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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수학을 한다?

작은岳馬 2006. 2. 27. 12:58

 

 

 

 

꽃이 수학을 한다?

 

 


꽃잎과 수술, 꽃받침 사이의 절묘한 대칭관계

기고 / 글, 사진 = 최병성 목사

꽃은 수학도사입니다. 학생들에게 가장 힘든 과목을 이야기하라면 단연 수학을 제일 먼저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꽃들도 그 어려운 수학을 할 줄 안답니다. 아니, 꽃이 수학을 한다니 무슨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냐고요?

 

지금까지 곱고 향기로운 꽃들을 수없이 보아왔지만 대충 지나쳐 왔었습니다. 하루는 무심코 꽃잎과 수술의 수를 세어보다가 신기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지요. 꽃잎과 수술 사이에 일정한 수의 비율과 대칭관계가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정확할 수 잇을까?" 그동안 알지 못했던 꽃의 신비로움이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이후로는 꽃을 만날 때마다 꽃잎과 수술의 수와 대칭관계를 살펴보며 그들의 아름다음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이제 꽃 한 송이 한 송이가 그저 하나의 사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친근한 친구가 된 것입니다.

 

 

쥐소이풀

 

으름덩쿨

 

큰개불알풀

 

큰연령초

 

천상초

 

산자고

 

노랑어린연꽃

 

자주쓴풀

 

복숭아꽃

 

 

꽃들은 정말 수학을 할 줄 알았습니다. 꽃들은 곱고 예쁜 자신의 꽃들을 아무렇게나 만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피어낸 꽃잎의 수를 알고 있었고, 그 꽃잎의 수에 따라 수술의 수를 정확히 조절하고 있었습니다. 깽깽이풀의 경우 꽃잎이 6장이고 수술도 6개입니다. 그런데 간혹 꽃잎이 7장일 때가 있는데, 그 경우 수술도 7개를 달고 있습니다.

꽃잎과 수술의 수의 비율은 꽃에 따라 1:1 또는 1:2의 관계였습니다. 일부 큰개불알풀처럼 꽃잎의 수보다 수술의 수가 훨씬 적은 1:1/2인 관계도 있었습니다. 꽃들이 곱셈뿐만 아니라 나눗셈도 하고 있는 셈이지요. 하지만 벚꽃이나 복숭아꽃과 같이 수술이 수십 개씩 뭉쳐나는 꽃들은 수술을 세기가 어려워 그들의 수학을 확인하기 힘든 경우도 있었습니다.

꽃들의 수학 게임에는 꽃잎과 수술뿐만 아니라 꽃받침도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꽃받침은 이름 그대로 꽃을 받쳐주는 역할이기에 당연히 꽃잎의 수와 동일한 1:1관계입니다. 그러나 꽃받침이라고 해서 모든 꽃받침이 꽃잎 아래를 받치고 있질 않더군요. 꽃잎 아래에 숨어 꽃잎이 아래로 처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꽃받침이 있는가하면, 명색이 꽃받침임에도 불구하고 꽃잎과 꽃잎의 사이에 자신도 또 하나의 꽃잎인양 고개를 내밀고 있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를 더 놀라게 한 것은 꽃잎과 꽃받침의 정확한 대칭관계 사이에서 수술이 빚어내는 놀라운 묘기입니다. 꽃잎과 수술의 비율이 1:1인 산자고 꽃은 5개의 수술들이 5개의 꽃잎 위에 나란히 펼쳐져있지만, 자주쓴풀의 수술들은 꽃잎과 꽃잎 사이의 정확한 중앙을 향해 팔을 뻗치고 있습니다.

또 쥐손이풀과 천상초처럼 1:2의 비율인 꽃들은 수술의 수가 여유가 있다 보니 꽃잎과 꽃받침이 서로 수술을 차지하겠다고 다투지 않습니다. 이 꽃들은 수술 하나가 꽃잎 위에 있으면 그 다음 수술은 꽃잎과 꽃잎 사이의 꽃받침을 향해 팔을 펼치고 있습니다. 꽃잎과 꽃받침이 수술을 서로 하나씩 나눠 갖는 사이좋은 관계인 셈입니다.

꽃들이 빚어내는 신기한 대칭과 곱셈관계를 알게 된 후, 꽃을 바라보는 제 눈길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꽃을 보아도 “예쁘네!” 정도로 지나쳐간 무심함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아름답게 피어난 꽃 앞에 머물러 그 그윽한 향기에 취해보기도 하고, 꽃마다 다른 대칭관계도 살펴보며 꽃의 신비에 푹 빠져들곤 합니다.

아직 눈 내리고 얼음 얼어있는 추운 날씨이지만, 이제 조금 있으면 예쁜 꽃들이 피어나는 봄이 오겠지요. 여러분도 한번 바쁜 걸음을 멈추고 꽃이 펼치는 수학을 살펴보세요. 저마다 다른 빛깔의 꽃잎과 꽃받침과 수술이 빚어내는 신비를 헤아리다보면, 이전과 달리 더 정겹고 친밀하게 다가오는 꽃의 미소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눈을 감으면 언제까지고 내 가슴에 새록새록 피어오르는 고운 꽃향기도 덤으로 받게 될 것입니다.

'서강 지킴이' 최병성 목사는 강원도 영월군의 서강 가의 외딴집에서 11년째 살고 있다. 영월 동강과 짝을 이룬 천혜의 비경인 서강 유역에 쓰레기 매립장이 들어서려 하자 사재를 털어 반대운동을 펼쳤다. 최근에는 청소년 생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글과 사진을 통해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슬이야기'와‘딱새에게 집을 빼앗긴 자의 행복론’이 있다. 홈페이지는 http://www.greenearth.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