 정박한 정맥호에서 하선하니 동지(冬至)를 지나 연중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이고 대한(大寒)이 놀러왔다가 얼어죽었다는 소한(小寒) 추위에 어울리지 않게 공기 중에는 따스한 햇볕과 함께 온기가 감돈다.

 

 

 09시 16분 시산제(始山祭)

 

 지경고개에서는 낙동정맥을 종주하고 있는 중이라 간단하게나마 정성을 다해 준비한 제수(祭需)를 잘 차려 놓고 무자년(戊子年)에도 정해년(丁亥年)처럼 모든 회원님들이 아무런 사고 없이 즐거운 산행을 잇기를 기원하며 시산제(始山祭)를 올렸다. 시산제를 올리고 회원님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는데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힘차게 용솟음치며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09시 27분 한겨레의 어르신들

 

 지경고개에서 들머리를 찾아 들어 야트막한 봉우리 하나를 넘으니 다른 지방과는 달리 유난히 오똑한 봉분(封墳) 한 쌍이 눈에 띈다. 봉분 가장자리로 걸어 오시는 손중호님과 박영규님 그리고 김일석님을 카메라에 담고 있으려니 새삼 대단한 어르신들이라는 생각과 함께 나도 50을 넘어 60살에 이를 때까지 산행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아래 사진은 통도골프장 입구에서 이용우 산악대장님을 비롯한 여러 회원님들이 골프장을 가로지르는 정맥 마루금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동쪽으로 나 있는 우회 산행로를 따를 것인지를 놓고 잠시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몇 분 동안 의견을 나눈 끝에 우회도를 따르면 골짜기에 흐르는 작은 개울을 건널 수 밖에 없어  "산은 스스로 물을 가른다.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 두 능선 사이에는 계곡이 하나 있고 두 계곡 사이에는 능선이 하나 있다. 산 없이 시작되는 강이 없고 강을 품지 않는 산이 없으니 산과 강은 하나이다. 고로 산에서 산으로 가는 길은 반듯이 있고 길은 오직 하나 뿐이다."라는 데서 나온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란 말을 지키며 마루금을 따라 걸음을 옮겨야 한다는 원칙을 거스르게 되니 골프장을 가로질러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09시 41분 통도골프장

 

 경남 양산시 하북면 답곡리 233번지에 위치한 통도골프장은 36홀의 큰 규모를 갖춘 골프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연중 골프를 즐기는 대중 골프장으로 1984년도에 개장하였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란 원칙을 지키며 통도골프장을 가로지르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골프장측이나 골프를 치러 온 사람들은 등산복 차림에 배낭을 메고 골프장을 가로지르는 38명의 회원님들이 골프를 치는 데 방해가 되고 자칫 골프공에 맞아 안전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는 입장인 반면, 낙동정맥을 종주하고 있는 회원님들은 정맥 능선이 골프장을 지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골프장을 지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골프장 지도와 케디의 도움을 받아가며 정맥 마루금을 찾아 1시간 여 동안 발품을 팔아 골프장을 벗어날 무렵 골프장 직원 한 명이 이렇게 골프장을 가로지르면 위험하다며 다가왔다. 카트를 타고 온 골프장 직원의 도움을 받아 골프장을 벗어 났지만 골프장에서 342.7m봉으로 이어지는 정맥 마루금은 찾을 수 없어 가랑잎이 수북이 쌓인 가파른 비탈면을 거슬러 올라 342.7m봉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랐다.

 

 위 사진은 골프장 너머로 영취산의 멋진 암장과 우측 끝 신불공룡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조망하며 담은 사진이다.

 

 

 10시 54분 342.7m봉으로 이어지는 들머리

 

 골프장에서 가파르게 고도를 높이는 비탈을 거슬러 올라 342.7m봉으로 이어지는 임도에서 잠시 방향를 잃고 갈팡질팡하다가 대나무가 산행로 양 옆으로 즐비한 산행로를 따라 마침내 정맥 마루금을 밟는다.

 

 

 11시 13분 솥발산공원묘원

 

 342.7m봉을 지나 406.6m봉으로 이너지는 완만한 능선을 따라 20여 분 발품을 파니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솥발산공원묘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공원묘원 좌측으로 난 임도를 따라 오르다보면 묘원 중간중간에 잘 자란 소나무 두 그루가 마치 묘원을 지키는 수문장처럼 늠늠하게 서 있다. 솥발산 정수리를 향해 갈지(之)자를 그리며 가파르게 이어지는 콘크리트 포장 임도를 따르다보면 원쪽 절개지 나뭇가지에서 정맥 시그널이 나부�는 걸 나부끼는 것을 발견 할 수 있다.

