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백두대간 등산로는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은가

작은岳馬 2006. 3. 10. 11:12
백두대간 등산로는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은가

산림청·등산문화혁신협, 도래기재에서 등산로 현장 점검

▲ 안개가 낀 가운데 숲 안내판이 선 곳에 모인 등산문화혁신협 위원들.
백두대간 등산로는 과연 어떻게 정비, 관리하는 것이 최상일까. 이 문제를 두고 관리 주무부처인 산림청은 7월 7, 8일 이틀간 산림청 산하 각 지청 관련 담당자 20여 명과 최근 산악인, 환경단체, 학자 등으로 구성한 등산문화혁신협의회 위원 10명 등 32명이 참석한 가운데 백두대간 등산로 정비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7일 저녁엔 청옥산 자연휴양림 수련실에서 산림청 동, 서, 남, 북, 중부지청별로 올해 예정된 백두대간 등산로 정비안을 발표하고 각 안에 대해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날은 도래기재에서 북쪽으로 약 3km를 왕복하며 작년에 시행한 백두대간 등산로 정비작업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이는 이를테면 산림청이 백두대간 등산로의 실제 이용자이자 전문가라 할 등산문화혁신협의회 위원들로부터 어떠한 평가가 내리는지를 알아보는 현장 간담회로, 위원들은 “이러한 시스템을 계속 잘 가동하면 한결 국민 가까이 밀착된 산림행정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청은 국유림내 백두대간 주능선 642km 중 국립공원에 속한 254km를 제외한 388km를 맡고 있다. 산림청은 작년까지 이중 85km를 정비했고, 올해는 총 사업비 16억1800만 원을 들여 54km를 손볼 예정이다. 7월 말까지 계획을 확정, 10월까지는 시행을 마치게 된다. 이러한 정비는 물론 백두대간 종주자들이 점차 늘어나며 훼손된 등산로를 정비, 자연도 보호하고 등산객들의 편의도 도모하자는 취지다.

첫날 산림청은 자연적 요인과 인위적 활동으로 등산로의 토사유실, 나무뿌리 노출, 노면 몇 사면 유실, 물길 발생, 취사 야영 등에 의한 훼손, 등산로 노폭 확대와 분기 현상이 발생한 지역, 상습침수 지역 등을 정비 대상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청마다 공통적으로 ‘백두대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 성격을 고려, 시설물 설치의 최소화를 기본으로 설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업 시행자들은 어떻게든 사업 성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기를 원하게 된다. 이 점을 우려한 협의회 위원 권태호 교수(대구대 생명환경학부)는 “어떻게든 시설물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어떤 지청의 사업계획서엔 정자, 대피소까지 있다”며 재고를 요청하기도 했다.

“정자, 대피소, 태양광 표지등 시설은 재고해야”

▲ 도래기재 남쪽에 설치된 나무계단과 안내판. 안내판은 여러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어느 지청의 경우, 태양광을 이용한 표지등을 시설계획에 포함돼 있다. 야간이나 비, 안개 등으로 어두울 경우 등산객에게 보행 방향이나 지시사항 등을 알려주기 위한 용도다. 이에 대해 한 위원은 지리산 국립공원 중산리 코스 중간에 설치된 네온 안내등을 예로 들며 실용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지리산의 안내등은 실제로 밤에 가보면 공연히 숲속의 자연스러움만 망치는 흉물이 되고 있다.

다음날 참가자들은 도래기재로 이동, 남쪽 옥돌봉 방향으로 현장을 답사하며 의견을 나누었다. 도래기재는 현재 동물이동통로 공사가 한창이다. 이 이동통로 옆 200m 지점에서부터 기역 자의 나무계단을 설치했다. 도로 개설시 생긴 급경사 절단면이 그간 오가는 등산객 발길에 많이 허물어져 계단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계단 초입의 이정표는 여러 점에서 문제가 많아 보였다. 우선 세운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글씨가 적힌 셀로판지의 귀퉁이가 들뜨고 있어, 이태가 채 지나지 않아 훼손될 것 같았다. 전체적인 디자인도 조악했다. 한편 원통형 말뚝이어서 밑이 헐거워질 경우, 혹은 누군가 장난스러운 사람 손에 의해 방향이 엉뚱한 쪽으로 뒤바뀔 우려도 있었다.

안내판에는 좌표를 명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그러면 위치확인기기가 없어도 지형도상 명확한 현위치 파악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안내판은 여러 가지로 부실해 보였다. 권태호 교수는 “안내판은 시행착오를 수없이 겪은 공단의 것을 벤치마킹하면 될 것”이라 말했다. 

