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봄의 지리산(智異山/地理山, 1,915m), 두류산02(頭流山)
산행일자 : 2007년 05월 27일
산행장소 : 성삼재~노고단~돼지평전~임걸령~반야봉~삼도봉~화개재~토끼봉~영하천~삼각봉~
형제봉~벽소령~이신리~화개장터
산행모임 : 친구와 둘이서
산행날씨 : 맑앗으나 연무가 많았음
산행거리 및 시간 : 24km, 9시간 20분
모처럼 산행 계회이 없어 고민하다가 요즘 소백산 철쭉제가 막바지에 다달았다는 말을 듣고 소백산으로 산행을 떠나는 차편을 알아보니 대전에서만도 8대의 버스가 소백산으로 향할 예정이란다.
평소 많은 사람이 북적이는 명산 산행보다 호젓한 산행을 즐기는 나는 소백산 산행을 포기하고 계룡산에나 오를까 생각하다 우연히 한 산악회에서 지리산에 들 예정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성삼재로 향하는 여분의 좌석 있는지 확인하니 2개의 좌석이 남아 있다는 소리에 얼른 친구 이석춘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하자고 하니 친구는 흔쾌히 응한다.
08시 58분 성삼재(成三 1,090m)
6시 00분에 대전에서 움직이기 사작한 버스는 고속도로와 국도를 따라 지리산 기슭에 도착하여 굽이굽이 이어지는 골짜기를 힘들게 올라 08시 58분에 성삼재(成三 1,090m)에 닿는다.
지난 여름과 가을 성삼재에 섰을 때, 두번 다 안개비가 내리는 바람에 아름다운 풍광을 조망할 수 없어 무척 안타까웠던 기역이 잠시 머리에 스쳐 지난다. 오늘 성삼재에는 안개비는 내리지 않지만 연무가 많이 낀 관계로 시야는 좋지 않다.
성삼(成三)재는 삼한(三韓 : 마한, 진한, 변한)시대 진한과 마한이 전쟁을 버리던중 마한 군대의 공격에 밀리던 진한의 왕이 지리산의 깊은 계곡인 달중계곡으로 숨어 왕궁을 세우고 피난생활을 하면서, 북쪽 능선에 여덜 명의 장수를 배치하여 지키게 하여 "팔량치", 동쪽은 황 장군이 맡아 지키게 하여 "황영재", 그리고 남쪽은 가장 중요한 요충지이므로 성이 각각 다른 세 명의 장군을 배치하여 방어하게 하여 성삼(成三)재라 부르게 되었다.
09시 22분 전망대
노고단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전망대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며 노고단과, 화엄사와 구레를 지나 섬진강으로 이어지는 골짜기를 조망해 본다. 날씨만 화창하면 여기서 무등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고 하는데 참 아쉬운 순간이다.
09시 33분 노고단대피소
모처럼 화장한 휴일을 맞아 노고단대피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리쉼을 하는가 하면 배낭을 매고 노고단으로 향하는사람들과 내려오는 사람들로 분주한 모습들이다.
09시 42분 노고단(老故壇 1,507m)고개
자연 휴식년제 때문에 비록 노고단 정수리에는 오를 수 없으나 반대편 작은 봉우리에 올라 친구와 기념촬영을 해 본다.
노고단(老姑壇)의 옛이름은 길상봉(吉祥峰)으로 신라시대에 시조 박혁거세의 어머니 선도성모(仙桃聖母)를 지리산 산신으로 받들고 나라의 수호신으로 모시면서 매년 봄과 가을 제사를 올렸던 곳이다.
노고단이라는 이름도 선도성모의 높임말인 노고(老姑)와 제사를 올리던 신단(神壇)이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남악사(南岳祠)가 원래 이 노고단에 자리했었다.
신라시대에 화랑들이 심신수련도장으로 활용되었던 이 노고단에는 지난 1920년대에 외국인 선교사 수양관 49동이 세워졌다. 이 수양관 건물은 48년 여순사건 여파로 불태워졌는데, 일부 건물은 그 잔해가 지금까지 남아있다.