 

 

 11시 41분 삼덕공원묘원(천주교)

 

 정맥 시그널이 나부끼는 절개지를 조심스럽게 올라 가파른 오르막 비탈을 따르는데 암산(岩山)답게 곳곳에 솟아있는 멋진 바위들이 반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파른 비탈을 올라서자 정맥 마루금이 뚜렸이 나타나고 산행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멋진 바위가 간간이 눈에 띄는 정수리를 넘어서자 봉분이 솥발산 동남쪽 사면을 가득 메운 삼덕공원묘원이 나타난다.

 

 몇 분 전 솥발산공원묘원의 방대한 규묘가 나를 놀라게 만들었는데 삼덕공원묘원(천주교)이 한 번 더 나를 놀라게 한다. 커다란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 묘원에서 맛있는 감귤을 나무며 잠시 다리 쉼을 하는데 화려한 색을 자랑하며 묘원을 장식했던 조화가 빛이 바란 채 묘원 가장자리 수로나 골짜기 곳곳에는 널브러져 있다.

 

 묘원 봉분마다 앞에는 돌을 빗어 만는 화병이 하나씩 놓여져 있는데 화병에는 하나 같이 하려한 원색을 자랑하는 조화가 꽂여 있다. 조화가 오랜시간 동안 풍우(風雨)를 맞아 빛이 바라면 묘원 가장자리 수로나 골짜기에 마구 버려지는 듯한데 이는 자연을 훼손하는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썩어 없어지는 생화를 사용한다든지 아니면 작은 꽃나무를 심는 방향으로 지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1시 55분 자연은 석공?

 

 진달래 군락을 지나 커다란 바위가 즐비한 묘원 정수리를 넘어 작은 안부에 닿으니 '운봉산화회원추모비'가 눈에 띈다. 동쪽 삼덕공원묘원으로 이어지는 임도 가장자리에는 두 개의 컨테이너와 가재도구들이 널브러져 있고 664.7m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집채  같은 바위 위에 잘 빗어진 공기돌 같은 커다란 바위가 올라 앉아 있다. 바위를 우측으로 휘돌아 오르는데 아래에서 공기돌처럼 보이던 바위는 기다란 유선형의 멋진 물고기 모양을 하고 있다.

 

 위 사진은 유선형의 바위와 잇닿아 있는 바위로 집채만한 바위가 돌을 능수능란하게 다룰줄 아는 석공이 빗어 놓은 듯 육 등분 되어 있는 모습이 하도 신기하여 담아 보았다.

 

 

 

 

 11시 58분 664.7m봉 감시카메라봉

 

 이동통신 안테나와 산불감시카메라가 세워져 있는 664.7m봉 암장에 오르니 먼저 오른 산행객들이 점심을 먹느라 한창이다. 664.7m봉 정수리에서는 공원묘원과 골프장 그리고 경부고속도로 너머 영취산과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조망 할 수 있는데 짙게 깔린 연무 때문에 조망이 시원하지 않아 야속할 따름이다.

 

 

 12시 04분 임도

 

 664.7m봉을 지나면 멋진 바위와 진달래가 조화를 이루는 완만한 능선이 잇따른다. 완만한 능선과 억새밭을 지나면 삼덕공원묘원에서 정족산(鼎足山 700m) 멧부리 아래까지 이어지는 임도와 만난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걷다보면 삼동면 용암사로 이어지는 삼거리 고갯마루에 억새와 소나무가 조화를 이룬 안부에 닿는다. 이 고갯마루에서 임도를 버리고 우측으로 이어지는 숲길을 따르면 정족산 암장이 눈에 들어온다.

 

 

 12시 18분 정족산(鼎足山 700m, 솥발산)

 

 울산 울주군 삼동면과 양산시 하북면의 경계에 위치한 일명 솥발산이라 불리는 정족산(鼎足山 700m) 정수리에 길게 뻗은 바위 3개가 마치 가마솥을 받치고 있는 솥발(鼎足)의 형상이라 하여 솥발산으로 부르며, 옛날 천지가 개벽할 때 모두가 물천지가 되어도 이 봉우리는 솥발만 남아 찰랑거렸다고한다.