나무계단이 끝나는 지점부터 얼마간은 돌계단이 놓였다. 돌계단은 간격이 일정한 일자형 보다는 부정형(不定形)이 한결 덜 피로하다. 가장 좋기는 보도블럭을 깔듯 하는 자연형 계단이다. 북한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가 북한산 사모바위 능선에 이 자연형 계단을 설치했을 때 거의 모든 등산객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이 구간의 정비작업 담당자인 산림조합중앙회 양종문 차장은 “그러나 만약 돌을 현장에서 채취할 수 없을 경우 공사비가 나무계단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든다”며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이 지점은 돌계단이 10개가 채 되지 않아 정형 계단이라도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됐다.

“안내판은 디자인과 견고성 모두 낙제점”

▲ 통나무 가로목 옆으로 낸 물길을 가리키고 있는 권태호 교수. 특히 장마철과 태풍철로 정기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얼마 후 U자로 침식돼 있었다는 구간에 다다랐다. 이곳은 패인 홈을 메우고 방부목으로 적당한 간격을 두고 단을 설치했다. 이 ‘가로목’을 등산로와 직각방향이 아니라 사선으로 설치하고 물길을 트면 한결 물이 잘 빠질 것이란 한 위원의 말에 두어 명 산림청 직원은 “그러면 경사가 져서, 밟았을 경우 발이 미끄러진다”고 말했다. 이렇듯, 시설 한 가지마다 간단치가 않았다.

완경사면 우측의, 통나무와 흰색 로프로 설치한 난간은 그 아래가 설혹 사람이 실족하더라도 별로 다칠 위험이 없는 완경사 숲지대란 점에서 불필요한 시설물로 지적됐다.

경사가 조금 급해지는 곳부터는 10~20m 간격을 두고 등산로를 가로질러 통나무 단이 한 단씩 설치돼 있고, 그 위 한쪽 귀퉁이에 물길을 만들어 두었다. 경사진 등산로를 따라서는 폭우시 빗물이 흐르며 깊게 패이곤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렇게 손질한 것으로, 그 덕분인지 지난 열흘여의 장맛비에도 불구하고 거의 패여 나간 흔적이 뵈지 않았다.

내리막과 오르막길이 만나는 지점, 즉 안부에는 폭 30cm쯤 되게 돌로 작은 수로를 만들어두었다. 양쪽 길에서 흘러내려온 물을 숲속으로 자연스레 흘려 보내게 해둔 것이다. 이러한 간단한 방식으로도 백두대간 등산로는 충분히 보전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구간의 대간 능선은 폭 1m 이내의 자연스런 등산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동행한 산림청 지청 직원들은 “백두대간 주능선의 대부분 구간은 국립공원 지역을 제외하면 사실 별다른 시설 없이도 큰 훼손 없이 보전되어왔다”고 말한다. 일시적으로 많은 사람이 몰리는 국립공원 지역이 문제이며, 그러므로 마치 백두대간 종주꾼들 때문에 백두대간이 크게 훼손됐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진달래터널’ 간판은 저 아래의 것과 같이 역시 문제였다. 또한 어깨 높이로 등산로 바로 옆에 세워놓아, 빠른 걸음으로 가던 종주자들은 어깨를 부딪칠 우려도 있었다. 이 안내판의 높이가 너무 높다고 누군가 지적했지만, 폭설이 내렸을 경우를 감안하면 어른 키만한 높이는 돼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 오르막과 내리막이 만나는 지점에 시설한 작은 수로. 스틱으로 가리킨 부분이 홈이다.
30분쯤 뒤 숲 안내판이 설치된 곳에 다다랐다. 여기서는 “수목 해설판이 저렇게 클 필요가 있느냐, 수목 이름만 작게 적어놓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으나 전인찬 위원(한국산악회 사무국장)은 “조금 자세히 적어두고, 보고 싶은 사람은 보게 하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어떤 효능을 가졌는지는 밝히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데는 다들 동의했다.

수령 500년쯤 되었다는 아름드리 철쭉나무를 구경한 뒤 되내려온 협의회 위원 일행은 전체적으로 보아 정비가 무난히 되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문제는 유지 보수다. 지청 직원들에게 묻자 “정기적으로 시설 점검을 하기에는 담당 면적 대비 직원 숫자로 보아 매우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러나 장마철, 태풍이 오기 직전 등의 시기엔 어떻게든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위원들은 강조했다. 한 위원은 “백두대간을 스스로 아낀다는 차원에서 산악단체 회원들에게 이러한 시설물의 특성을 일러주어 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눈에 띄는 대로 직접 손을 보는 분위기를 조성해보자”고 제안했다. 산림청 직원들은 “제보만 제때 해주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산련이나 한국산악회는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만한 일이라 여겨진다.

산림청 산림휴양정책과 김상균 과장은 “오늘 나온 지적과 제안들을 앞으로 등산로 정비시 적극 반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등산문화혁신협의회 위원들은 “백두대간 주능선으로 연결되는 급경사 계곡의 등산로 문제가 훨씬 까다로우므로 이런 지형의 정비 실태는 나중에 다시 한 번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 안중국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