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丙戌年) 개 이야기
새해는 개해입니다.
새해는 丙해입니다. 햇볕 따뜻한 남녘(丙;남녘병)을 향해서
새해는
戌해입니다. 충직하고 식성좋은 견공처럼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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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이야기
개띠 해는 육갑(六甲) 가운데
갑술(甲戌), 병술(丙戌), 무술(戊戌), 경술(庚戌), 임술(壬戌) 등으로 순행한다.
십이지의 열한 번째 동물인 개(戌)는
시간으로는 오후 7시에서 9시,
방향으로는 서북서, 달(月)로는 음력 9월에 해당하는 방위신이자 시간신이다.
개(戌)는 이 방향과 이 시각에 오는 사기(邪氣)를 막는 동물신(動物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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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동물 가운데 가장 흔히 접할 수 있고,
인간과 가장 친밀하고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동물은 개이다.
개는 그 성질이 온순하고 영리하여 사람을 잘 따르며,
개는 후각과 청각이 예민하고 경계심이 강하다.
또 자기의 세력 범위 안에서는 대단한 용맹성을 보인다.
특히 주인에게는 충성심을 가지며,
그 밖의 낯선 사람에게는 적대심, 경계심을 갖는다.
아주 오랜 시기를 같이 살아온 개는 동서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헌신하는 충복의 상징이다.
특히 설화에 나타나는 의견(義犬)은
충성과 의리를 갖춘 우호적이고 희생적인 행동을 한다.
의견 설화와 의견 동상, 의견 무덤 등의 다양한 이야깃거리는 전국에서 전승된다.
그런가 하면 서당개, 맹견, 못된 개, 미운개, 저질 개, 똥개, 천덕꾸러기 개는
비천함의 상징으로 우리 속담이나 험구(욕)에 많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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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가운데 개만큼 우리 속담에 자주 등장하는 경우도 드물다.
개살구, 개맨드라미 등 명칭 앞에 ‘개’ 가 붙으면
비천하고 격이 낮은 사물이 된다.
예로부터 개는 집지키기, 사냥, 맹인 안내, 수호신 등의 역할뿐만 아니라,
잡귀와 병도깨비, 요귀 등 재앙을 물리치고
집안의 행복을 지키는 능력이 있다고 전해진다.
특히 흰개는 전염병, 병도깨비, 잡귀를 물리치는 등 벽사 능력뿐만 아니라,
집안에 좋은 일이 있게 하고, 미리 재난을 경고하고 예방해 준다고 믿어 왔다.
『삼국유사』에 보면 백제의 멸망에 앞서
사비성의 개들이 왕궁을 향해 슬피 울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집에서 기르던 개가 슬피 울면 집안에 초상이 난다 하여
개를 팔아 버리는 습속이 있다.
또, 개가 이유 없이 땅을 파면 무덤을 파는 암시라 하여 개를 없애고,
집안이 무사하기를 천지신명에게 빌고 근신하면서 불행에 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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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신화, 저승설화에서는 죽었다가 다시 환생(還生)하여
저승에서 이승으로 오는 길을 안내해 주는 동물이 하얀 강아지이다.
이처럼 개는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매개의 기능을 수행하는 동물로 인식되었다.
옛 그림에서도 개 그림이 많이 나온다.
동양에서는 그림을 문자의 의미로 바꾸어 그리는 경우가 흔하다.
개가 그려진 그림을 보면 나무 아래에 있는 개 그림이 많다.
이암의 화조구자도와 모견도, 김두량의 흑구도 등이 그 예인데,
나무(樹) 아래에 그려진 개는 바로 집을 잘 지켜 도둑막음을 상징한다.
개는 ‘戌’(개 술)이고, 나무는 ‘樹’(나무 수)이다.
‘戌’은 ‘戍’(지킬 수)와 글자 모양이 비슷하고,
‘戍’는 ‘守’(지킬 수)와 음이 같을 뿐만 아니라
‘樹’와도 음이 같기 때문에 동일시된다.
즉 “戌戍樹守”로 도둑맞지 않게 잘 지킨다는 뜻이 된다.
이와 같은 개의 그림을 그려 붙임으로써 도둑을 막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일종의 주술적 속신(呪術的 俗信)은 시대를 거슬려 올라가
고구려 각저총의 전실과 현실의 통로 왼편 벽면에도
무덤을 잘 지키라는 의미에서 개그림을 그려 놓았다.
사람들은 주인에게 보은할 줄 알고 영리한 개를 사랑하고 즐겨 기르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흔히 천한 것을 비유할 때 개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개는 아무리 영리해도 사람 대접을 못 받는다.
밖에서 자야 하고 사람이 먹다 남은 것을 먹어야 한다. <요즘은 엄청 다르지만>
사람보다는 낮고 천하게 대접받는다.