노고단 주변에는 종석대, 관으대, 만복대, 집선대, 문수대, 청련대 등이 예부터 명승지로 꼽혀 왔다. 이 고원 일대는 봄철의 진달래, 철쭉, 여름철의 원추리 군락이 유명하다. 이곳에는 운해를 자주 볼 수 있는데, 노고운해(老姑雲海)는 지리산 8경 가운데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09시 54분 금강애기나리
돼지평전으로 향하는 산행로에는 애기나리와 금강애기나리가 한창인데 태백산과 함백산의 금강애기나리에 비해 지리산의 것은 꽃 크기가 반 밖에 되지 않는다.
금강애기나리(Disporum ovale)는 외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진부애기나리라고도 하며 깊은 산에서 자란다. 뿌리줄기는 옆으로 길게 뻗고, 줄기는 높이가 25∼50cm이며 가지가 갈라지고 윗부분이 옆으로 처진다. 잎은 어긋나고 길이 5∼6cm의 달걀 모양이거나 타원 모양 또는 긴 타원 모양이며 끝이 뾰족하고 잎맥은 5∼7개이다.
잎 가장자리는 잎 뒷면 밑 부분과 함께 작은 돌기가 있고, 잎 밑 부분은 심장 모양이며 줄기를 감싼다. 줄기 아래쪽에 있는 잎은 막질(膜質:얇은 종이처럼 반투명한 것)의 잎집이 되어 줄기를 감싼다.
꽃은 7∼8월에 피고 줄기와 가지 끝에 우산 모양으로 이루며 1∼3개씩 달린다. 화피 조각은 6개이고 바소꼴이며 끝이 뾰족하고 뒤로 젖혀지며 노란빛이 도는 연한 녹색이고 붉은빛이 강한 자주색 반점이 있다.
수술은 6개이고 길이가 4mm이며, 씨방은 둥글고 3실이며 털이 없고 모가 난 줄에 닭벼슬 같은 돌기가 있으며 황색 점이 있다. 암술대는 끝이 3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장과이고 둥글며 검은 색으로 익는다.
죽대아재비와 비슷하지만 꽃이 가지 끝에 달리는 것이 다르다. 진부에서 처음 채집하였기 때문에 진부애기나리라고 한다. 한방에서는 뿌리줄기를 보주초(寶珠草)라는 약재로 쓰는데, 건위·소화 작용이 있고, 몸이 허약해서 일어나는 해수·천식에 사용한다. 한국·중국 동북부에 분포한다.
10시 00분 현호색과 결실
금강에기나리를 감상하고 돌아서려는데 현호색 형제와 결실이 나를 반긴다. 늦은 봄에 현호색을 보는 것도 반가운 일이지만 꽃과 결실을 한자리에서 본다는건 행운이라 할 수 있겠다.
현호색(玄胡索, Corydalis turtschaninovii)은 현호색과의 다년초로 산록의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자란다. 덩이줄기는 지름 1 cm 정도이고 여기서 나온 줄기는 20 cm 정도 자란다. 밑부분에 포 같은 잎이 1개 달리고 거기서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고 잎자루가 길며 1∼2회 3개씩 갈라진다. 갈래조각은 도란형이고 윗부분이 깊게 또는 결각상으로 갈라지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뒷면은 분백색이다. 꽃은 4월에 피고 연한 홍자색이며 총상꽃차례로 5∼10개가 달린다. 화관은 길이 2.5 cm 정도이고 뒤쪽은 꿀주머니로 되며 앞쪽은 넓게 퍼져 있다.
한방에서는 덩이줄기를 정혈제 ·진경제 및 진통제로 쓴다. 한국 및 중국 동북부를 거쳐 시베리아까지 분포한다.
10시 09분 돼지평전에서 노고단을 돌아보며
돼지평전의 철쭉은 화려하고 고왔던 꽃잎을 모두 떨구고 있는 가운데 간간이 꽃잎이 아직 남아 있는 철쭉나무 뒤로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조망 해 본다.
10시 20분 우측계곡
피아골삼거리에 다달을 무렵 우측으로는 멋진 바위와 깊은 골짜기가 이곳을 지나가는 산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10시 25분 피아골삼거리
피아골삼거리를 지나 5분 여를 걸으니 아래의 사진처럼 삿갓나물이 곳곳에서 눈에 들어온다. 그 중 막 꽃을 피우려 하는 놈을 담아 보았다.
