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정보

오지의 산 - 성안산

작은岳馬 2006. 1. 23. 14:57
오지의 산 - 성안산

843.8m 강원 평창-영월
‘웰컴투 동막골’ 세트장 들어선 산당골 일주 능선 산행

▲ 650m봉과 800m봉 사이의 탄광개발로 붕괴된 지대을 조심스럽게 피하며 오르고 있다.

평창군에서 미창(미탄은 일제 때부터 부른 이름)하면 사방 산으로 꽁꽁 묶여 있어 옛날에는 알아주는 궁벽진 한촌이었다. 그 땐 큰 맘 먹고 콧바람이라도 쐬이려면 밤재를 넘어 영월까지 대충 80여 리, 성마령 넘어 정선까지도 80리, 제일 가까운 평창읍내가 30리다.

▲ 미탄면 율치리의 ‘웰컴투 동막골’ 세트장 이정표.
미창에 장이 서지 않던 시절 평창에서 장 구경하다 사돈이라도 만나 국밥에 탁주라도 한 잔 걸치고 나면 해거름에 찌든 간 고등어 한 손 들고 삽짝문 들어서기 바쁘다. 이제는 평창, 정선으로 멧둔재, 비행기재 터널이 뚫렸건만 아직도 영월로 이어진 밤재는 구불구불이다. 이러한 두메에 알려지지 않은 성안산(843.8m)이 있다.

성안산의 봉우리들은 누대처럼 생겼으며, 봉과 봉을 잇는 능선은 흡사 인공으로 축성한 듯한 자연성곽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형세가 안말 마을을 감싸고 있다고 하여 이름이 생겼으나, 주위의 큰 산인 삼방산(979.7m)이 있어 근동에서는 성안산도 싸잡아 삼방산이라 했다가 안말 산당골에 영화 ‘웰컴투 동막골’ 세트장이 들어서고부터는 생각이 달라졌다.

▲ 밤재 고갯마루의 정자. 산불감시원에게서 우무가리에 대한 주의사항을 듣고 있다.
산행 들머리 밤재(율치)는 옛날 아름드리 밤나무가 많아 이름이 생기고, 조선시대에는 봉산금표도 있었다 하며, 일제 때는 석탄이 다량 생산되어 이 재를 넘었다. 포장된 지는 지금부터 약 19년쯤 된다. 지금은 길손들이 쉬어갈 수 있는 정자와 먹거리 포장마차도 있다.

신승하씨(평창군 대화면사무소), 태백여성산악회 권영희, 안순란, 이영숙, 김부자, 홍연이씨와 미창과 마차를 잇는 413번 지방도가 지나는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율치리, 영월군 북면 마치리 경계의 밤재서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밤재에서 시작, 우무가리 능선 타고 정상으로

▲ 물푸레재로 내려서기 전에 자주 나타나는 절벽지대.
산불감시원의 지시사항을 듣는다. “담배 피우는 사람은 없겠지요. 요게요 가다보면 광산 하느라 우무가리가 있는데요. 될 수 있으면 들어가지 마시고요. 조심하세요, 우무가리요.”

땅이 꺼져 버렸다는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급경사 절개지를 올라 밤재를 뒤로 한다. 묘도 나타나고 대부분 굴참나무가 자리를 차지했다. 코가 땅에 닿는 가풀막에는 가랑잎까지 뒹굴고 있어 보행이 까탈스럽다. 밤재를 떠난 지 30여 분, 650m봉에 올라서자 서쪽으로 보이는 800m봉과 824.2m봉은 옥루처럼 치솟았고, 성안산의 정수리는 옥개를 닮았다. 또 율치리의 안말과 413번 지방도는 이쪽으로 구부렁거리며 올라오는 게 확연하게 보인다.

▲ 밤재~650m봉 구간의 능선길.
5분쯤 걸려 안부로 내려서자 지형이 주저앉았다. ‘아! 그 우무가리구나.’ 아직도 탐탁지 않게 생각해 버리고 주능선을 놓치지 않고 나아간다. 이제는 능선이 아예 없어져 버리기도 했고, 새로운 계곡이 생기기도 했다. 이제사 우무가리 생각을 떠올리며 새삼 낙엽 덮인 발밑을 조심한다.

지반이 무너진 형태는 800m봉을 향해 갈수록 더 심하다. 2~3m 넓이로 깊이를 알 수 없는 시커먼 협곡이 아가리를 쩍 벌리고, 나무가 쓰러져 걸쳐있기도 하고, 바위들만 앙상하게 뼈대를 드러낸 곳도 있다. 엄청나다, 엄청나. 보조자일을 가져왔으면 안자일렌을 해야 할 터인데, 게걸음으로 모두 일렬로 앞사람 발자국만 따라간다. 저승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3개의 강, 삼도천(三途川))을 건너는 것은 아니겠지.