 

 또한 정족산은 천성산 제2봉(825m 옛 천성산), 천성산(922.5m 옛 원효산)과 함께 북에서 남으로 하나의 긴 산줄기를 이루고 있지만 양산 최고의 명산인 천성산(922.5m 옛 원효산)에 가려 산행객들에겐 그저 평범한 산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가파른 비탈 곳곳에 산재해 있는 암릉을 지나 정족산 정수리에 오르다 보면 정족산이 결코 녹록하지 않은 산임을 알게 된다. 우선 그 유명한 내원사 계곡에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는 아름답고 청량한 계곡에다 울창한 숲, 그리고 산행 도중 만나는 기암과 암장 등은 산행의 재미를 더해 준다.

 

 태극문양에 '정족산'이라 씌여진 대리석이 박혀있는 암장을 지나 정수리에 오르면 '정족산 700.1m'라 씌어진 빗돌과 '양산 413'이라 씌어진 삼각점이 있다. 위 사진은 세 번째 솥발에서 정족산(山 700m, 솥발산) 정수리 암장과 태극문양이 박혀있는 첫 번째 솥발을 담은 사진으로 멀리 영취산과 신불산이 아스라히 바라다 보인다. 아래 사진은 첫 번째 솥발에서 정족산 정수리에 서 있는 회원님들을 담은 사진이다.
 

 

 

 12시 31분 솥발산

 

 정족산(鼎足山 700m, 솥발산) 정수리 사위로 펼쳐지는 풍광을 조망하던 회원님들이 솥발고개를 향해 떠난 자리에 홀로 남아 후미 일행을 기다리며 10여 분 동안 머무르니 손중호님과 최현경님이 정수리 암장에 오른다. 손중호님께 후미 일행이 어디쯤 오고있는지 물으니 20여 분 거리를 두고 뒤따라 온다고 하신다. 또다시 홀로 남아 20여 분 동안 후미를 기다려도 오지 않아 전화를 여러번 걸어보았으나 연결이 되지 않는다.

 

 

 12시 58분 용바위

 

 40여 분 동안 정족산 암장에서 머물다 용암사로 이어지는 삼거리 고갯마루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솥발고개를 향해 발길을 옮기니, 옛날 가뭄이 들면 산신께 비를 기원하며 기우제(祈雨祭

)를 올리던 자리라고 알려진 곳에 닿는다. 기우소로 알려진 자리에는 정족산 암장 바라보는 용(龍)을 닮았다는 용바위가 있다.

 

 

 12시 59분 너럭바위와 천성산

 

 용바위에서 한 걸음 내려서면 기우제를 올릴 때 쓰였음직한 넓은 너럭바위[(반석(盤石·磐石)]와 소나무 사이로 천성산 제2봉(825m 옛 천성산)과 천성산(922.5m 옛 원효산)이 짙은 연무에 싸여 있어서인지 신비한 모습으로 다가선다.

 

 천성산(千聖山 825m)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고속전철 터널 공사로 인해 천성산 습지와 도롱뇽 특히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막으려고 100일 동안이나 단식을 한 '지율스님'이 생각난다. 내원사 지율스님은  "천성산이 울고 있었어요. 아니 산 속에 사는 모든 생명들이 울고 있었어요. 그 소리를 듣고 어떻게 그냥 있을 수 있겠어요. 내가 산이 되고 산이 내가 된거죠. 그래서 나왔습니다."라는 말을 했으며, 천성산의 습지 보존과 자연 환경 보호를 위해 환경 단체 등과 함께 뜻을 모아서 고속철도 터널 공사 중단과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13시 10분 솥발고개

 

 정족산 정수리에서 암릉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가파른 내리막 능선을 따르면 이내 억새밭으로 이어지는 산행로가 나오고 가파른 비탈이 다하는 솥발고개에는 넓은 억새밭이 사위로 펼쳐진다.

 

  이 안부에서 무제치늪은 지척으로 넓은 분지를 이룬 곳이다. 이곳 솥발고개 일대로는 국내 최대규모의 산상늪인 무제치늪이 1995년 발견되어 생태계보전 지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고층습지에는 희귀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유전자 연구의 보고로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곳 정족산 무제치늪과 천성산화엄늪 아래로 고속전철인 '원효터널공사'가 계획되었을 때 무분별한 개발논리와 환경보호의 관점이 충돌하는 뜨거운 감자가 되어 세간의 이슈가 되었다.
천성산의 가슴에 칼을 들이대고 심장을 관통하게 되면 지하수맥의 변화와 지반침하등으로 고원습지의 황폐화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환경보호단체에서는 고속철도 천성산 사업구간에 대한 철회를 요청하며 일명 '도롱뇽소송'을 낸 근원지가 바로 이곳 무제치늪과 화엄늪 일대인 것이다.