10시 30분 삿갓나물
삿갓나물(Paris verticillata)은 이떡잎식물 백함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삿갓풀이라고도 하며, 높은 산의 숲 속에서 자란다. 땅속줄기가 옆으로 길게 벋고 끝에서 줄기가 나온다. 줄기는 높이가 20∼40cm이고 끝 부분에 6∼8개의 잎이 돌려난다. 잎은 바소꼴이거나 긴 타원 모양, 또는 넓은 바소꼴이고 길이가 3∼10cm이며 끝이 뾰족하며 3개의 맥이 있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잎자루가 없다.
꽃은 6∼7월에 피고 돌려난 잎 가운데서 나온 1개의 꽃자루 끝에 1개가 달린다. 꽃자루는 길이가 5∼15cm이고, 꽃은 녹색이며 위를 향해 핀다. 꽃받침은 옆으로 퍼지고, 꽃받침조각은 4∼5개이며 길이 2∼4cm의 넓은 바소꼴 또는 좁은 달걀 모양이고 끝이 뾰족하다. 꽃잎은 실 모양이고 길이가 1.5∼2cm이며 황색이고 나중에는 밑으로 처진다.
수술은 8∼10개이고 길이가 5∼7mm이며 꽃밥이 길다. 암술대는 4개이고 씨방은 자줏빛이 도는 갈색이다. 열매는 장과이고 둥글며 지름이 14∼16mm이고 자줏빛이 도는 검은 색이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한방에서는 뿌리줄기를 조휴(蚤休)라는 약재로 쓰는데, 천식·종기·만성기관지염에 효과가 있고 외상 출혈과 어혈성 통증에 사용한다. 한국·일본·중국·사할린·시베리아에 분포한다.
10시 32분 임걸령
삿갓나물을 감상하고 임걸령에 도착하니 노고단에서와 마찬가지로 많은 산행객들로 북적인다.
임걸령(林傑嶺)이란 이름은 조선 명종때의 초적 두목 임걸년(林傑年)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는데 임걸년이란 인물에게는 쏜살보다 빨리 달렸다는 다소 과장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임걸령에서 좌측으로 몇 걸음 내려서면 임걸령샘터가 나온다. 이 샘터의 물맛은 아주 달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10시 55분 반야봉갈림길
임걸령샘터에서 달고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이고 가파른 능선을 따라 20여 분 발품을 파니 반야봉 갈림길이 나온다.
이 갈림길은 반야봉에 오를 것이냐 아니면 그냥 지나쳐 삼도봉으로 향할 것이냐를 놓고 사람들이 잠시 번뇌에 빠지는 곳이다. 그러나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친구와 함께 발길을 '반야봉 1.0km'라 씌어져 있는 푯말이 가리키는 곳으로 향한다.
11시 26분 반야봉(般若峰 1,732.5m)
반야봉갈림길에서 가파르게 이어지는 계단과 암릉을 따라 30여 분 오르니 지리산 10경 가운데 두번째 경승(景勝),반야낙조(般若落照)로 유명한 반야봉 정수리가 나를 반긴다.
짧게 명산 산행을 하는 일일 산행객들과 여유있게 1박2일 혹은 2박3일간 지리산 종주를 하는 산행객들은 이 반야봉 정수리를 꼭 밟지만, 무박으로 지리산을 종주하는 대간 종주자들은 아쉽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밟지 못하고 지나치는 그런 애환이 있는 봉우리가 이 반야봉(般若峰 1,732.5m)이다.
반야봉 정수리에서는 친구와 간단히 기념촬영을 하고 20여명의 산행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맛있는 식사를 하듯이 나 또한 친구와 나란히 앉아 맛있는 점심을 함께 나눴다.
11시 54분 노고단을 조망하며
반야봉 정수리에서 멀리 노고단을 조망하며 담은 사진인데 짙은 연무 때문에 산그리메가 아스라이 보일 따름이다.
