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대장정 제21구간 / 두로봉] 식생 월간산 펌 토심 깊은 육산이 키워내는 짙고 푸른 숲 전나무·신갈나무숲에 좀개미취·구실바위취·금강초롱꽃 자생 | ||||||||||||||||||||||||
오대산 상봉인 비로봉(1,563m)은 백두대간 마루금에 솟아 있는 산이 아니다. 백두대간 상의 두로봉(1,422m)에서 남서쪽으로 무려 6km나 물러나 앉아 있다. 두로봉에서 상왕봉(1,491m)을 거쳐 비로봉(1,563m)까지는 15리가 넘는 높고 긴 능선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대산을 백두대간의 산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는 없다. 주봉이 대간 능선에 서 있지 않으면서도 대간의 산으로 여기는 오대산. 그 이유는 오대산의 너른 산세와 높은 고도에서 기인한다. 비로봉을 호위하듯 남북으로 서 있는 상왕봉, 호령봉(1,561m) 등의 주봉 부근의 산봉우리는 물론이고 저 멀리서 백두대간 마루금을 이루고 있는 노인봉(1,338m), 동대산(1,434m), 두로봉 등의 산봉우리들을 거느려 넓은 산역을 자랑하는 오대산은 높이 면에서도 국립공원 가운데 다섯번째 높이를 자랑한다. 넓은 산역, 높은 고도, 높은 고도에 형성된 능선들, 이 능선들 사이를 흐르는 끝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계곡들은 오대산의 식물을 풍부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더욱이 이 전나무숲 부근에서는 여간해서 만나기 어려운 귀한 풀꽃 하나가 발견된다. 좀개미취라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백두산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남한에서는 영월, 태백산 등지에서만 발견되는 북방계 희귀식물이다. 8월10일경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한 포기에 여러 개의 머리 모양 꽃이 달려서 아름답기 그지없다. 오대천 계곡을 따라서 분포, 훼손되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하루 빨리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이 종에 대한 보전의 중요성을 깨달아 보전대책을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밖에도 월정사 부근의 길가와 숲속에는 매화노루발, 은대난초, 여우오줌, 왕고들빼기 등이 자라고 있다.
한편, 오대천을 따라 난 도로를 통해 차량 출입이 가능한 이곳에는 애기수영, 소리쟁이, 흰명아주, 붉은토끼풀, 토끼풀, 달맞이꽃, 돼지풀, 미국가막사리, 지느러미엉겅퀴, 개망초, 뚱딴지, 원추천인국, 겹삼잎국화, 서양민들레 등의 귀화식물도 침입해 자라고 있다.
오대산의 숲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전나무숲을 이루는 전나무는 북쪽에 고향을 둔 북방계 침엽수로서, 남한에서는 지리산, 소백산, 태백산, 설악산 등 높은 산에서만 자생한다. 설악산의 경우에는 해발 800m쯤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해발 1,300m쯤 되어 분비나무로 대치될 때까지 생육한다. 백양사 등 고도가 낮은 곳에 위치한 사찰 주변에서도 전나무 노거수를 만날 수 있는데, 자연적인 분포는 아닌 듯하고, 사찰을 통해 오래 전에 전래된 듯하다.
오대산 전체로 보면 전나무숲은 너른 품세, 그것도 바위가 거의 없는 대표적인 육산(肉山)인 오대산이 가꿔내는 숲의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전나무 군락뿐만 아니라 굴참나무 군락, 피나무 군락, 고로쇠나무 군락, 당단풍나무 군락, 사스래나무 군락, 서어나무 군락 등 여러 큰키나무들이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서도 참나무의 일종인 신갈나무가 오대산 전역에 걸쳐 가장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특히 고지대 능선에는 어김없이 이 숲이 발달해 있다. 비로봉의 주변의 능선과 사면, 진고개에서 노인봉 일대의 해발 1,000~1,200m에는 신갈나무가 순군락에 가깝게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또한 저지대와 바위지대에는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명개리 계곡, 월정사, 호령봉 등 해발 500~1,000m 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높낮이 없는 고산능선에 아름드리 활엽수가 숲 이뤄
비로봉에서 상왕봉까지의 능선에는 키 작은 나무들이 숲을 이룬 떨기나무숲과 큰키나무로 된 낙엽활엽수림이 함께 발달한다. 비로봉에서 상왕봉쪽으로 주능선을 따라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1,539m)에 이르는 능선에는 떨기나무숲이 이어진다. 해발 1,500m가 넘는 지역으로 이곳에서는 신갈나무도 떨기나무처럼 키를 낮춘 채 자라고 있으며, 민둥인가목, 산개벚지나무, 백당나무, 매발톱나무, 진달래, 만병초, 시닥나무, 꽃개회나무, 나래회나무 등의 떨기나무가 숲을 이뤄 자라고 있다. 고산성 침엽수인 주목도 여러 그루 발견된다.
