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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벽등반의 홀링 테크닉

작은岳馬 2006. 2. 3. 08:47
[이용대의 산행 상담실] 그럴 땐 이렇게 해보세요


거벽등반의 홀링 테크닉 개발자는?

Q 거벽등반을 할 때 필요한 용구와 식량을 운반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홀링 테크닉을 최초로 개발해 실용화시킨 사람은 누구인지요? 또 이 방법을 최초로 사용해 등반한 곳은 어딘지 알고 싶습니다.

구태목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A 거벽에서 짐 운반수단으로 사용하는 색 홀링 테크닉(sack hauling technique)을 최초로 개발한 사람은 이탈리아 산악인 발터 보나티(Walter Bonatti)입니다. 그는 1950년대를 대표하는 등산가로 동계 북벽등반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주인공으로 2차대전 후 유럽의 알피니즘을 주도한 인물입니다.

가장 위대한 등반으로 평가 받는 그의 등반은 1955년에 이룩한 드류(Dru) 보나티 필라(Bonatti Piller)라 부르는 남서 필라(Southwest Pillar)의 단독 초등을 꼽습니다. 이 등반으로 그는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용감한 시민상을 수상했습니다. 보나티 필라는 인공등반 A1-A2급, 자유등반 V-VI급의 난이도를 지닌 어려운 루트로, 한 개의 볼트도 사용하지 않고 단독으로 등반을 성공시켜 세인을 놀라게 했습니다. 6일이 소요된 이 등반에서 그는 손가락에 심한 동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이때 그는 1주일분의 식량과 장비(피톤 80여개와 로프 3동)를 담을 만한 마땅한 배낭이 없어서 고심 끝에 사람 크기 만한 자루(duffle bag)에 장비와 식량을 넣고 로프에 매달아 끌어올리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이 방법이 오늘날 보편화된 홀링 테크닉의 효시입니다. 이 방법은 요세미티 보다 10년이나 앞선 것으로, 후일 요세미티나 세계 오지에 있는 거벽등반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기술로 정착했습니다.

혼합등반에서 아이스바일의 사용방법은?

Q 혼합등반을 할 때 바위에서 아이스바일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이영식 강원도 춘천시 후평동

A 혼합등반 중 바위를 만나 빙벽등반용구를 사용하는 것을 드라이툴링(dry tooling)이라고 합니다. 이 때 아이스바일의 피크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을 함께 이용하게 되는데, 바일을 잘 쓰기 위해서는 용구의 손상을 의식하지 말고 적극적인 자세로 활용해야 합니다.

기본기술은 피크를 바위턱에 거는 후킹 레지 기술(hooking ledges), 바위틈새에 끼워 비트는 톨킹(torquing) 기술. 피크를 거꾸로 넣고 당기는 기술, 피크 두 개를 나란히 거는 기술, 두 피크를 겹쳐 거는 스태킹(stacking) 기술 등이 있습니다.

후킹 레지를 구사할 때는 피크를 홀드에 걸어 고정시킨 후 그림처럼 아래쪽을 향해 적절하게 힘을 가하고 샤프트를 바위면 가까이 접근시키면서 당겨야 합니다. 샤프트를 잡은 손을 바깥쪽으로 당기게 되면 피크가 홀드에서 이탈하게 됩니다. 이 기술을 사용할 때는 바일의 해머나 블레이드를 이용해도 상관없으나 이럴 경우 피크가 자신의 몸을 향하게 되므로 매우 위험합니다.

걸기에서 꺾기로 전환하는 방법은 피크를 홀드에 걸고 샤프트 위쪽으로 손을 이동한 후 헤드를 손으로 감싸 잡은 후 발을 높게 올리고 꺾기자세로 전환하면서 지지력을 얻어야 합니다. 이 방법은 높은 곳에 위치한 다음 홀드를 사용할 때 매우 유리합니다.

톨킹 기술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피크 비틀기입니다. 넓은 바위틈새 속에 피크를 깊이 넣고 샤프트를 비틀어 쐐기처럼 끼워 지지력을 얻는 방법입니다. 수직으로 뻗은 틈새일 경우는 좌우 어느 방향이든 관계없이 피크를 비틀어 지지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피크 거꾸로 끼워 당기기 기술은 매우 안정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아래쪽을 향해 벌어진 플레이크(flake?엷은 덮개바위)와 같은 틈새에서 사용하기 좋습니다. 이 기술은 샤프트를 아래로 당겨 피크가 홀드에 걸리고 헤드가 바위면을 눌러 짝힘을 얻어내는 기술입니다. 샤프트를 아래로 당길수록 피크는 확실하게 걸립니다. 이 기술의 장점은 등반자의 머리 위쪽에 있는 틈새에도 피크를 걸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등반자의 몸이 어느 정도 위로 올라가면 피크를 틈새에서 회수하지 않고도 꺾기 기술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피크 두 개 나란히 걸기는 드라이 툴링(dry tooling) 에서 가장 많이 쓰는 효과적인 기술입니다. 등반할 때 한 개의 홀드에 두 손을 나란히 올려 잡는 방법과 같이 한 개의 홀드에 두 개의 피크를 함께 걸어 사용하는 기술입니다. 6~7mm 정도 넓이의 홀드에 두 개의 피크를 동시에 걸고 잡아당겨 지지력을 얻는 기술로, 두 피크에 체중을 걸어도 견딜 수 있을 만치 홀드가 튼튼해야 합니다. 