삼도봉 남쪽으로 흘러내리는 불무장등능선
11시 56분 반야봉 아래의 계단
반야봉 정수리 아래의 계단에서 잠시 머물며 주변 풍광을 조망하고 기념촬영도 해 보았다.
12시 03분 현호색
임걸령에 못 미쳐 보았던 현호색 형제가 외로워 보였던지 이번에는 현호색 일가족이 모두 나와 반겨주는 모습이다.
12시 05분 양지꽃
지금껏 산행하며 양지꽃이 이렇게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는 것은 처음 접해 본다. 이렇게 아름답게 깔린 꽃으로 된 융단을 보고 처음에는 피나물(노랑매미꽃)로 착각했었다. 양지꽃은 보통 몇 촉씩 짝을 지어 곳곳에 산재해서 자라지만, 피나물은 위 사진처럼 군락을 이루고 자라기 때문이다.
양지꽃 군락 사이에 족도리풀과 비비추도 한 자리를 찾이하고 있다.
12시 24분 반야봉갈림길
12시 28분 반야봉을 돌아보며
삼도봉으로 향하는 능선의 암릉 위에서 잠시 뒤돌아 반야봉을 조망해 보는데 가까이서는 작은 봉우리로 느껴지던 반야봉이 이렇게 멀리서 보니 그 웅장함에 놀랄 따름이다.
12시 30분 삼도봉(三道峰 1,550m)
삼도봉(三道峰)은 불무장등능선이 남쪽으로 흘러내리는 시발점이다. 해발 1,550m의 이 봉우리 이름이 삼도봉으로 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원래는 이 봉우리를 이루고 있는 바위 모양이 '낫날'같다고 하여 '낫날봉'으로 불렸다. 이것이 등산객들에게 와전되어 '날라리봉'으로 불리어 졌다.
그 후 날라리봉이란 이름이 천박하게 들린다고 하여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이정표를 세우면서 '三道峰'으로 명명했다.
이 봉우리에서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가 분기하므로 삼도봉이란 명칭은 적절한 것 같다. 삼도봉은 지리산 주능선 가운데 훌륭한 조망쳐 중 하나이다. 근래 이곳에서 남쪽으로 흘러내리는 불무장등능선으로 등산로가 개설되어 있으나, 중간 중간에 길이 희미한 곳도 있어 맑은 날씨에 산행 경험이 많은 사람과 동행해야 한다.
12시 37분 화개재데크
삼도봉에서 화개재로 이어지는 데크 중간에서는 한쌍의 남녀가 계단의 수를 놓고 서로의 말이 맞다고 작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다시 올라가서 내려오면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거라 말해 주었다. ㅎㅎㅎ
삼도봉에서 화개재 까지는 2km정도의 짧은 거리인데, 삼도봉 동쪽 바위벼랑을 비껴 내려 서면 잠시 후에 급경사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이 산행로가 지리산 주능선에서 가장 잘룩한 해발 1,360m의 화개재로 내려서는 길인데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등산로의 훼손 상태가 극심하여 나무 뿌리가 어지럽게 노출돼 있었고, 산행로에 물기가 있을 때는 굉장히 미끄러운 길이어서 자칫하면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찟거나 부상을 당하는 일이 많았단다. 하지만 지금은 위의 사진에서 처럼 나무계단이 잘 설치되어 있어 산행하는 산행객들의 안전을 도모하고 있다.
12시 45분 화개재(1,360m)
화개재는 지리산 주능선 가운데 해발 고도가 가장 낮은 곳으로 헬기장과 더불어 마당 같은 공터가 있었는데 지금은 공터와 산행로에는 나무게단과 목책이 설치되어 있어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화개재를 구경하고 지날 수 있게 잘 가꾸워져 있다.
하지만 위 사지에서 처럼 공사 자제가 쌓여 있는 화개재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것 같다.
12시 46분 뱀사골대피소로 이어지는 계곡
화개재 북쪽에는 뱀사골이 있는데 진행방향의 좌측으로 나무 데크를 지나 가파른 비탈을 따라 200여 미터만 내려서면 뱀사골대피소가 있다. 대피소에서는 식수와 기타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수 있고, 특히 이곳 원두커피 맛은 등산의 피로를 풀어주고도 남음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13시 06분 다람쥐
화개재에서 토끼봉으로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 능선을 따르는데 작은 다람쥐 한 마리가 바위에 올라 앉아 먹이를 먹는가 하면 땅으로 내려왔다 나무위로 올랐다를 반복한다.
