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의나물 전국의 산 습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꽃은 4~5월에 핀다. 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독초로 알려져 있다.
2. 무늬족도리 중부 지방에 자라는 한국특산식물로, 점봉산 자락의 사질토양에서 드물게 발견된다. 꽃은 4~5월에 피며, 족도리를 닮았다.
3. 복수초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산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점봉산에서는 능선 가까운 사면에서 발견된다. 4월에 잎보다 먼저 꽃이 핀다.
4. 애기앉은부채 중부 지방의 깊은 산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이른 봄에 잎이 일찍 나오며, 꽃은 7~8월에 잎이 시들고 난 뒤 핀다.
북암령에는 이른 봄부터 부지런히 한해살이를 시작하는 식물이 하나 더 자라고 있다. 한계령풀이다. 이 식물 역시 눈 속에서 새싹을 피울 때 이미 꽃봉오리를 달고 있다. 엽록체가 만들어지지 않아 노란 빛을 띤 채 잎이며 꽃을 만들고 있다가 눈이 녹자마자 땅 위로 나와 잎과 꽃을 동시에 피운다. 꽃을 피운 한계령풀의 아름다운 모습은 본지 2006년 3월호 백두대간 대장정 태백산 구간의 식생 부분에서 다룬 바 있다.
세계적으로 몇몇 지역에만 불연속 분포를 하는 매자나무과의 이 여러해살이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식물표본관에서도 표본조차 찾기 어려운 식물이다. 연구도 잘 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오래 전에 나온 우리나라 식물도감에서는 이 식물을 한해살이풀로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제대로 된 표본이 없고, 또 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식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땅 위에 솟은 줄기의 높이는 20~30cm쯤 된다. 신기하게도 이 식물의 땅속줄기는 10~20cm나 된다. 그리고 땅속줄기의 맨 밑은 콩나물 뿌리만큼이나 가늘어진다. 놀랍게도 그 가느다란 땅속줄기 끝에 지름 3~5cm나 되는 둥근 덩이뿌리가 붙어 있다. 한해살이풀이 아니라 여러해살이풀임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식물표본으로 채취할 때 덩이뿌리까지 완벽하게 캐지 못했던 것이 이 식물을 한해살이풀로 오인하게 했던 모양이다. 북한에서는 멧감자라 부른다.
꽃이 피는 시기는 길지 않다. 필자가 몇 해 동안 북암령에 자라는 한계령풀을 관찰한 바로는 4월20일에서 30일까지가 가장 많은 꽃이 피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식물의 씨는 5월 말에서 6월 초면 완전히 익는다. 씨가 모두 익은 다음에는 줄기며 잎이 모두 시들어 없어진다. 한해살이를 여름이 오기 전에 모두 마감하는 셈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한계령풀의 분포지로는 점봉산, 가리왕산, 태백산, 금대봉 등지가 고작이다. 이밖에 강원도 다른 곳의 높은 산에도 자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생지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에 점봉산 일대가 가장 많은 개체가 자라는 남한 최대 군락지다. 점봉산에서는 북암령, 곰배령 일대와 그밖의 여러 골짜기에 무리 지어 자라고 있다. 한편 환경부에서는 지난 2005년 새로 제정된 야생동식물보호법에 의해 한계령풀을 멸종위기야생식물 I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점봉산을 대표할 만한 식물의 하나인 한계령풀은 자생지에서 어린 개체를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번식도 잘 되는 듯하다. 앞으로 더욱 연구가 되어야 하겠지만 지역 주민들이 특산품으로 개발할 여지가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한계령풀은 열목어와 함께 점봉산 진동계곡의 보존된 생태계를 대변하는 상징식물이 되고 있다.
점봉산에는 한계령풀 외에도 환경부의 다른 법정보호종을 비롯하여 희귀식물들이 많이 생육하고 있다. 환경부 보호종 가운데 하나인 가시오갈피나무는 중부 이북의 깊은 산에 드물게 자라는 떨기나무다. 약효 때문에 무분별하게 채취되고 있어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식물 I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중국산 개체들이 재배되고 있지만, 점봉산 몇몇 곳에서 자생하고 있다.