스태킹은 드라이툴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술로, 등반자 주위에 아주 좋은 홀드가 하나 정도 있을 경우 한 개의  피크 위에 다른 쪽 피크를 겹쳐 거는 방법 입니다. 이 때에도 두 개의 피크를 걸고 매달려도 홀드가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견고해야 합니다.

드라이툴링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몸자세입니다. 용구에 체중을 걸 때는 안정된 몸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혼합지형을 잘 오르기 위해서는 피크 걸기와 정확한 아이젠 딛기와 몸자세를 잘 병행해야 합니다.

그림과 같이 왼쪽 아래로 경사진 바위턱일 경우 바위턱에 건 도구가 일련의 발동작을 끝내는 동안 확실하게 버티고 있으려면 아래와 왼쪽으로 샤프트를 당기고 오른쪽 아이젠으로 밀어야 올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왼쪽으로 레이백 하기와 발로 밀면서 오른쪽으로 레이백 하는 자세는 그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어떤 경우이든 도구를 사용하는 드라이툴링 기술은 혼합지형에서 아이젠과 바일을 가지고 몸자세와 용구 사용이 익숙해질 때까지 톱로핑 방식으로 많이 연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확보시 장갑 사용이 좋은 것인지?

Q 바위에서 확보를 볼 때 화상을 방지하기 위해 가죽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맨손으로 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인지 알고 싶습니다.

변상수 서울 강북구 수유동


A 확보를 볼 때 장갑 착용 문제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입니다. 가죽 장갑은 추락을 제동시킬 때 손아귀에서 미끄러져 나가는 로프의 마찰열 때문에 입을 수 있는 화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제동할 때의 충격으로 바위에 손이 부딪쳐 부상을 당할 수 있으므로 제동기술이 미숙한 초보자일 경우는 장갑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갑을 끼면 손바닥의 감각이 둔해지고 손에 땀이 차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확보용 장갑은 표피가 얇고 알맞은 밀착감을 지닌 가죽장갑을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두꺼운 가죽 장갑은 손아귀의 감각을 둔하게 하여 로프 조작이 불편합니다. 어떤 경우이거나 확보용 장갑은 등반할 때는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제동손의 손바닥 방향, 아래쪽 아니면 위쪽?

Q 기구를 사용해 확보를 볼 때 제동손의 자세(방향)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제동손(손바닥)을 아래쪽을 향하게 하여 로프를 잡는 방법과 위쪽을 향해 잡는 방법 중 어떤 방법이 로프를 다루기가 더 편리한지요.

양동철 서울 종로구 체부동

A 로프를 잡은 제동손의 손바닥 방향이 위로  향하느냐, 아래쪽을 향하느냐의 차이는 로프를 풀어 주고 당기는 동작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편리한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확보자의 경험과 습관에 따라 선택될 문제이기도 합니다. 두 방법에 대한 장단점을 비교해보면서 어느 것이 자기에게 알맞은 방법인가를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제동손을 아래로 향하고 있는 자세(그림 참고)는 로프를 당기는 손동작이 불편하며, 위쪽 손놀림에 힘이 더 들어가는 단점을 지닌 반면, 제동 동작은 보다 자연스럽고 로프를 쥐는 손아귀의 힘이 강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자세는 갑자기 제동 동작을 취할 때 로프를 잡고 있던 손이 엉덩이를 때리게 되여 벨트의 기어 랙에 걸린 금속장비에 부딪쳐 손가락 부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제동손이 위로 향한 자세는 아래로 향한 자세보다는 다소 약하지만 그런대로 필요한 악력(손아귀 힘)은 가질 수 있으며, 로프 조작도 덜 거북스럽습니다. 초보자의경우는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연습해본 후, 자신에게 알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폭설 속 방향감각을 잃었을 경우 대처방법은?

Q 폭설이 내린 겨울 산에서는 지형지물이 눈에 덮여 자칫하면 방향 감각을 잃고 헤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 이르렀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요.

박명숙 서울 은평구 증산동

A 겨울 산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사고 중 하나가 지형 판단착오로 일어나는 등산로 이탈사고입니다. 이런 유형의 사고는 길을 잃고 헤매다가 결국에는 깊은 지형 속에 고립된 채 조난에 이르게 됩니다.

이런 사고는 평소 익숙한 지형일지라도 지형지물이 눈에 덮이는 겨울철에 판단착오와 방향감각 상실로 발생합니다. 특히 폭설로 시계가 하얀 색 일색일 때 원근감이 없어져 일어나는 화이트아웃(White out) 현상이 일어나며, 이런 상태가 되면 설면과 공간과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렵게 되고, 한 지점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방황하다가 길을 잃어버리거나 함께 가던 동료마저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특히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일몰 후까지 무리하게 운행할 경우 길을 잃어버리는 일이 많습니다. 산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하면서 안정을 되찾은 후, 침착한 자세로 주변 지형을 살펴본 다음 자기의 발자국을 따라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것이 최선책입니다.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감지했을 때는 이미 정상 등산로에서 상당한 거리를 이탈해 버린 상황입니다. 이때 혹시나 하는 기대 심리를 갖고 이리 저리 움직인다면 체력소모와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킬 뿐입니다. 일몰 후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되면 즉시 행동을 중지하고 적당한 은신처를 찾아 차선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설사 지도와 나침반을 휴대하고 있다 해도 출발지점에서부터 방위각을 설정하고 위치를 판정하지 않은 채 운행했다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이거나 서슴지 말고 최초의 진입로까지 되돌아 나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