산행을 하며 다람쥐는 여러번 만나 보았지만 오늘처럼 가까이서 카메라에 담아 보기는 처음이다.
13시 16분 토끼봉(1,533.7m)
화개재에서 시작된 오르막 비탈길이 2km가량 길게 이어지다가 그 비탈이 다하는 곳에 토끼봉이 자리하고 있다. 토끼봉 정상 일대는 진달래와 철쭉의 관목숲이 많아 4월말경부터는 연분홍 빛깔의 진달레와 철쭉꽃이 어우러져 반발하게 피어나는 향연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오늘은 조금 때 늦은 감이 있다.
토끼봉에서 남쪽으로 흘러내리는 능선을 따라 '칠불암'로 내려가는 산길이 있는데, 근래 이 산길은 칠불암 위쪽에서 차단이 되어 왼편의 산비탈을 따라 범왕리 입구로 하산하게끔 돼어 있단다.
이 능선길은 조난자가 발생했을 때 피난 루트로 유용하게 활용되기도 하는데, 토끼봉에서 칠불사까지는 약 8km의 거리이다.
토끼봉의 정수리 부분에 우뚝 자리하고 있는 커다란 바위에 친구를 세우고 기념으로 카메라에 담으며 조금 더 올라 정수리 부근에서 다리쉼과 함께 요기를 해 본다.
14시 08분 마지막 얼레지
지난해 백두대간을 종주할 때 금대봉 함백산 구간에서 얼레지꽃을 많이 보았는데, 낙동정맥을 종주하는 올해 들어서는 얼레지꽃은 좀처럼 보지 못해 무척 아쉬웠었다.
연하천을 20여분 남겨 놓은 곳에서 올해 마지막 얼레지꽃으로 보이는 늙은 얼레지를 만날 수 있었다. 비록 꽃잎이 떨어지기 직전의 늙은 꽃이지만 나에게는 그 어느 꽃보다 아름답게 보인다.
14시 14분 노각나무
능선을 우측에 두고 촤측으로 휘돌아 명선봉(1,586.3m)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줄기가 사슴의 뿔(角)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녹각나무'라고 불리우던 것이 이제는 '노각나무'라고 불리워지는 나무가 휘귀한 모습을 하고 다가선다.
노각나무의 표면은 여인네들의 매끄러운 피부처럼 아름다운데 꽃은 더 청초하고 아름답다고 한다. 여름에 하얗게 피는 꽃은 흰동백같다고 하여 '여름동백'이라고도 불리워진단다.
노각나무(korean mountain camellia)는 쌍떡잎식물 물레나물목 차나무과의 낙엽활엽 교목으로 산 중턱 이상에서 자란다. 높이는 7∼15m이다. 나무껍질은 흑적갈색으로 큰 조각으로 벗겨져 오래 될수록 배롱나무처럼 미끈해진다.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 또는 넓은 타원형이며 끝은 뾰족하고 밑은 둥글거나 뭉뚝하다. 크기는 길이 4∼10cm, 나비 2∼5cm로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다.
꽃은 양성(兩性)으로 6∼7월에 백색으로 피며 새가지의 밑동 겨드랑이에 달린다. 꽃대는 길이 1.5∼2cm이고 포(苞)는 달걀모양 또는 둥근 모양이다. 꽃받침은 둥글고 융모가 있으며, 꽃잎은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고 5∼6개이다.
암술대는 5개로 갈라져 합쳐지고 수술은 5개이다. 열매는 삭과(殼果)로 10월에 익고 5각뿔형이다. 내한성 및 내음성이 강하여 나무 밑이나 그늘, 해변가에서도 잘 자란다. 목재는 장식재 ·고급가구재 등으로 사용되며, 수피가 비단과 같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심는다.