개에게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으니
의로운 동물이라는 칭찬과 천하다고 얕잡아 취급하는 양면이 있다.
즉, 개에 대한 민속 모형은 충복과 비천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개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늘 인간의 주위에서 존재해 왔다.
때로는 구박과 멸시와 버림을 받고, 지신의 몸을 희생하기도 한다.
인간이 개를 버려도 개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
인간의 주위를 맴돌면서 더러는 사랑도 받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개는 우리의 일상생활 문화에서
인간의 주위를 구성하는 풍경(風景)처럼 존재한다.
우리 조상들은 옛날이야기나 속담, 신앙, 미술 등에서
개의 이러한 행태들을 잘 묘사하고 있다.
개는 인간과 함께 오랜 생활을 해 오는 동안
인간과 거의 동일시하여 왔다.
그래서 "개는 사흘만 기르면 주인을 알아본다"라는 속담이나,
자기 자식을 가리켜 "우리 강아지!"라고 부르는 애칭이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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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시기를 같이 살아온 개는 동과 서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헌신하는 충복(忠僕)의 상징이다.
특히 설화에 나타나는 의견(義犬)은 충성과 의리를 갖춘,
우호적이고 희생적인 행동을 한다.
의견 설화와 의견 동상, 의견 무덤 등의
다양한 이야깃거리는 전국에서 전승된다.
불가에서는 개를, 특히 개고기를 금기시한다.
눈이 셋 달린 개는
삼목대왕의 환생물이라는 불교 설화와
후대에 내려오면서 형성된 개가 조상의 환생이라는
속신으로 인해 개고기를 먹지 않게 되었고,
사찰이 대개 산 속에 있으므로,
이를 먹고 절에 가면 개고기 냄새가 나서
호환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속신으로
더욱 개고기를 먹지 않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유가(儒家)에서는
개를 크게 금기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예를 극도로 중시하는 향음주례(鄕飮酒禮)에서
개고기가 술안주로 나온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하여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속담에서 개의 비유는
어리석은 사람, 비천한 것, 도덕적이지 못한 것,
혹은 더러운 것, 쓸데없는 짓 등 좋지 않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개는 우리와 생활 속에 밀접하게 더불어 살아왔기 때문에
개의 적나라한 일거수 일투족이 속담에서 그려진다.
하찮은 존재에 대한 비유,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한 비유,
우둔하고 어리석은 모습,
약자로서의 모습,
무식한 이미지에 대한 비유,
보기 흉한 모습,
굶주린 모습, 게으르고 태만한 모습 등
비천함의 대명사로 속담에서 개가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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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에는 개가 사랑의 방해자,
잠자는 아기를 깨우는 어머니의 미움을 사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는 낯선 사람을 보면 짖어대는 속성으로 인해
사랑을 훼방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남몰래 애절한 사랑을 나누는 님이 밤에 오시는데
그 때마다 짖어 대는 야속한 개를 민요에서 한탄했다.
통영 지방에서 전승되는 개타령에 보면
개야 개야 깜둥 개야 / 개야 개야 깜둥 개야
가랑잎만 달싹해도 짖는 개야
청사초롱 불 밝혀라 / 우리임이 오시거든
개야 개야 깜둥개야 / 개야 개야 깜둥개야
짖지를 마라 짖지를 마라 / 멍멍멍멍 짖지를 마라
개야 개야 삽살개야 / 개야 개야 삽살개야
나뭇잎만 달싹해도 / 멍멍멍멍 짖지를 마라
한산도야 말물어 보자 / 우리임 외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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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야 개야 삽살개야 / 개야 개야 삽살개야
개야 개야 백설개야 / 개야 개야 백설개야
문풍지만 달삭해도 짖는 개야
밤중 밤중 야밤중아 / 우리임이 오시거든
개야 개야 백설개야 / 짖지를 마라 짖지를 마라
멍멍멍멍 짖지를 마라
개야 개야 노랑개야 / 개야 개야 노랑개야
달그림자만 보아도 짖는 개야
오동추야 달밝은 밤에 / 우리임이 오시거든
개야 개야 노랑개야 / 짖지를 마라 짖지를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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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멍멍 짖지를 마라
가랑잎만 달싹해도,
나뭇잎만 굴러가도,
문풍지만 떨어도,
달그림자만 보아도 짖는 개를
밤중밤중 야밤중에 우리임이 오시더라도
짖지말라는 임을 그리는 여인의 애틋한 사랑을 담고 있다.
"자장자장 자장
/ 돌이야 자거라
/검둥개야 짖지마라
/흰둥개야 짖지마라" 하며 아기 잠재운다.
그러나 어머니의 등에서 고이 잠든 아기의 단잠을 깨우는 것도 멍멍 짖는 개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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