무늬족도리는 최근에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기록된 여러해살이풀이다. 잎과 꽃에 알록달록한 무늬가 있어 우리말이름이 붙여졌다. 또한 이곳 진동리에서 처음 발견되었기 때문에 진동족도리풀이라 부르기도 한다. 경기도, 강원도, 충북의 깊은 산 바위 겉이나 사질토양에서 자란다.
구실바위취는 중부 이북에 자라는 한국특산식물로서, 점봉산에서는 남쪽 계곡의 상부쪽에 자생하고 있다. 계곡 상부의 습기가 많은 흙에 생육하며, 꽃은 6~8월에 핀다. 잎 모양이 여름철에 볼 수 있는 애기괭이눈 무성지의 크고 둥근 잎과 비슷해 꽃이 없을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발견할 수 있다.
모데미풀은 지리산에서 처음 발견된 한국특산식물로서 점봉산, 설악산 일대가 분포의 북쪽 한계가 되는 식물이다. 한라산부터 지리산을 거쳐 이곳 점봉산 어름까지만 분포하는 셈이다. 점봉산에서는 계곡 부근의 몇몇 곳에 꽤 많은 개체가 자라고 있다. 꽃은 5월에 핀다.
산자락에 자라고 있는 귀한 식물 중엔 용머리가 대표적이다. 아직 법적 보호식물은 아니지만 자라는 곳이 몇 곳 안 되고, 꽃이 아름답기 때문에 채취압력도 높은 식물이다. 점봉산에서도 진동계곡의 길가 풀밭에 자라고 있기 때문에 자생지 파괴의 위험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1. 왜미나리아재비 중부 이북의 높은 산에 드물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꽃은 4~5월에 핀다. 점봉산에서는 한계령풀, 피나물 등과 어울려 자란다.
2. 털중나리 전국의 산과 들에 자라는 나리의 한 종류로, 줄기와 잎에 미세한 털이 많다. 꽃은 6~7월에 1~6개씩 피어 밑을 향한다.
3. 동자꽃 흰꽃 주황색 꽃이 피는 동자꽃의 변이체로서 순백색 꽃을 피운다. 높은 산에서 드물게 발견되는데, 점봉산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다.
인간간섭으로 형성된 곰배령에는 여름·가을꽃 많아
점봉산 일대 백두대간의 남쪽 진동리. 이 마을로 흘러내리는 점봉산의 크고 작은 개울들은 개인산에서 흐른 물과, 현리에서 내린천에 합수되는 물과 함께 방태천의 원류가 된다. 점봉산의 너른 품새는 개울들의 수량을 풍부하게 하고, 더욱이 그 물들은 어떤 오염원도 갖지 않기 때문에 사시사철 깨끗하고 풍부한 수량을 자랑한다. 이 덕에 청정계곡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희귀 담수어류인 열목어가 진동계곡 어디에서나 살고 있다.
진동리 상부의 숲은 산림청이 천연림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강선리계곡, 너른이골, 북암골 등의 골짜기 상부는 모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강선리계곡은 진동리에서 점봉산 정상쪽으로 이어지는 가장 긴 골짜기로 진동계곡의 원류라 할 수 있다.
이 골짜기를 따라서 2시간 남짓이면 올라설 수 있는 곳이 곰배령이다. 점봉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2.5km쯤 떨어져 있는 고개에는 오래 전 인간활동에 의한 인위적인 초원이 형성되어 있다. 이 초원에 여름부터 가을까지 수많은 자생식물이 꽃을 피워 꽃밭을 이룬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여름 꽃이 피기 시작해 가을까지 종류를 바꿔가며 수많은 식물이 꽃을 피운다. 터리풀, 둥근이질풀, 참산부추, 까실쑥부쟁이, 말나리의 대군락 앞으로 점봉산 능선들과 골짜기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명세를 타면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숫자가 급증하여 생태계 훼손문제가 불거지고 있기도 하다.
글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koreanplant.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