▲ 동막골 세트장 주차장.
경동지괴를 40여 분 통과하여 800m봉 턱밑에 이르자 이제는 곧추선 바위봉이 기다리고 있다. 세미크라이밍을 한다. 고도를 올릴수록 경사를 더한다. 아예 무릎걸음으로 굴참나무가지와 바위틈에 의지해 낙석을 조심하며 30여 분에 800m봉 꼭대기에 닿는다. 땀을 훔쳐가며 에굽은 소나무 사이로 지옥문 같은 경동지괴를 내려다보니 갑자기 등줄기가 서늘해온다. ‘참으로 간덩이가 부었지!’

허기가 밀려와 800m봉 옥루에 둘러앉아 늦은 중식을 나누고 북으로 방향을 틀어 824.2m봉으로 건너간다. 잠시 내려서니 사람이 전혀 다니지 않은 성곽 같은 칼등능선이다. 저 아래로 산당골 주차장이 보인다. 영화 ‘월컴투 동막골’ 때문에 산당골이 그만 동막골이 되었다. 나뭇가지가 얼굴을 때리는 숲을 헤쳐가며 누대 같은 824.2m봉을 30분만에 올라선다.

▲ ‘웰컴투 동막골’ 세트장에 설치된 등장인물 간판 앞에 선 답사팀.
여기서도 계속 북으로 이어진 주능선을 따라간다. 자연으로 생긴 성곽 위를 와스락 와스락 가랑잎 밟으며 바위가 나타나면 그 사이사이로 자연 돌층계가 여러 번 나타난다. 단풍나무가 유난히 많은 능선을 내려서니 824.2m봉을 떠난 지 35분 소요에 물푸레골 안부다.

이제는 정상을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 싸리나무가 빼곡한 된비알이다. 25분쯤 올라서 굴참나무숲에서 잠시 숨을 죽이더니 다시 고도를 높여 10분을 올라치니 정상이다. 성안산 정상은 진달래가 꽉 들어차있어 사람이 앉을 자리도 없다. 참나무 종류도 가세하여 조망을 가렸다. 겨우 삼방산만 어림될 뿐이다.

▲ 가파른 800m봉 오르막.
하산은 오른편 진달래 군락지를 지나자 동쪽 능선으로 내려선다.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저절로 내려간다. 그 중에서도 경사가 덜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며 구르다시피하여 이깔나무숲을 지나자 검은 석탄 폐석들이 나타나며 40여 분만에 옛 광산터에 산간마을을 재연한 세트장이 나온다.

대충 둘러보고 주차장에 이르니 서녘 하늘에는 벌써 개밥바라기가 나와 있었다.

‘웰컴투 동막골’ 영화는 2004년 7월부터 2005년 2월까지 제작했고, 내용은 1950년 6.25전쟁 당시 국군, 인민군, 연합군이 강원도의 신비한 마을 동막골에 표류하면서 마을사람들과 좌충우돌 벌어지는 코믹휴머니즘 영화로, 모든 이념과 싸움, 증오도 없이 동막골이라는 공간에서 주민들과 동화되면서 전쟁의 독이 서서히 치유되고 진정한 삶의 행복이 무엇인가 눈을 뜨게 되는 영화다.

 

 

 

산행안내

밤재에서 출발, 800m봉~정상을 거쳐 세트장으로 내려서는 산행시간은 4시간 안팎이며, 주차장에서 도로까지 나가려면 총 4시간30분이 걸린다.

650m봉과 800m봉 사이는 석탄채광 후 방치되어 지반이 심하게 붕괴되어 위험하다. 안자일렌을 하고 통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 좋겠다. 여기가 위험하여 마을에서 물푸레골로 등산로를 낼 계획이다.


교통

평창→밤재  버스터미널(033-332-2407)에서 미탄행 시내버스가 하루 4회(06:30, 10:00, 15:30. 18:20) 운행, 밤재에서 하차. 미탄 경유 정선행 버스는 1일 11회(10:15, 10:45, 11:10, 11:45, 14:35, 15:45, 17:05, 18:30, 19:30, 20:20, 22:00) 운행. 정선 버스터미널 전화 033-362-9265.

영월→밤재  버스터미널(033-374-2450~1)에서 미탄행 버스가 1일 11회(06:00, 07:10, 09:25, 10:00, 11:15, 12:40, 13:40, 14:10, 15:50, 16:40, 17:50) 운행. 밤재에서 하차,

평창에서 동막골 주차장까지 택시요금 14,000원. 평창택시 033-333-9700, 이영훈택시 011-9805-5843, 고영배택시 016-9331-2306.

미탄→율치리  시내버스가 영월(07:20, 18:10, 11:00, 12:10, 15:30, 16:40) 출발. 10분 소요, 요금 900원.

미탄에서 세트장까지 택시요금 5,000원. 평창택시 미탄 주재 017-377-9899, 미탄 개인택시 033-333-7789.

숙박

미탄면 율치리 이장 김문규 011-9969-2976/033-332-2976. 율치리 원복송어양식장 함영식 011-9879-3855, 미탄 금광장여관 033-332-1959, 영광식당(033-332-3816)에서 해장국, 감자탕, 순대국밥을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