 

 

 13시 23분 665.3m봉에서

 

 솥발고개 억새밭에서 홀로 쓸쓸히 점심을 먹고 방화선인지 임도인지 분간이 안되는 산행로를 따라 665.3m봉에 오르니 솥발고개에서 정족산(鼎足山 700m)으로 이어지는 암릉 능선과 정수리 암장이 햇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있다.

 

 

 13시 33분 대성재

 

 앞 서 가는 회원님들을 따라잡을 요량으로 뛰다시피 걸�을 옮겨 665.3m봉에서 내리막 능선을 한 차례 내려서면 폐허가 된 헬기장(612.9m봉)이 나오고 이내 대성재에 닿는다. 폐헬기장 오른쪽으로는 콘크리트 포장 임도가 능선과 나란히 천성산 기슭까지 잇따른다. 임도를 따르면 앞 서 가는 회원님들을 좀 더 빠리 따라 잡을 수도 있고 편하게 갈 수 있겠으나 정맥 마루금 상의 629.8m봉과 532.5m봉을 놓치게 된다. "바쁠 때 일수록 돌아가라 했던가...?"

 

 

 13시 41분 산죽터널

 

 양산과 울산의 경계를 이루는 능선 마루금을 따라 걷다보면 겨울철이라 나뭇잎은 모두 떨구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나무들로 봉우리가 온통 회색빛을 띠는 거 와는 달리 푸른빛을 잃지 않고 있는 629.8m봉을 조망 할 수 있다. 푸른빛을 잃지 않고 있는 이유는 강원도나 경상북도의 고산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죽(山竹)이 629.8m봉 정수리를 주위를 감싸고 군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산죽 키가 채 1m 남짓인데 반해 이곳에서 자라는 산죽은 키가 2~3m는 족히 넘어 보인다. 때문에 산죽밭 사이로 잇따르는 정맥 마루금을 따르다보면 한낮인데도 햇빛이 들지 않아 어둠침침한 산죽터널을 지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13시 44분 629.8m봉 두꺼비바위

 

 산죽터널을 지나 제법 가파른 오르막 능선을 따라 629.8m봉에 오르면 위 사진에서 처럼 떡두꺼비 한 마리가 반갑게 반긴다. 바위 이름이 '두꺼비바위'라 불리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내눈에는 마치 떡두꺼비가 웅쿠리고 앉아 있는 모습으로 보였기에 '두꺼비바위'라 이름 붙여 봤다.

 

 두꺼비바위에서 아래 사진에서 처럼 665.3m봉과 612.9m봉 너머로 보이는 정족산(山 700m, 솥발산)을 돌아보고 동쪽으로 방향을 바꿔 한 차례 발품을 파니 532.5m봉에 닿는다. 줄곧 남동쪽으로 방향을 잡아 양산과 울산의 경계를 이루고 잇따르던 정맥마루금은 532.5m봉을 기점으로 남서쪽으로 90도로 방향을 바꾸며 울산시와는 작별을 고하고 양산시 하북면과 웅산읍 경계 능선 마루금을 따르게 된다.

 

 

 

 

 13시 52분 대성암 갈립길

 

 532.5m봉에서 남동쪽으로 뚜렷이 나있는 시경계능선을 따르지 않게 주의하며 남서쪽으로 나있는 정맥마루금을 따라 소나무와 멋진 바위들이 잘 어우러진 구간에서 기분 �게 한 차례 발품을 팔아 '학성이씨'무덤 두 기를 두 차례 지나면 콘크리트로 포장된 임도와 만난다.

 

 임도에서 100여 미터 정도 내려서면 '대성암'이라 씌어진 푯말과 함께 '조계암 안적암'이라 쓰어진 빗돌?이 눈이 띈다. 대성암...안적암...조계암...근본암...익성암...용암사...내원사...등등 천성산 기슭에는 원효대사가 89암자를 건립했다고 전해져서인지 사찰과 암자가 유난히 �다는 걸 느낀다.