세계적으로 7종의 노각나무가 분포되어 있으나 한국의 품종이 가장 아름답다. 그러나 생장속도가 느려서 한국에서는 심기를 꺼려한다. 전라남도·전라북도·경상남도·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14시 24분 나도옥잠화
연하천으로 이어지는 나무테크가 다 할 무렵 데크 밖에서는 여러 종류의 야생화가 만발한 가운데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속살을 드러 내고 내 눈길을 사로잡으며 '나도옥잠화'가 청초한 모습으로 나를 반긴다.
나도옥잠화(Clintonia udensis)는 외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제비옥잠화라고도 하며, 깊은 산의 나무그늘에서 자란다.
짧게 벋은 뿌리줄기에서 수염뿌리가 나온다. 꽃줄기는 곧게 서고 높이가 20∼30cm(열매를 맺을 때는 40∼70cm)이다. 꽃줄기에는 잎이 달리지 않는다. 잎은 2∼5개가 뿌리줄기에서 나오며 긴 타원 모양으로 길이가 15∼30cm, 폭이 3∼9cm이고 잎몸이 두텁고 광택이 있으며 녹색이고 양 끝은 좁으며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털이 있다.
꽃은 6∼7월에 흰색으로 피는데, 총상꽃차례를 이루며 꽃줄기 끝에 작은 꽃이 3∼5개 달린다. 꽃잎 조각은 6개이고 옆으로 퍼지며 길이가 12∼15mm이고 좁은 타원 모양이다. 수술은 6개로 꽃잎 밑에 달리고 꽃잎보다 짧다. 꽃밥은 긴 타원 모양이고 암술대는 끝이 3개로 갈라지며 씨방은 3칸으로 나뉜다.
꽃이 핀 다음 꽃줄기가 길게 자라고 짙은 남색의 열매가 달린다. 열매는 지름이 10mm 정도인 장과이고, 종자는 달걀 모양이다. 어린 순은 식용한다. 제주도·경상남도·강원도(금강산)·평안북도(낭림산)·평안남도(묘향산)·함경남도(부전고원)·함경북도(관모봉·백두산) 등지에 분포한다.
14시 25분 연하천대피소
나도옥잠화에 푹 빠져 잠시 헤매다 연하천으로 내려서니 어디선가 시(詩)를 낭송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다가가보니 연하천대피소 주인장이 20여 명의 산행객들을 모아 놓고 시를 낭송하고 있다.
대피소 주인장이 낭송한 시를 끝자락밖에 듣지 못하여 아쉬운 마음을 달랠 요량으로 산장 좌측 에 매달려 있는 종과 나란히 있던 목판을 찾아 보았으나 그동안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날아가 버렸는지 보이지 않는다.
지난 여름 성삼재에서 천왕봉으로 지리산을 종주할 때도 그 목판은 바람에 흔들리며 달려 있었는데, 그 목판에는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이다.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고 그 당시 씌어져 있었다
연하천(烟霞泉)대피소는 해발 1,500m 이상의 고산지대인 데도 맑고 시원한 물량이 많아 작은 천을 만들고 흘러내리는 곳이다.
이곳에 자리잡은 연하천대피소는 지난 1982년 건립된 15~20평 남짓한 아담한 건물로 50명 정도의 산행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데, 이 연하천이란 이름도 구례의 지리산 산악회(전신은 연하반산악회)에서 명명하였다 한다.
연하천대피소에서 잠시 약수로 목을 축이고 약수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 놓은 물로 땀을 씻어내니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14시 32분 동의나물
연하천대피소 주변에는 누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나도옥잠화도 많았지만 그에 못지 않는 동의나물이 셋노란 빛의 꽃잎을 자랑하며 곳곳에 피어 있다.
동의나물(Caltha palustris var. membranacea)은 쌍떡잎식물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동이나물·입금화(立金花)라고도 한다. 습지에서 자란다. 흰색의 굵은 뿌리에서 잎이 뭉쳐난다. 잎은 심장모양의 원형 또는 달걀모양의 심원형이며 길이와 나비가 각각 5∼10cm로서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거나 밋밋하다.