떨기나무숲이 끝나도 능선은 고도 1,400m 이상을 유지하며 상왕봉까지 이어진다. 높낮이가 거의 없어 콧노래 부르면서 걷기에 좋은 능선이 1.5km쯤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 능선은 평탄할 뿐만 아니라 아름드리 활엽수들이 짙은 숲을 만들고 있어 어디 딴 세상에라도 든 듯한 느낌을 준다. 한여름에 산행을 하더라도 시원한 그늘 속을 걸으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그런 숲길이 이어진다.
상왕봉에서는 노랑무늬붓꽃이 발견된다. 환경부가 법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보호식물로서, 오대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기록되었다. 이 식물의 라틴어 학명에는 ‘오대산에 자라는’ 또는 ‘오대산에서 발견된’이라는 뜻을 가진 ‘odeasanensis’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오대산에서는 이곳 외에도 몇몇 곳에서 더 발견되며, 주왕산, 소백산, 태백산을 비롯한 중부 이북의 여러 산에 분포한다. 처음에는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특산식물로 알려졌지만, 최근 중국 만주 일대에서도 발견되어 중국 식물도감에도 기록된 바 있다.
극상림은 식물사회가 오랜 세월에 걸쳐 변화하는 천이단계에서 맨 마지막에 볼 수 있는 숲의 형태로서 먹이그물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외부 교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생태계다. 또한, 생산량과 소비량이 비슷한 단계이고, 생물다양성의 매우 높은 특징을 보인다. 보전적인 측면에서 국가적으로 보아 절대적으로 보전해야 할 보전순위 1등급에 해당하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오대산의 이 극상림에는 사스래나무, 신갈나무, 피나무 등의 활엽수와 전나무, 잣나무, 분비나무, 주목 등의 침엽수가 섞여 자라고 있다. 숲의 중간층에는 함박꽃나무, 매발톱나무, 백당나무, 철쭉나무, 붉은병꽃나무, 물참대, 까치밥나무 등이 생육하고 있다. 풀로는 눈개승마, 벌깨덩굴, 눈빛승마, 산꿩의다리, 동자꽃, 꿩의다리아재비, 투구꽃, 미나리냉이, 네일갈퀴나물, 터리풀, 노랑제비꽃, 광대수염, 금마타리, 금강초롱꽃, 단풍취, 삿갓나물, 연령초, 금강애기나리, 풀솜대, 두루미꽃, 박새, 은방울꽃 등이 자란다. 이들 나무와 풀 가운데 많은 것들이 고산식물 또는 북방계 식물로서 오대산이 높은 고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생육이 가능한 것들이다.
톱바위취로 오인하는 특산식물 구실바위취 두로령에서 446번 지방도를 타고 상원사쪽으로 내려가면서 오대천 최상부 사면의 식물상을 엿볼 수 있다. 두로령에서 북대사 부근까지 가는 길가에서 금강초롱꽃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밖에도 눈빛승마, 흰진교, 투구꽃, 눈개승마, 도깨비부채, 선괭이눈, 참당귀, 물레나물, 송이풀, 큰용담 등을 길가에서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구실바위취는 학자들에게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식물이다. 높은 산의 계곡가나 습한 사면에 드물게 자라는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잎은 바위떡풀의 둥근 잎을 닮았다. 학자들조차 백두산 등지에 자라는 톱바위취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립공원 자연자원조사에서 종종 톱바위취로 잘못 기록되는 식물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자료를 종합할 때, 오대산에서 보호해야 할 식물로는 속새, 등칡, 누른종덩굴, 할미밀망, 세잎종덩굴, 나도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너도바람꽃, 세잎승마, 구실바위취, 도깨비부채, 개벚지나무, 산개벚지나무, 민둥인가목, 생열귀나무, 청시닥나무, 산겨릅나무, 부게꽃나무, 금강제비꽃, 금마타리, 산외, 회목나무, 만병초, 꽃개회나무, 소경불알, 금강초롱꽃, 노랑무늬붓꽃, 좀개미취, 금강애기나리, 말나리, 산마늘, 연령초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밖에도 환경부의 멸종위기종인 한계령풀이 생육하고 있다는 기록이 있으니, 이에 대한 정밀조사와 함께 보전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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