  

 

 13시 57분 주남고개

 

 대성암 삼거리에서 임도를 따르다보면 이내 주남고개에 닿는다. 주남고개에 세워져 있는 푯말에는 '청성산 제2봉 7.0km, 주남리 3.0km'라고 씌어져 있다. 하지만 주남고개에서 천성산 제2봉까지 7km나 남았다고 씌어져 있는 푯말은 믿을 수가 없다. 대성재에 세워져 있는 푯말에 천성산 2시간이라 씌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주남고개에서 안적고개로 잇따르는 임도 곳곳에는 차량들이 주차되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14시 09분

 

 

 14시 15분 안적고개

 

 천성산 제2봉 3.6km라 씌어져 있는 푯말을 14시 09분에 지나 많은 상행객들이 오고가는 안적고개에 닿으니 고갯마루 푯말에는 '천성산 제2봉 2.9km'라 씌어져 있다.

 

 양산시는 지명위원회 심의를 거쳐 기존의 원효산(元曉山 922.2m)을 천성산(千聖山)으로 지명을 변경하였고(국립지리원고시 2000.5.30) 종대의 천성산(千聖山 825m)을 '천성산 제2봉'으로 정정하였다. 따라서 푯말에 씌어진 천성산제2봉은 구 천성산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천성산과 원효산을 분리하여 부르고 있는게 현실이다. 산경표엔  천성산이 원적산(圓寂山)으로 표기 되어 있다.

 

 

 

 14시 38분 785m봉

 

 안적고개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박혀있는 가사암 푯말을 지나면 임도는 좌측(동쪽)으로 크게 휘돌며 잇따른다. 하지만 정맥마루금은 이동 통신탑과 기지국 있는 임도를 버리고 바로 앞에 봉긋이 솟아 있는 580.2m봉을 향해 곧바로 잇따른다. 580.2m봉을 좌측으로 휘감고 이어지는 정맥 마루금은 임도와 숲길을 넘나들고 때로는 나란히 하며 785m봉으로 향한다. 한편 임도를 따라 걸음을 옮기면 동쪽(좌측)으로 웅상읍 일대와 소주농공단지를 내려다 보며 걷게 된다.

 

 

 15시 04분 코앞의 천성산

 

 가파르게 고도를 높이는 능선에서 턱까지 차오르는 가쁜 숨을 고르며 785m봉을 넘어서면 위 사진에서 보듯 792.5m봉과 천성산(千聖山 825m)이 손에 잡힐듯 다가선다. 걸을이 저절로 가벼워지는 순간이다.

 

 

 15시 12분 792.5m봉

 

 완만한 능선을 따라 걸릉을 옮기다 천성산 암장을 향해 마지막으로 가파르게 고도를 높이는 오르막 능선을 힌차게 올라서니 '짚북재1.6km, 천성산 제2봉 0.1km'라 씌어진 푯말이 있는 792.5m봉에 닿는다. 792.5m봉 삼거리에서는 천성산암장이 코앞에 다가서고 깍아지른 듯한 절벽이 내원사(짚북재)가 있는 서쪽 사면으로 펼쳐진다.

 

 아래 사진은 792.5m봉에서 지금까지 걸어온 정맥 능선과 정족산(鼎足山 700m, 솥발산)을 돌아보며 담은 사진이다.

 

 

 

 

 

 

 15시 16분 천성산(千聖山 825m,천성 제2봉)

 

 경남 하북면 용연리 가지산도립공원 구역 내에 있는 천성산(千聖山 825m,천성 제2봉)은 그리 높지 않으나  옛날부터 계곡의 경관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산이다. 원래 산 이름은 원적산이라 했으나 '신중동국여지승람' 양산편 산천조에는 `고을 북쪽 20리에 있으며 혹은 천성산이라고 하고 또는 소금강산이라고도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봄에는 녹색과 연분홍으로 온산을 물들이는 철쭉이 만발하고 산아래 4km 정도 길게 뻗어 있는 계곡 또한 유명하다.