꽃은 꽃잎이 없으며 꽃받침 조각이다. 4∼5월에 피고 황색이며 꽃줄기 끝에 1∼2개씩 달리고 작은꽃가지가 있다. 열매는 골돌(利咨)로 4∼16개씩 달리고 길이 1cm 정도이며 끝에 암술대가 붙어 있다. 옆으로 비스듬히 서는 것을 눈동의나물(C. palustris for. decumbens)이라고 한다.
14시 34분 털괭이눈
털괭이눈은 연하천에서 삼각고지로 발길을 조금 옮기면 철책이 쳐저 있는 산행로 좌측 두릅나무 군락지 바닦에 피어 있었다.
털괭이눈(Chrysosplenium pilosum)은 범의귓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3cm 정도이며, 잎은 마주나고 둥근 모양인데 톱니가 있다. 5월에 연한 노란색을 띤 녹색 꽃이 줄기 끝에 모여 피고 열매는 삭과(蒴果)로 10월에 익는다. 산지의 습지에서 자라는데 한라산, 지리산, 함북 등지에 분포한다.
14시 49분 삼각고지(1,462m)
연하천대피소에서 30여분 발풀을 팔아 삼각고지(1,462m)에 서니 언제나 고지를 지키고 있는 고사목은 예나 지금이나 옆으로 기울어진 채 지리산을 찾는 산행객들을 즐겁게 해 준다.
나는 친구에게 쓰러지려고 하는 고사목을 이르켜 세워보라고 농담을 하고는 고사목과 친구의 모습을 담아 보았다.
아래의 사진은 삼각고지에서 형제봉으로 향하는 안부에서 형제봉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15시 11분 형재봉(1,452m)
형제봉 정수리에는 작은 형제바위가 있는데 그 바위 앞에서는 서너명의 산행객들이 다리쉼을 하며 간식을 나누고 있었다.
15시 12분 형제바위와 벽소령대피소를 조망하며
형제봉 정수리에서 몇 미터 아래에는 멋진 조망바위가 있다. 그 바위에 올라 형제바위와 바위 너머로 능선을 따라 저 멀리 고갯마루에 아스라이 보이느 벽소령대피소를 조망해 본다. 벽소령을 지나 연화봉 너머에 우뚝 솟아 있는 민족의 영산 천왕봉의 모습을 아쉽게도 오늘은 짙은 연무 때문에 봉우리 윤각만 어렴푸시 짐작해 볼 따름이다.
조망바위에서는 친구와 맛있는 과일을 나누며 10여 간의 다리쉼을 했다.
아래의 사진은 형제봉에서 하동의 삼정 의신리쪽으로 흘러 내리는 능선을 담은 사진과 형제봉 암장과 고사목을 담은 사진이다.
15시 13분 조망바위에서
외로운 고사목이 늘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듯이 산도 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며 자신을 찾아주는 산객들을 푸근하게 품에 안아준다. 다만 사계절에 맞게 연한 연두빛과 진녹색으로 혹은 붉은 단풍으로 단장한다. 때로는 새하얀 옷으로 갈아입고 산객들을 맞아주기도 한다.
15시 23분 형제바위
형제봉에서 조금 내려서면 '형제바위' 또는 '입석바위'라 불리는 바위가 앞을 막아서는데 이 바위에는 전설이 전해 온다.
옛날 깊은 산중에서 성불 수도하던 두 형제가 지리산의 요정 '지리산녀'의 끈질긴 유혹을 경계하여 도신(道身)을 지키려고 서로 등을 맞대고 오랫동안 부동자세로 서 있다가 그만 몸이 굳어져 버려서 지금과 같은 모습의 형재바위가 됐다는 전설이다.
소나무와 바위가 절묘하게 균향을 이루고 있는 형재바위 옆으로 조금 내려서면 '연화굴'이라 불리는 자그마한 동굴이 자리잡고 있다.
15시 31분 형제봉을 돌아보며
벽소령으로 향하는 안부에서 형제바위와 형제봉 정수리를 돌아보며 담은 사진이다.
15시 50분 바위떡풀
바위떡풀(Saxifraga fortunei var. incisolobata)은 쌍떡잎식물 장미목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광엽복특호이초(光葉福特虎耳草)라고도 한다. 습한 바위에 붙어서 자란다. 높이 30cm 정도이고 전체에 털이 있거나 없다. 뿌리에서 나온 잎은 잎자루가 길고 밑부분에 막질의 턱잎이 있다. 신장 모양으로 가장자리가 얕게 갈라지고 톱니가 있으며 표면에 털이 있다.