 

 천성산의 유래는 원효대사가 천 명 대중을 이끌고 이곳에 이르러 89암자를 건립하고 화엄경을 설법하여 천명 대중을 모두 득도하게 한 곳이므로 그 이름을 천성산(千聖, 천명의 성인)이라 전해진다. 울산편 산천조에 `연봉첩장 동부심수(連峰疊 洞府深 )`란 말로 연이어진 험준한 산봉우리가 첩첩하고 산골짜기는 깊고 깊으며 조용하다는 것이다. 양산편 산천조에는 더 자세하게 산세를 표현했는데 `줄율청수 천타부용( 率靑秀 千朶芙蓉)`이라 해 `산세가 높고 험준하며 맑고 빼어나게 아름다워 천 가지 연꽃 같다`고 했다.
 
 천성산은 그 머리의 모습이 우뚝해서 눈에 잘 띄고 정수리에서의 조망이 좋으며 천성산이 품고 있는 계곡이 아주 좋아 명산의 조건을 다 갖춘 명산이다. 산하동 계곡과 성불암 계곡 사이의 암릉은 기암괴봉이 이어져 누군가가 공룡능선이라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그 능선을 타는 것도 좋지만 아름다운 성불암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며 병풍처럼 까마득하게 벼랑을 이룬 암장과 바위낭떠러지의 아름다운 경관을 올려다보는 멋도 좋다.

 

 

 

 

 

 

 792.5m봉에서 한달음에 올라선 천성산 정수리암장에서 먼저 사위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을 조망하고 정족산(鼎足山 700m, 솥발산)에서부터 홀로 외롭게 산행을 하다 안적고개를 지나며 따라잡은 손중호님을 비롯 김일석님, 박영규님, 신현숙님, 류영돈님, 최형경님과 함께 모처럼 기념촬영을 했다. 신현숙님께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 주셨다.

 

 

 

 15시 22분 훤효산(元曉山 922.2m)

 

 천성산에서 807.2m봉을 향해 걸음을 옮기면 멋진 암장과 807.2m봉 우측(남서쪽) 너머로 원효산이 육중한 모습으로 다가선다. 지금은 원효산이 천성산으로, 천성산이 천성산 제2봉으로 비꿔 불리고 있지만 나는 예전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게 낫다고 판단되어 예전 이름을 사용했다.

 

 원효산 능선과 정수리 위로 햇볕이 내리쬐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한달음에 달려가 오르고 싶은 마음이지만 오늘 산행은 807.2m봉에서 화엄고개로 내려서지 않고 동쪽으로 급하게 방향을 바꿔 804.7m봉 8부 능선 암벽 아래에 위치한 미타암을 지나웅산읍 소주마을로 하산 할 예정이다. 원효산을 지척에 두고도 오르지 못하는 건 못내 아쉬운 순간이다...

 

면 

 

 

 15시 32분 솔밭길

 

 천성산 남쪽 암장과 807.2m봉을 좌측으로 휘돌아 완만한 능선 하나를 더 넘어서자 춤추는 듯 자우롭게 자란 소나무가 가득한 솔밭을 지난다. 그윽한 솔향을 맞으며 임도로 내려서자 아래 사진에서처럼 임도 가장자리에는 식수한지 얼마 되 보이지 않는 어린 소나무가 잇따른다.

  

 

 

 15시 34분 천성산을 돌아보며...

 

 야트막한 임도 고갯마루를 넘어서며 천성산과 멋진 암장을 돌아보니 정수리암장에서 사위로 펼쳐지는 풍광을 즐기는 여러 산행객들 모습이 보인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듯 임도를 따라 걸음을 옮기는 회원님들의 얼굴에선 즐거운 이야기와 웃음이 묻어난다.

 

  

 

 15시 38분 이정표바위

 
 완만한 임도를 따라 고갯마루를  넘어서자 임도 가장자리로는 여전히 어린 소나무가 잇따르고 임도는 왼쪽(동쪽)으로 크게 휘돌아 이어진다. 한편 동쪽으로 휘도는 지점 임도 우측(서쪽)에는 집채만한 바위가 우뚝 솟아 산행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이 바위를 옆으로 난 산행로를 따르면 화엄고개로 내려서게 된다.

 

 아래 사진은 이정표바위를 지나쳐 임도를 따르면 나타나는 네거리에서 원효산을 바라보며 담은 사진이다.

 

 

 

 15시 51분 웅산읍

 

 원효산으로 이어지는 임도 네거리에서 완만한 능선과 야트막한 봉우리 서너 개를 넘어서면 804.7m봉에서 남서쪽으로 흘러내리는 능선마루에 닿는다. 그 능선에서 동쪽 아래로 펼쳐지는 웅산읍 전경을 조망하고 동쪽 사면으로 가파르게 고도를 낮추는 산행로를 따라 미타암으로 향한다.