꽃은 7∼8월에 흰색이나 흰빛을 띤 붉은색으로 피며 원추상 취산꽃차례을 이룬다. 꽃줄기는 길이 10∼25cm이며 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으나 작은꽃가지에는 짧은 선모가 있다. 꽃잎은 5개인데 위쪽 3개는 작고 밑의 2개는 크기 때문에 大자로 보인다.
열매는 달걀 모양 삭과로 10월에 익는다. 어린 순은 식용한다. 식물체는 중이염에 약용한다. 동아시아의 온대와 한대에 널리 분포하며, 한국, 일본, 중국 동북부와 우수리강, 사할린섬 등지에 자란다.
잎 표면에 털이 약간 있는 것은 지리산바위떡풀(var. koraiensis), 잎자루에 털이 많은 것을 털바위떡풀(var. pilosissima)이라고 하며 울릉도에서 자란다. 모두 어린 순은 식용한다.
15시 53분 벽소령대피소
연하천에서 벽소령까지는 큰 해발고도 차 없이 6km가량의 산행로가 이어지는데, 다만 곳곳에 산제되어 있는 암릉과 낙차 큰 돌계단이 산행객들의 종아리 근육과 무릎에 부담을 주는 구간이기도 하다.
'벽소령'은 지리산 8경 가운데 하나인 '벽소명월(碧宵明月)'로 유명하다. 또한 벽소령을 배경으로 이종길님은 '지리영봉'이란 시를 남겼다. 그 시를 옮겨본다.
"지리산 등뼈의 한가운데라고 할 수 있는 벽소령을 덮고 있는 밀림과 고사목 위로 떠오르는 달은 천추의 한을 머금은 듯이 차갑도록 푸른 유기(幽氣)마저 감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를 벽소한월(碧宵寒月)이라고도 부르며, 여기서 맞는 달밤의 고요는 현묘한 유수로 몰고가는 태고의 정적 그것이라고나 할까."
한편 서쪽의 헬기장이 있는 벽소령을 구벽소령 또는 '화개벽소령'이라 부르고, 1㎞ 동쪽의 벽소령을 신벽소령 또는 '마천벽소령'이라 부르고 있다. 또한 벽소령은 일명 벱실령으로도 불리는데 남쪽 소로길 200m 지점에 벱실샘(일명 범뱀샘)이 있다.
벽소령은 또 군사 작전도로가 개설된 것으로 유명한데, 지난 70년대 초 하동군 화개면 신흥마을에서 함양군 마천면 삼정마을까지 38㎞의 1차선 도로를 뚫었으나 현재는 남쪽의 도로는 무너진 곳도 있고 잡목이 뒤덮혀 폐도로 버려져 있다. 허나 북쪽으로 나 있는 마천쪽의 도로로는 SUV차량들이 오르 내리고 있다.
16시 16분 하동 의신리쪽 계곡의 목교
벽소령대피소에서 하동 의신리까지는 6.7km로 긴 하산길이며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벽소령에서 삼정쪽으로 가파른 너널을 따라 20여 분 내려오니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고 골짜기물을 가로지르는 목교가 나온다.
위에 보이는 목교를 건너 시원한 계곡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30여 분 동안 가파른 너널을 따라 조심해 내려서면 산행로는 가파른 너덜을 버리고 산허리를 따라 이어지는 임도를 만난다.
임도는 지루하게 산허리를 휘감으며 길게 이어지며 계곡물 흐르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골짜기에서 점점 멀어진다. 이 임도가 아마도 위에서 말하는 군사 작전도로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허리를 휘감던 임도는 한참 후에야 산능선을 따라 다시 가파르게 높이를 낮추어 삼정마을에 닿는다. 삼정에서 의신리까지는 콘크리트로 포장된 임도가 지루할 만치 끝없이 이어진다.
올 여름 휴가 때는 2~3일간의 여유를 가지고 지리산을 다시 한 번 종주해 볼 생각이다.
2007년 06월06일
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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