 

 웅산읍(熊上邑)은 경상남도 양산시 중북부에 있는 읍으로 읍소재지는 삼호리이다. 읍의 동쪽과 서쪽에 각각 대운산(742m)·천성산(825m) 줄기가 뻗어 있으며, 중앙으로 갈수록 점차 낮아져 곡저평야를 이루고 있다. 회야강이 면 중앙을 북류하며, 이를 중심으로 수지상의 하천이 발달하고 있다. 쌀 이외에 채소류와 딸기·복숭아 등의 과수재배가 활발하며, 낙농업이 성하다. 소주리에는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농공단지가 들어 서 있으며, 제지공업도 발달했다. 부산~울산을 잇는 국도가 읍의 중부를 관통한다. 삼호(三湖)·덕계(德溪)·매곡(梅谷)·명곡(椧谷)·주진(周津)·소주(召周)·평산(平山)·주남(周南)·용당(龍塘) 등 9개 동리가 있다.


 

 

 16시 10분 미타암(彌陀庵)

 

 가파른 내리막 비탈을 따라 깍아지른 절벽 아래에 자리한 미타암에 도착해 대운전을 바라보던 김일석님은 공포가 너무 과장되어 전체적인 균형미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공포(供包)는 전통 목조건축에서 앞으로 내민 처마를 받치며 그 무게를 기둥과 벽으로 전달시켜주는 조립부분으로 기둥 위에서부터 보[樑]의 아래까지 주두(柱頭)·소로[小累]·첨차(檐遮)·제공(諸工)·한대(限大)·살미[山彌] 등의 짧은 여러 부재를 짜 맞추어놓은 것을 일컫는다. 공포는 구조적 기능뿐 아니라 의장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한국의 전통 목조건축은 공포가 놓여지는 위치와 결구방법에 따라 주심포(柱心包) 형식, 다포(多包) 형식, 익공(翼工) 형식으로 분류된다.

 

 

 16시 42분 소주마을 불광사

 

 미타암에서 가파른 돌계단과 콘크리트 임도를 따라 30여 분 동안 힘든 발품을 팔면 불광사가 있는 소주마을에 닿는다. 소주마을 공터에 정박해 있는 정맥호에 도착해 여러 회원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하산주를 함께 마시니 산행에서 쌓였던 피로가 씻은듯이 사그러 든다.

 

 소한(小寒) 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나 않을까 염려하며 시작한 오늘 산행을 한겨레 가족들이 한마음으로 정성껏 올린 시산제 때문인지 겨울답지 않는 포그한 날씨속에 여러 회원님들과 즐거운 산행을 할 수 있어 무척 행복한 산행이었습니다. 여러 회원님들 다음 산행 때까지 건강하시고 즐거운 나날 이어가세요. 감사합니다.^*^

 

 *** 글을 읽으시며 혹시 다른 의견이나 오류가 있으면 꼬~옥! 댓글을 남겨주세요.^*^ ***

 

2008년 01월 15일

 

강일구

 

시산제 축문을 첨부합니다.

 

시산제 축문

오늘 무자년 첫산행을 맞이하여

대전 한겨레 산악회 회원 일동은

천지 신명과 천성산 신령님께 간곡히 바라는 마음을

이렇게 고 하나이다.

모두의 마음이 통하여 서로가 웃으며

즐거움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게 하여 주시옵고

산행을 하는 동안 세찬 비바람이 방해하지 못하도록 보살펴 주시고

어두을때는 환한 빛을

추을땐 따뜻한 옷을

그리고 길을 잃었을 때는 방황하지 않고

현명하게 진로를 찾아 나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시 옵소서

험난한 구간에서는 안전하게 통과 할수 있는 방법을

힘없어 지쳐 있을때는 먹고 마실수 있는 음식과물을

비가 올때는 우리가 가는 길 위에는 비 구름을 잠깐만 이라도 걷어 주시기를

그리고 우리와 함께하는 모든 산악 인들이

항상 주의 하여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고

서로 화합하여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산행을 마치고

귀가 할수 있도록 보살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귀한 음식과 술을 올리고 머리 숙여 고 하나니 

흠양하시옵고 우리 모두의

진실하고도 간절한 바램을 허락 하여 주시기 바라옵나이다.

 

2008년 1월 6일

대전 한겨레 산악회 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